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쥐의 보드라운 털에 코를 부비며 속삭였다.
“유 러브 미(You love me)?”
그러자 모래쥐가 고개를 끄떡인다. 과연 말이 되는 소리일까. 미국 사우스앨라배마대의 조앤 시넛 박사팀은 손바닥보다 작은 동물인 모래쥐를 훈련시킨 결과 사람의 모음 소리를 구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결과는 지난 11월 27일부터 12월 1일까지 열린 미국 음향학회에서 발표됐다.
시넛 박사팀은 소리를 언어로 인지하기 전단계인 유아기에는 소리의 차이를 어떻게 구분하는지 연구하기 위해 실험동물을 찾았다. 처음에는 원숭이를 상대로 실험했지만 너무 똑똑해 언어의 음소를 모두 구분할 수 있었다. 그래서 선택한 동물이 ‘몽골리안 저빌’(Mongolian gerbil), 일명 모래쥐였다. 실험실 속 모래쥐의 눈앞에 두 개의 먹이통을 각각 왼쪽과 오른쪽에 놓아뒀다. 미리 녹음해둔 모음 소리를 1초 간격으로 반복해 들려주며 특정 모음의 소리를 들려줄 때는 어느 한쪽 통에 먹이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시켰다. 그 다음 you의 ‘우’(oo)와 me의 ‘이’(ee), paw의 ‘오’(aw)와 American의 ‘아’(ah) 같은 모음 10쌍을 실험하자 모래쥐는 금세 규칙을 깨닫고 먹이가 있는 통으로 달려갔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모래쥐의 능력도 제각각이었다. 잭슨과 워싱턴이란 이름의 모래쥐는 열 번에 아홉 번 비율로 모음을 구분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모래쥐 링컨은 정답률이 절반 이하였다. 시넛 박사는 “특정한 모음이 다른 모음보다 더 구별하기 쉬운 까닭은 모음을 발음할 때 혀의 높낮이나 위치가 변하고, 모음 소리의 진동수가 각기 다르기 때문”이라며 “모래쥐를 연구하면 인간이 언어를 인지하는 과정을 밝힐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