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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6평 우주아파트, 미르의 입주자들

우주체류 3대 장애 극복한 폴랴코프

수천개의 인공위성과 더불어 우주를 탐험했던 우주영웅은 유리 가가린을 비롯해 수백명에 이른다. 그 중에서도 미르의 우주영웅들은 더욱 돋보인다. 이들은 수백일 이상 우주에 머물렀던 진정한 우주인이었기 때문이다.
 

새논 루시드


우주에는 사람이 살고 있다. 이들은 날마다 10여차례씩 지구를 돌면서 우주환경을 연구하고, 신물질을 개발하고, 인류의 숙원인 화성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우주에 살고있는 사람은 러시아 출신의 아나톨리 솔로뵤프(49세)와 파벨 비노그라도프(44세), 미국의 데이비드 울프(41세). 16평 남짓한 러시아의 우주정거장 미르가 그들의 유일한 보금자리다.

1986년 최초로 미르에 거주했던 사람은 레오니드 키짐과 블라디미르 솔로뵤프. 키짐은 살류트 6호와 7호에서 2백50일 동안 생활했던 베테랑 우주비행사였고, 솔로뵤프는 살류트 7호에서 키짐과 함께 2백37일 동안 생활한 바 있었다. 그들은 소유즈 T15를 타고 지구궤도에 올라가 1백25일 동안 머물면서 미르의 ‘집들이’ 준비를 마쳤다.

그후 키짐과 솔로뵤프를 포함해 1백11명의 우주비행사들이 미르를 거쳐갔다. 이 중 42명은 미국의 우주왕복선 애틀랜티스호를 타고 와 1-2주일 정도 머물다 간 일종의 손님들이었다. 지난 11년 동안 1백일 이상 우주에서 살았던 사람은 54명에 이른다. 이들은 가히 ‘우주주민’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들이다. 미르에서 생활했던 우주주민 중 토박이를 꼽는다면 남자로는 러시아의 발레리 폴랴코프, 여자로는 미국의 새논 루시드일 것이다.

폴랴코프는 내과의사로 우주에 6백79일간 살다 온 우주 최장체류기록을 가지고 있다. 1942년 모스크바 근교에 있는 틀라에서 태어나, 모스크바 제1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1972년부터 우주비행과 관련된 의학 연구를 해왔다.

폴랴코프가 미르를 처음으로 방문한 것은 1988년. 당시 미르에 머물고 있던 블라디미르 티토프와 무사 마나로프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우주체류 1년에 도전하고 있었다. 폴랴코프는 그들의 건강을 돌보기 위해 파견된 것이다. 이때 그 역시 2백41일을 우주에서 보냈다. 6년 후 다시 미르를 방문해 그는 4백38일을 보냈다. 체력이 뛰어난 전문 우주비행사들을 제치고 그는 단일 최장기록과 합계 최장기록(6백79일)을 동시에 차지한 것이다.

폴랴코프는 우주에서 생활하는 동안 9백50여가지 실험을 했다. 인간이 우주를 여행할 때 가장 큰 장애는 무중력 상태, 방사능 노출, 심리적 스트레스 등을 들 수 있다. 무중력 상태에서 오래 머물면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간다. 또 무중력상태는 귓 속의 전정시스템을 마비시켜 균형감각을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그가 우주에서 돌아올 때는 등뼈가 8cm나 늘어났다고 한다. 그는 우주체류 3대 장애를 훌륭하게 극복한 우주영웅 중의 영웅이었다. 그는 96년 10월 아태기독군인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다녀간 바 있다.

새논 루시드는 여성으로선 가장 오랫동안 우주에서 살았던 미국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녀는 1943년 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났다. 오클라호마대학에서 생화학 박사를 취득한 후 대학강사, 의학연구센터 연구원, 기업연구원 등을 거쳐 1978년 미항공우주국의 우주비행사로 선발됐다. 이때의 나이는 35세로 이미 두명의 딸과 한명의 아들을 둔 어머니였다.

그녀는 1985년 6월 디스커버리호를 타고 올라가 7일 동안 우주에서 머물면서 생의학실험을 했다. 이때 3개의 통신위성, 멕시코 최초의 통신위성인 모렐로스 1호, 아랍의 아랍샛 1B호, 미국의 텔스타 3D 등이 지구궤도에 설치됐다.

두번째 우주여행은 1989년 10월 애틀랜티스호 탑승이었다. 그녀가 5일 동안 우주에 머무는 동안 유명한 목성탐사선인 갈릴레오호가 발사됐다. 세번째 우주여행은 1991년 8월에 있었다. 그녀는 9일 동안 우주에 머물면서 32가지의 물리, 재료, 생명과학 실험을 했다. 14일 동안 이뤄진 4번째 우주여행은 콜럼비아호를 통해서였다. 이때의 우주실험은 우주왕복선 사상 가장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48마리의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과 인간에 대한 각종 생리적인 검사가 이뤄졌다. 이때 이미 그녀는 미국 여성 중 가장 오랫동안 우주여행을 한 사람이 됐다.

4번의 우주여행을 마친 루시드는 미국인 최초로 미르에 체류할 우주비행사로 선발돼 러시아의 스타시티에서 1년 동안 훈련을 받았다. 그리고 1996년 3월 미르를 방문해 1백87일 동안 우주에 머물렀다. 그녀가 세운 우주체류기간은 모두 2백23일로 미국인 중 가장 많으며, 여성으로서는 세계 최고 기록이다. 미르에서 돌아왔을 때 그녀의 나이는 53세였다.

억척스런 두명의 과학자가 미르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는 동안 많은 나라에서 미르를 방문했다. 최초로 미르를 방문한 외국인은 시리아 공군비행사인 모하메드 파리스. 그는 1987년 소유즈 TM3을 타고 8일 동안 미르를 방문했다. 프랑스의 장 루 크레티엥은 고르바초프가 정권을 잡아 개방정책을 쓰면서 비동구권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미르를 방문하는 영광을 얻었다. 그는 1982년 서구인으로는 처음으로 살류트 7호에도 방문했던 유럽의 우주영웅이었다. 일본 도쿄방송(TBS)은 1990년 12월 창사 40주년을 맞아 50억엔(약 4백억원)을 들여 도요히로 아키야마 기자를 미르에 보냈다.

미르를 방문한 외국 우주비행사 중 눈여겨볼 사람은 바로 헬렌 샤만이다. 그는 1991년 미르에서 생활함으로써 영국 최초의 우주비행사가 됐다. 우리나라는 1996년 한국방송공사(KBS)에서 미르 특파원을 보내려고 했으나 예산 부족으로 무산된 바 있다.
 

(표)미르 방문 외국 우주비행사들^*미국 우주왕복선을 통해 방문한 외국 우주비행사는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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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홍대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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