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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암물질「알라」가 일으킨 파문

사과, 포도 등 과일에도 쓰고 있어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이 미국에서 수입한 자몽(grape fruit)에 발암물질인 농약 ‘알라’가 들어 있다고 경고한 후 이를 둘러싼 한·미간의 공방이 좀처럼 가라앉을 줄 모르고 있다.

‘시민의 모임’측은 국립농약연구소에 의뢰하여 얻어진 결과와 외국에서 보내온 몇몇 자료들을 근거로 ‘혐의’를 굳히고 있으나, 미국측은 분석방법에까지 시비를 걸며 완강하게 ‘무혐의’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실제로 알라가 들어 있다면 이는 공중보건상 중대한 문제가 된다. 이 농약이 몸안에 들어와 장기간 축적되면 각종 암을 유발시킨다는 동물실험결과가 독성학자들에게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실험동물에 의한 발암실험에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동물에게 암을 일으켰다 해서 반드시 사람에게도 유발시킨다는 확증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해 볼 수도 없고···.
 

구설수에 휘말린 자몽
 

알라는 자몽에만?

그럼 알라는 자몽에만 있는 것일까? 또 국내에는 알라성분을 가진 농약은 없는가?

미성농약(주)에서 생산하는 B9은 알라성분(다미노자이드)를 함유하고 있다. 현재 이 농약은 사과 포도 꽃 등에 사용하고 있는데, 과일에 쓸 경우에는 반드시 수확하기 전 45~60일 사이에 한번만 뿌리도록 규정돼 있다.

알라를 사과에 사용하면 사과가 채 익기 전에 떨어지는 것을 막아준다. 또 사과를 반들반들하게 해서 먹음직스럽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포도알이 잘 붙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데, 특히 알이 큰 포도알(거봉)에 많이 쓴다. 꽃(특히 포인세치아)등에 뿌려지기도 하는데, 턱없이 키만 자라는 것을 억제해준다.

“B9은 1년에 3만봉 정도 팔리지만, 주의 사항만 잘 지키면 문제될 것 없다”고 미성의 한 관계자는 말한다.

이 말을 뒤집어놓고 보면 규제점을 지키지 않으면 건강을 해칠수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래서 관련학자들은 “잔류허용기준만은 꼭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어떤 과일에 알라를 사용하나? “자몽에는 알라를 쓸 필요가 없다”는 미국 대사관측의 강변에도 불구하고 자몽에 알라를 사용한 전과가 있다. 이 밖에도 체리 등에도 알라를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자몽이 아직 도처에 깔려 있는데 왜 최종판결이 늦어지는 것일까? 이에 대해 많은 학자들은 명쾌하게 한쪽 손을 들어줄 용기있는 ‘식품법원’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국립보건원을 비롯한 식품위생 관련 연구기관들은 좀처럼 ‘골치아픈’일에 끼어들려 하지 않는다. 알라사건 이후 이같은 경향은 더욱 두드러져, 민간단체들이 의뢰한 식품의 안전성검사를 반려하거나 연기시키고 있을 정도다.

물론 이같은 현상은 연구기관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식품위생 학자들도 사회적 반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연구는 착수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특정 식품의 섭취를 꺼리게 하는 결과가 나오면 섣불리 발표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몇 해전에 개고기에 부르셀라가 있다고 발표한 서울대 이영순교수가 발표 직후 수많은 협박으로 시달린 것은 그 좋은 본보기다. 자몽을 고발한 ‘시민의 모임’도 찬사와 아울러 극심한 언어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농약과 같은 화학물질의 분석이 이렇게 어렵다면, 더 까다로운 미생물의 분석은 어디서 해야하나?”고 걱정한 한 식품위생학자는 전문적인 ‘식품법정’의 개원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잘만 활용하면 불필요한 마찰음을 줄이고 국민보건의 향상을 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농축산물 수입압력에 대항하는 강력한 무기로 사용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일본은 ‘아플라톡신’이라는 곰팡이를 근거로 우리의 농산물 수출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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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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