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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

물에서 더 잘 달리는 수륙양용차

「나보다 더 못생긴 동물 있으면 나와 보라」고 큰 소리치는 「물에서 사는 말」
 

물에서 더 잘 달리는 하마


올여름과 같이 작열하는 날씨앞에서는 장사가 따로 없다. 동물원의 동물들도 하나같이 더위에 지쳐 축 늘어진다.

사람도 몸집이 큰 사람이 더위를 더 많이 타듯이 동물들도 코끼리나 하마(河馬)와 같이 덩치가 큰 녀석들일수록 더위를 더 못견디는 모양이다.
원래 하마는 아프리카의 적도지방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땀샘이 잘 발달돼 있다. 올 여름처럼 기온이 30℃를 웃돌기 시작하면 하루종일 물속에서 지내면서도 땀을 많이 흘리곤 한다.

그런데 하마의 땀은 색깔이 적색이어서 마치 피땀을 흘리는 것 같아 보인다. 이 때문에 동물원을 찾은 일부 관람객들은 애를 태운다. 하마가 상처를 입은 줄 알고 동물원 관리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하마가 상처가 나서 피를 흘린다"고 신고하는 사람도 있다. 직접 동물병원으로 달려 와서 빨리 치료해 주라고 성화를 부리기도 한다.

물 밖에서는 힘 못써

육상동물 가운데 코끼리 다음으로 크다는 이 하마는 2종 2속이 분포한다. 그중 가장 일반적인 하마인 나일강하마의 몸의 길이가 약4m , 어깨높이 약 1.5m, 몸무게는 2.8~3.2t이나 된다. 학명은 Hippopotamus amphibius다. 다른 한 종인 꼬마하마는 영어로 pigmy hippopotamus다. 학명은 Choeropsis liberiensis로 몸의 길이 약 1백50cm, 어깨높이 77~83cm, 그리고 몸무게는 1백80~2백60kg이다.

이 거대한 하마라는 동물은 생김새 부터 특이하고 행동 또한 재미있다. 하마는 소나 염소와 같은 우제류(偶蹄類)의 일종이다. 그러나 밥통은 하나밖에 없어 되새김질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 그들과 다르다. 그런 면으로 보면 돼지와 가까운 동물이지만 네개의 발굽을 모두 땅에 대고 서는 것은 딴 우제류에선 볼 수 없는 특이한 모습이다.

이렇게 틀림없는 우제류임에도 불구하고 기제류(奇蹄類)인 말(馬)에서 따온 하마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이는 라틴어 '히포포타무스'(물에 사는 말이란 뜻)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동물원 하마사(舍)에서 하마들을 관찰하고 있다 보면 자녀들에게 하마를 가리키며 "저건 물소라고 한단다.""저 동물은 물에서 사는 물돼지야"라고 일러주는 부모들을 자주본다. 그때마다 필자는 그렇게 부르는 것이 오히려 타당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곤 했다.

하마의 몸집은 무척 둔하고 무겁게 생겼을 뿐만 아니라 네다리는 균형잡히지 않은 데다 약하고 짧아 배가 땅에 닿을 것만 같다. 반대로 머리와 목은 너무 크고 무거워 지상에 있을 때는 몸을 지탱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래서 주둥이를 땅에 대고 있는데 그것도 잠깐이다. 곧 피로를 느껴 그만 땅바닥에 몸을 내던지고 널브러지곤 한다.

또 머리가 크다고 해도 입이 차지한 부분이 대부분이고 귀중한 뇌가 담긴 부분은 아주 작다. 옆으로 찢어진 입은 그 길이가 무려 50cm나 된다. 입을 딱 벌리면 가위 큰 수박 두개 정도는 넉넉히 들어가고도 남을만하다. 자두알만한 이빨은 38~40개이고 아래턱의 송곳니가 특히 발달해 있다. 수놈의 경우 이 송곳니가 계속 자라 최고 1백20cm나 되는 놈도 있었다고 한다.

하마의 기괴한 모습은 역시 얼굴에 잘 나타나 있다. 커다란 입에 비해 귀는 너무 작다. 툭 불거진 채로 늘 겁먹은 듯한 눈, 여덟팔자로 생긴 콧구멍은 가관이다. 또 눈과 코사이는 거리가 한참 떨어져 펑퍼짐한 말안장같이 생겼다. 정말 귀여운 데라곤 하나도 없다.

또 귀와 눈 코를 자세히 살펴보면 모두가 수평선상에 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녀석이 물에 들어가있을 때 머리를 수면밖으로 쳐 들면 다른 부분은 모두 물에 잠기게 된다. 그러나 귀 눈 코만은 늘 물밖으로 내놓고 있게 마련이다. 이때 갑자기 외적이 나타나면 곧 물속으로 잠수해 버린다. 동시에 콧구멍이 닫히고 귀는 뒤로 젖혀진다. 그러나 눈만은 흙탕물 또는 자신의 배설물로 더러워진 물속에서 뜨고 있다. 이런 행동으로 외적을 놓치지 않고 감시하는 것인지···

생태와 습성 또한 특이하다. 하마는 현재 아프리카의 여러 곳에서 살고 있으나 옛날에는 유럽에서도 서식했던 흔적이 남아 있다. 유럽의 여러 지역에서 가끔 화석이 발견되는 것이다.

볕이 뜨거울 때는 온종일 물속에서 사는 하마지만 그렇다고 수중생활의 전문가는 아니다. 눈과 콧구멍이 높이 돌출한 점은 개구리와 흡사해 수륙양서(水陸兩棲)할 수 있으나 하마는 물이 없어도 죽지 않는다.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지면 하마무리는 먹이를 찾아 뭍으로 오른다. 자주 배설되는 대소변을 짧지만 힘센 꼬리를 좌우로 내저어 되도록 넓게 흩뜨려 놓는다. 향기로운 풀과 나뭇잎을 따라 마냥 거닐면서 먹기에 열중한다.

하마는 야간여행을 할 때 이렇게 곳곳에 뿌려 놓은 자신의 배설물의 냄새를 나침반으로 삼는다. 여행도중에 큰 비라도 만나 배설물이 모두 씻겨 내려가면 하마는 원래의 장소에 되돌아가지 못하고 방황한다.

창경원은 하마동물원

하마가 식사하는 모습을 보면 우습기 짝이 없다. 입술은 마치 바짝 굳어버린 해삼살과 같이 굳기만 했지 제대로 움직이지도 않을 뿐더러 신경도 전혀 통하지 않을 듯이 딱딱해 보인다.

하마의 입을 벌려 이빨을 살펴 보면 초식동물이 마땅히 갖춰야 할 예리한 앞니가 퇴화돼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따라서 그들은 이빨로 베어 먹지 못한다. 다만 아래턱 가운데에 있는 두개의 이가 수평으로 쭉 내뻗고 있을 뿐이다. 이빨 모두가 이 모양이니 음식을 먹을 때 애로사항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나 '굼벵이도 기는 재주는 있다. 묵진한 입술을 땅바닥에 턱 내놓고 갑자기 입을 떡 벌리면 순간적으로 입안에 생긴 압력에 의해 사료가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하는 기술을 갖고 있는 것이다.

아프리카에 가면 이 기묘한 동물의 어미와 새끼가 노니는 모습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그러나 동물원에서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그 새끼를 낳는 일이 여간 힘들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는 1917년 9월 창경원에서 처음으로 새끼를 낳은 일이 있다. 그후 매년 10여차례 출산에 성공해 외국에 수출까지 했다. 그래서 창경원 동물원을 하마동물원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하마의 발정기간은 2, 3일간 지속된다. 이때가 되면 암수놈이 약속이나 한듯 먹이도 잘 안 먹고 사육사의 접근마저 꺼려한다. 수놈은 무슨 냄새라도 맡았는지 암컷의 꽁무니에 바싹 코를 대고 따라다닌다. 암놈은 부끄러운 척 하지만 그래도 싫지는 않은지 풀(pool)을 빙빙 돌며 꼬리를 친다. 애가 타는 수컷은 점점 숨가쁘게 암컷을 추격한다. 어느새 풀은 태풍에 뒤집힌 바다와 같이 변한다. 교미는 이렇게 통상 물속에서 이루어진다.

수태가 되면 그 징조는 3개월 뒤에 나타난다. 보통 임신기간은 1백90~2백10일로 알려져 있다. 외국의 한 동물원에서 23마리의 하마를 조사·관찰한 결과, 평균 임신기간은 1백 99일이었다. 분만도 물속에서 한다.

어린 새끼 중에는 몸무게가 44kg이나 나가는 놈도 있다. 어미는 두개의 젖꼭지를 하복부에 갖고 있는데 물속에서 포유하거나 육지에서 옆으로 누워서 젖을 준다. 새끼는 4~8개월 동안 어미곁에서 떠나지 않고 어미의 보호 아래 성장한다. 수명은 35~50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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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김성원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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