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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한랭화를 주도하는 대빙하

그 생성과 소멸의 파노라마

지구 전 육지면적의 10분의 1을 차지하는 빙하. 하지만 「얼음세계」는 아직 수수께끼에 쌓여 있다.

유럽의 상징인 알프스산맥을 이루는 고봉들은 만년설로 덮여 있다. 누가 봐도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절경이다. 이 고봉들로부터 흘러내리는 빙하도 알프스의 명성을 뒷받침해 준다. 이 빙하는 알프스산맥 주변부에 빙하퇴적층을 넓게 발달시키고 있다. 그 때문인지 알프스의 주변에 거주하는 스위스나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빙하퇴적층의 특징을 잘 알고 있다.
 

빙하면적은 전육지의 약 10%에 이른다. 사진은 아르헨티나의 빙하
 

빙기와 간빙기가 교차되고

19세기 초반, 스위스의 저명한 고생물학자인 아가시즈(Jean Louis Agassiz, 1807~1873년)가 본격적인 빙하연구의 첫 걸음을 내디뎠다.

그는 알프스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서 현재의 빙하가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어느 한 지역에 빙하퇴적층이 넓게 분포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 먼 곳에 빙하퇴적층이 형성된 것으로 보아 빙하가 현재보다 훨씬 더 넓은 지역을 덮은 시기가 반드시 있었을 것이다."

아가시스는 이런 가정을 했다. 아울러 지구의 기온이 현재보다 훨씬 더 하강했던 시기가 틀림없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는 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그후 유럽의 북부와 영국 등지를 여행하면서 빙하퇴적층의 분포를 조사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현재의 빙하가 도저히 도달할 수 없을 것으로 여겨졌던 유럽 북부와 영국 대부분의 지역에 빙하퇴적층이 넓게 발달돼 있었다. 아가시즈는 이 사실을 좀 더 확실히 입증하기 위해 북미대륙으로 건너가 그 곳은 넓은 지역을 답사했다. 그곳에서도 그는 마찬가지 결론을 얻어냈다. 현재 단 하나의 빙하도 존재하지 않는 북미 대륙의 중동부지역에서 빙하퇴적층을 찾아 낸 그는 빙하작용의 유력한 증거들을 다수 확보할 수 있었다. 마침내 1837년에 그는 지질시대 최후기(期)인 신생대 제4기에 대빙하기가 있었음을 제창하기에 이르렀다. 즉 제4기의 지구에 한랭기후의 내습이 있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아가시즈의 노력으로 제4기 빙하기가 확인된 후 새로운 사실들이 연달아 밝혀졌다. 이를테면 이 제4기 빙하기 내내 찬 기후가 계속된 것이 아니라 온난과 한랭이 교차했음을 알아냈다. 오늘날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따뜻했던 시기가 빙하기 사이사이에 존재했다는 사실을 빙퇴석층 사이에 끼여있는 온난성 퇴적층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것이다.

따라서 제4기 빙하기중 한랭했던 시기를 빙기(氷期), 그 사이의 온난했던 시기를 간빙기(間氷期)라고 부르고 있다. 북미대륙에서는 4회의 빙기와 3회의 간빙기가, 알프스지역에서는 5회의 빙기와 4회의 간빙기 그리고 지중해지역에서도 5회의 빙기가 있었음이 인정됐다.

최근에 이뤄진 연구에 따르면 빙기에는 무조건 춥고, 간빙기라고 해서 예외없이 따뜻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 시기(간빙기 또는 빙기)에도 한랭한 기후와 온난한 기후의 반복현상이 자주 발생, 기온의 변화는 아가시즈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양상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제4기 대빙하기는 지금부터 약2백만년 전에 시작됐다. 그 마지막 빙기가 사라진 것은 약 1만년 전으로 추정된다.

 


설원으로 변한 만년설

그러면 빙하란 무엇이며 또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빙하의 형성과정을 직접 관찰할 수 없다. 아무리 높은 고산(高山)에 내린 눈이라 할지라도 여름을 지나는 동안 다 녹아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의 고도가 3천~4천m 이상으로 높아지거나 북극 또는 남극으로 접근해 가면 1년동안 내려서 쌓인 눈의 양과 1년동안 녹아내린 눈의 양이 평형을 이루는 지점에 도달하게 된다. 흔히 이 지점을 설선(雪線)이라고 한다. 이 설선을 지나서 더 높은 곳에 이르면 1년동안 내린 눈의 양이 녹는 양보다 많아진다. 따라서 눈은 계속 쌓이게 된다. 현재 적도에서의 설선은 해발 5천m로 알려져 있는데 적도에서 양극 쪽으로 갈수록 설선의 높이가 점차 낮아진다. 따라서 양극에서는 설선의 높이가 0m가 되고 만다.

설선보다 더 높은 곳에서는 계속 눈이 쌓이게 마련이다. 이렇게 계속해서 눈이 쌓이면 위에서 누르는 압력을 받아 바닥의 눈이 알갱이모양의 얼음으로 변하게 되는데 이를 만년설이라 한다. 만년설은 점차 단단한 형체로 굳어져서, 결국 어떤 고정(固定)된 면적을 차지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설원(雪原)이다.

설원으로 변한 만년설은 시간이 흐를수록 두께가 두꺼워지는데 이런 성장한 설원은 얼음 스스로의 무게와 지형의 지배를 받으며 정처없이 흘러 내리기 시작한다. 이렇게 이동하기 시작한 만년설을 빙하라고 부른다.

빙하는 흘러 내리면서 그 측면과 하부를 깎아낸다. 아울러 깎아낸 막대한 양의 퇴적물을 얼음속에 담아 운반한다. 이처럼 빙하는 흘러 내리는 동안 침식작용과 퇴적작용을 거듭함으로써 주변지형을 특이한 빙하지형으로 바꿔놓기도 한다.

빙하중에서도 비교적 평탄한 육지 안에서 넓게 발달한 것을 가리켜 내륙빙하(內陵氷河)라고 한다. 그중 그 규모가 아주 큰 것을 대륙빙하 또는 빙상(氷床)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현재 그린랜드 알래스카 남극대륙에 발달돼 있는 거대한 빙하들이 여기에 속한다.

이 빙하들은 그 중심에서 사방으로 운동하는데 그 말단(末端)은 가파른 빙벽(氷壁)을 형성한다. 이 빙벽의 일부가 바다에 떨어지면 흔히 말하는 빙산(氷山)이 된다.

 


빙하가 녹으면서 지반이 상승해

앞에서 이미 얘기했듯이 아가시즈는 제4기 빙하기의 존재를 빙하퇴적층의 분포면적을 통해 입증했다. 실제로 빙하가 차지하는 땅은 엄청나게 광대하다. 현재 지구상에 분포하는 빙하의 면적은 전 육지면적의 약 10%에 이른다. 그 주요 분포지는 그린랜드 알래스카 남극 등지이고 알프스산맥 히말라야산맥 등 높은 산맥에도 산빙하(山氷河)가 발달돼 있다.

그러나 제4기 빙하기의 어떤 빙기중에 전 육지연적의 30% 정도를 빙하가 점유한 적도 있었다. 현재의 빙하면적의 거의 세배가 되는 광대한 지역에 빙하가 발달돼 있었던 것이다. 예를 들면 유럽의 중부 이북, 영국의 대부분, 시베리아의 대부분, 북아메리카의 5대호 남부에서 당시의 빙하흔적이 관찰된다.

최근에 실시된 지진파탐사에 따르면 그린랜드와 남극대륙에는 두께가 3천~4천m에 달하는 두꺼운 빙하가 형성돼 있다고 한다. 실로 상상하기 어려운 대빙하다. 그러나 제4기 빙하기의 빙기중는 이만한 대빙하가 드물지 않게 존재했을 것으로 보인다. 학자들은 북아메리카와 스칸디나비아반도에도 3천~4천m급의 두꺼운 빙하가 형성돼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예로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는 마지막 빙기가 끝난 1만여년 전부터 그곳에 쌓였던 두꺼운 얼음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 얼음에 덮여 눌려있던 지반이 점차 올라오게 됨으로써 5백~6백m의 지반 상승 기록을 나타냈다.

빙기와 간빙기의 극심한 기후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한 동식물의 이동 발생 절멸에 따라 생긴 화석군(群)은 빙하기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들이다. 또 심해저(深海底) 퇴적층에서 산출되는 유기물의 패각(貝殼)과 골질부(骨質部)도 빙하기의 신비를 밝히는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자료들이다. 또 산소동위원소를 활용해 고수온(古水溫)을 측정함으로써 빙하기의 실체와 접근해가고 있다.

육지와는 달리 빙(氷)퇴석층이 발달되지 않은 해저퇴적층을 대상으로 한 빙하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해저퇴적층에서 발견되는 화석군의 변화와 산소동위원소의 측정이 빙기에 일어난 일들을 알아내는데 중요한 열쇠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중 한두가지 예를 들어 보자. 물속을 떠다니는 부유성 유공충(浮遊性 有孔虫) 중 하나(Globigerina menardii)는 따뜻한 바다 표면에서 사는 온난성 유공충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대서양 북부의 깊은 바다에서 채취한 퇴적층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퇴적층의 최상부(현세)에서는 이 유공충이 다량 산출되지만 하부로 내려갈수록 점차 감소하다가 어떤 부분에 이르러서는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이 공백부분을 지나면 그 유공충이 다시 다량으로 산출되는 흥미로운 결과를 얻어냈다.

그후 학자들은 이같은 산출빈도의 변화가 제4기 빙하기의 마지막 빙기와 현세 사이에 나타난 기후변화와 완전히 일치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빙기에는 이 유공충의 산출이 전혀 없다가 온난한 기후를 보이는 간빙기에는 이 종(種)이 다량 산출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산소동위원소 측정방법은 잘 알다시피 미국 시카고대학의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유레이(Urey)박사가 최초로 시도한 과거진단방법이다. 산소의 동위원소인 ${}^{16}O$과 ${}^{18}$O의 비(比)를 측정, 바다의 고수온(古水溫)을 알아내는 것이다.

바닷물 속에 녹아있는 이산화탄소(${CO}_{2}$)내의 산소(${O}_{2}$)성분 속에는 ${}^{16}$O과 ${}^{18}$O의 양이 5백 대(對) 1의 함량비로 들어 있는데 이 비율은 해수의 온도변화에 따라 약간의 변화를 일으킨다.

마찬가지로 바닷물에 서식하는 유기물의 패각이나 골질부를 구성하는 탄산칼슘(Ca${CO}_{3}$)속에도 ${}^{16}$O과 ${}^{18}$O이 포함돼 있다. 이 ${}^{16}$O과 ${}^{18}$O 역시 바닷물의 온도변화에 상응하는 함량비로 들어 있으므로 이를 측정하면 당시의 해수온도를 알아낼 수 있다.

실제로 미국 마이애미대학의 에밀리언교수와 영국 캐임브리지대학의 샤클레턴(Shakleton)교수는 카리브해와 서적도(西赤道) 태평양 해저에서 채취한 유공충의화석을 각기 따로 분석했다. 그들은 산소동위원소 ${}^{16}$O/${}^{18}$O법을 활용, 자금부터 70만년 전의 고수온(古水溫)을 측정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측정기간 동안 바닷물의 온도는 6℃의 진폭을 가지면서 주기적인 변화를 일으켜 왔다고 한다. 즉 약 10만년을 주기로 온난한 시기와 한랭한 시기를 반복하면서 현재에 이르렀다는 결론을 얻은 것이다. 에밀리언교수는 또 이같은 해수온도의 변화를 알프스지역에서 나타낸 제4기 빙하기와 대비, 자신의 이론을 더욱 공고히 했다.
 

빙하의 장관을 보기 위해 남극까지 찾아오는 여행자들이 적지 않다.
 

한국과 일본이 서로 연결돼

빙하기중에 일어난 한랭한 기후와 온난한 기후의 반복적인 변화는 생물과 자연환경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예컨대 해수준면의 큰 변동을 초래했다. 빙기에는 육지에 큰 규모의 빙하가 형성되므로 상대적으로 해수준면이 대폭 떨어진다. 예를 들면 마지막 빙기인 비름(Würm) 빙기에는 해수준면이 현재보다 1백40m 정도 아래에 있었다. 아마도 이때는 현 대륙붕의 많은 부분이 육지로 노출돼 있었을 것이다. 또 현재 베링해협을 사이에 두고 분리돼 있는 시베리아와 알래스카가 연결돼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한 생물계의 이동도 불가피했을 것으로 보인다. 털매머드(wooly mammoth) 마스토돈(mastodon) 털코뿔소 사슴 큰동굴곰 등 수많은 동물들이 시베리아로부터 북미대륙으로 이동하고 인간들도 이때 유라시아에서 북미대륙으로 옮겨갔을 것이라는 추론이 유력하다.

그 당시엔 시베리아의 캄차카반도와 일본 훗카이도 지역도 육지로 연결돼 있었을 것이다. 이로써 매머드를 비롯한 한대성 동물들이 훗카이도로 진출하게 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한때(빙하기)는 한반도와 일본도 육지로 연결돼 있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또 대륙에 인접해 있는 동남아의 여러 섬들도 빙하기에는 대륙과 연결돼 있었고, 영국도 유럽에 붙어 있어 수많은 동식물의 이동이 가능했을 것이다.

반대로 간빙기에는 현재의 해수준면보다 다소 높은 해수준면이 형성돼 있었을 것이다. 앞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바다에서도 빙기와 간빙기의 온도변화에 따라 온수성 해서동물과 한수성 해서동물의 빈번한 이동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바다에서 살았던 유공충의 일종(Globigerina pachyderma)은 한수성 생물의 대표적인 예다. 이 생물은 그저 찬 물만 바라보고 살았다. 그런데 빙기 퇴적층에서 다량으로 산출되고 있는 또다른 유공충(Globorotalia truncanaea)은 찬 물에서는 자신의 소라형 껍질을 왼쪽으로 감는데 반해 따뜻한 물에서는 오른쪽으로 감는 형태적 변화를 일으켰다.

그러면 제4기 빙하기중 빙기에는 온도가 어느 정도 떨어졌을까. 슈바르츠바흐(M. Schwarzbach)교수의 추정에 따르면 적도 부근에서는 빙기와 간빙기의 온도차가 불과 2, 3℃ 정도 밖에 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고위도에 이를수록 빙기의 온도가 크게 떨어진다고 슈바르츠바흐는 주장했다. 그는 그 이유를 양극(兩極)지역에 형성된 두꺼운 빙하가 테양으로부터 오는 복사열을 강하게 반사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대체로 빙기가 맹위를 떨쳤을 때 중위도 지역의 온도는 현재보다 평균 8~10℃ 낮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간빙기에는 연평균 기온이 현재와 비슷했거나 2, 3℃ 정도 높았을 것이다.
 

남극의 작은 빙하. 얼음덩어리처럼 보인다.
 

지자기의 역전현상과 어떤 관계가 있나?

지구과학자들은 이 제4기 빙하기를 초래한 기후한랭화현상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그 원인을 설명하는 여러 가설들이 다양하게 제기됐다. 이 가설들을 크게 묶으면 기후 한랭화현상의 원인을 지구 자체에서 찾으려는 설과 지구 밖의 태양 또는 다른 천체에서 찾으려는 설로 구분된다.

전자를 내인설(內因說)이라고 한다면 후자를 외인설(外因說)이라고 할 수 있다. 내인설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대륙의 융기, 조산운동, 화산활동, 대기성분의 변화, 지자기의 역전, 대륙이동, 지구의 공전운동과 세차운동의 변화를 지구한랭화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반면 외인설을 내세우는 학자들은 운석의 충돌, 태양복사열의 변화, 은하계 내에서의 태양공전운동, 대전입자설 등을 들고 있다.

그중에서 흥미를 끄는 것은 지자기의 역전설과 지구공전 및 세차운동의 변화설, 이 두가지다. 기후한랭화의 원인으로 전자를 거론하고 있는 학자들은 제4기의 여러 빙기가 지자기역전사건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는 사실을 내세우고 있다. 예를 들면 북미대륙의 네브라스카(Nebrasca) 빙기의 시작은 올두바이 지자기역전사건(Olduvai event)의 시작과 일치하고 칸산(Kansan)빙기는 자라밀로 지자기 역전사건(Jaramillo event)과 같은 시기에 시작됐다는 점이 그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또 일리노이(Illinois)빙기의 시작이 약 42만년 전에 있었던 브루네스(Bruhnes) 정자기시대에 발생한 한 짧은 지자기역전사건의 끝남과 일치한다는 사실도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무튼 지자기역전 관련설을 펴는 학자들은 지구자장의 역전이 온도를 하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믿고 있다.

이와 관련된 또다른 주장은 지자기 역전현상이 온도를 떨어뜨리는 직접적인 동인(動因)은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즉 지자기의 역전현상이 화산활동을 촉발하는데 이 화산활동을 통해 생성된 화산재가 대기중에 퍼져 태양열을 차단함으로써 빙하기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한편 지구의 공전궤도와 세차운동 변화설은 제4기 빙하기의 빙기와 간빙기의 주기적인 반복을 합리적으로 설명, 한동안 학계에서 큰 주목을 끌었다. 이 가설은 유고슬라비아의 수리기상학자인 밀란코비치(Milancowitch)에 의해 처음으로 제창됐는데 이 설을 요약하린 다음과 같다.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지구는 타원궤도를 돌게 된다. 그런데 이 타원궤도의 초점이심률이 가장 작을 때와 가장 클 때가 4만8천년을 주기로 반복된다는 것이 밀란코비치이론의 첫번째 내용이다. 동시에 그는 지구 회전축이 태양의 궤도면과 이루는 최소각도인 21˚39에서 최대각도인 24˚36'으로 변하는 주기가 2만5백년임을 밝혀냈다.

지구 공전궤도에서의 타원이심률이 가장 크고 지구 자전축의 각도가 가장 작은 상태에 이를 때 북반구에서의 여름철 기온이 가장 낮아지게 된다. 이같이 기온이 떨어진 여름철에는 북위 65˚ 부근에서도 눈이 녹지 않고 그대로 쌓이게 된다. 이들 잔류빙하는 알베도현상에 의해 빠른 속도로 확대되는데 이에 따라 기온이 급격히 떨어져 빙기에 접어들게 된다고 밀란코비치는 설명하고 있다. 그는 이 이론을 실제로 적용해 과거 60만년 동안에 일어난 일조량의 변화를 계산해냈다. 아울러 약 60만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기후상태를 해석했는데 이 해석은 기존의 지질학적 및 고생물학적 자료와 잘 일치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이론으로는 제4기 빙하중 극히 일부만을 해석할 수 있을 뿐이다.

빙하기는 멀리 원생대 초기에도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어서 원생대 후기, 오르도비스기 후기, 석탄-페름기 등 오랜 지질시대를 통해 반복돼 왔다. 하지만 빙하의 원인규명은 아직 미해결인 채로 남아있다.

현재를 간빙기로 간주하고

우리 인류의 관심은 앞으로 지구의 기후는 어떻게 변할까 하는 문제다. 앞으로도 지구상의 모든 자연현상이 지금처럼 자연법칙에 잘 따른다고 가정하면 언젠가는 또다른 빙기가 내습해 올 것이 틀림없다. 실제로 현재를 빙기 사이에 있는 하나의 간빙기라고 보는 것이 과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그래서 현재를 후빙기(後氷期)라고 부르기도 한다.

설령 빙기가 다시 돌아온다고 해도 그것은 적어도 수천년 혹은 수만년 후의 일이 될 것이다. 때문에 절박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더구나 인간의 힘으로 이룩되고 있는 오늘날의 과학기술은 좋은 의미이든 혹은 나쁜 의미이든 간에 자연현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따라서 장래의 기후변화는 인간이 하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1992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이하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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