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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물질을 디자인합니다

고체이론물리연구실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도 컴퓨터로 만든 뒤 물성을 알아낼 수 있다.


같은 모양의 레고 블록도 어떻게 쌓느냐에 따라 다양한 집을 지을 수 있다. 물질도 마찬가지다. 같은 원자라도 그 배열과 구조에 따라 다양한 물질이 된다.

KAIST 고체이론물리연구실은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는 산실이다. 하지만 실험장비는 찾아보기 어렵다. 신물질은 컴퓨터 안에서 탄생하기 때문이다. 컴퓨터로 만든 신물질은 가상 물질이지만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실제 물질에서 얻는 정보에 못지않다. 원자에 속한 전자들이 배열된 구조를 토대로 전류가 흐르는지 자성이 있는지는 물론 물질의 색이나 투명도도 알 수 있다. 연구실을 이끄는 장기주 교수는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의 특성도 이론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며 “물성을 미리 알면 새로운 물질을 합성하는 실험을 설계할 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고체이론물리연구실은 신물질에 대한 특허도 여럿 보유하고 있다. 가운데가 장기주 교수.


나노튜브에서 초전도물질까지

컴퓨터에서 만들어져 그 특성이 밝혀진 물질은 실험실에서 합성된다. 특히 나노튜브처럼 매력적인 특성을 가진 물질이라면 더욱 그렇다. 1991년 일본전기회사(NEC)의 이지마 스미오 박사가 탄소나노튜브를 발견한 뒤 많은 물리학자들이 탄소가 아닌 다른 원소로 나노튜브를 만드는 시도를 했다. 그리고 3년 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이 탄소나노튜브보다 우수한 특성을 가진 질화붕소나노튜브를 이론적으로 발견한 뒤 합성에 성공했다.

장 교수가 발견한 새로운 개념의 초전도물질도 이론적으로 개발된 뒤 합성됐다. 초전도물질은 온도를 낮추면 저항이 0이 돼 전기 에너지 손실이 없고, 전류가 많이 흐르면 강한 자기장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장 교수가 발견한 초전도물질은 전류가 흐르지 않는 실리콘이다.

반도체 소자를 만드는 데 쓰이는 실리콘은 전류가 흐르지 않아 불순물인 다른 원소를 섞어야 전류가 흐른다. 하지만 실리콘에 대기압의 수십만배에 이르는 압력을 가하면 원자가 금속처럼 배열되며 저온에서 저항이 0인 초전도체가 된다. 압력에 따라 초전도물질과 전류가 흐르지 않는 부도체를 오가는 셈이다. 컴퓨터로 계산한 실리콘 초전도물질은 실제 실험으로 검증됐다.

최근 고체이론물리연구실에서는 탄소나노튜브의 단면을 자르면 자기적 특성을 띤다는 사실을 밝혔다. 나노튜브의 앞쪽 끝에 형성된 자성체를 이용하면 물질의 표면을 분석하는 자기 현미경의 탐침을 탄소나노튜브로 대체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코발트나 니켈 같은 기존 탐침을 탄소나노튜브로 대체하면 원자 수준의 분해능을 가진 자기 현미경을 만들 수 있다.

컴퓨터만 있으면 모든 물질을 합성할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현재 슈퍼컴퓨터로 계산할 수 있는 용량은 원자 2000~3000개 정도다. 원자개수가 1만개를 넘으면 계산이 불가능하다. 장 교수는 “컴퓨터 성능이 높아질수록 이론물리학이 발전하지만, 컴퓨터는 단순한 장비일 뿐”이라며 “물리학 지식에 논리력과 상상력이 결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고체이론물리연구실에서는 산화알루미늄으로 나노튜브를 만들어 이를 어떻게 응용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 장 교수는 “산화알루미늄나노튜브 안에 리튬(Li) 같은 금속원소를 넣으면 머리카락보다 가느다란 리튬배터리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신물질은 합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실생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특성과 기능을 밝히는 점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고체이론물리연구실은 컴퓨터를 조합해 자체적으로 만든 슈퍼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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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전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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