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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들 어 진 신 리처드 도킨스 지음 | 이한음 옮김 (김영사, 604쪽, 2만5000원)


덤불에는 새들이 노래하고 강둑에는 온갖 곤충이 날아다닌다. 소년은 양손으로 턱을 괸 채 잔디밭에 엎드렸다. 그 순간 잔디밭이라는 세계가 팽창하면서 하나의 우주로 변하는 것 같았고 그는 그 경험을 종교적으로 받아들여 성직자의 길을 택했다. 아프리카의 정원에서 능소화의 밤 향기에 취한 채, 오리온자리와 큰곰자리 아래로 쏟아지는 은하수의 ‘음악’에 눈물을 글썽이는 소년이 있었다. 그 소년은 성직자가 된 소년과 마찬가지로 자연과 우주를 접하며 신비를 느꼈지만 그것을 초자연적인 믿음과 연결짓지 않았다. 결국 그 소년은 과학자가 됐다. 리처드 도킨스. 그는 노엄 촘스키, 움베르트 에코와 함께 세계 최고의 지성으로 손꼽힌다.

생물학자이자 철학자이기도 한 그는 ‘이기적 유전자’와 ‘눈먼 시계공’ 같은 전작에서 이미 창조론자들과 격한 논쟁을 벌였다. ‘만들어진 신’은 마치 ‘눈먼 시계공’의 연장선 위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저자는 종교의 ‘망상’을 걷어버리겠다고 결심이라도 한듯 6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으로 종교라는 현상 자체를 비판한다. 대담하게도 그는 신의 존재 자체가 하나의 과학적 가설이란 주장을 펼친다. 종교를 가진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꽤나 불편한 얘기다. 또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발단은 대부분 종교라고 말한다. 자신의 종교가 유일하게 참된 종교이며 모든 이단자들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탓에 종교전쟁이 빈번하게 일어났다는 것. 리처드 도킨스는 왜 이렇게 종교에 적대적일까.

그가 종교를 비판하는 이유는 철저하게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과학적 마인드 때문이다. 과학자들이 진화론을 맹신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면 그는 이렇게 말한다. “종종 과학자들도 ‘진리’를 추상적인 방식으로 정의한다는 점에서 근본주의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증거가 진화를 뒷받침하기 때문에 진화를 믿으며 그것을 반증하는 새 증거가 나오면 단번에 버릴 것이다. 진짜 근본주의자라면 그렇게 할 수 없다.”

결국 저자가 종교, 아니 더 정확하게는 근본주의 종교에 적대적인 까닭은 그것이 과학적 탐구심을 적극적으로 꺾으려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한때 원숭이였다는 생각은 아이들에게 삶의 목적 같은 것은 없다고, 그저 화학적 돌연변이로 만들어졌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는 주장이 저자의 귀엔 ‘헛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어쨌든 굉장한 ‘문제작’을 들고 나타난 그에게 쏠리는 ‘관심’은 뜨겁다. 탈레반 무장단체가 한국인 인질을 억류하고 있는 지금, 이 책은 과연 종교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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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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