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을 앞둔 표무드(가명) 양은 백화점에서 초가을 분위기에 어울리는 꽃무늬 원피스를 샀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원피스를 입고 거울 앞에 선 순간, 표 양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매장에서 옷을 입었을 땐 색이 화사하고 예뻤는데, 집에서는옷 색이 칙칙해 보였기 때문이다.
백화점같이 상품을 팔아야 하는 곳에서는 제품의 천연색이 잘 드러나도록 실내조명을 조절한다. 조명을 최대한 햇빛에 가깝도록 만든다는 말이다.
그런데 광도표준이 다르면 조명에 표시된 밝기와 실제 조명이 방출하는 빛의 양이 다를 수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하 표준연) 기반표준부 온도광도그룹 이동훈 박사는 “빛으로 고객을 사로잡는 ‘분위기 마케팅’을 하려면 먼저 조명의광도표준을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LED 조명 표준 잡는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조명은 전구다. 유리구 속 필라멘트가 빛을 내는 성질을 이용했다. 그렇다면 필라멘트가 내는 밝기는 어느 정도일까. 밝기의 정도를 나타내는 표준단위는 ‘칸델라’(candela, 기호는 cd)다. 칸델라는 초를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표준연은 광도표준을 정립하기 위해 표준광도계를 이용한다. 표준광도계는 백열등이나 형광등 같은 광원에서 나오는 빛을 전력으로 바꿔 광원의 밝기를 칸델라 단위로 정한다. 표준광도 1cd는 555nm(나노미터, 1nm=${10}^{-9}$m) 파장의 초록빛이 한 방향으로 나가면서 내놓는 에너지량, 즉 전력량 $\frac{1}{683}$W에 해당한다. 가정에서 흔히 쓰는 60W(와트) 전구가 60cd 정도다.
최근 실내조명은 물론 신호등, 간판에까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인기다. 빛을 내는 반도체인 LED에는 백열등이나 형광등에 쓰던 광도표준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LED는 빛이 사방으로 고르게 방출하는 백열등과는 달리 정면으로 나가는 빛이 측면으로 나가는 빛보다 밝고 색에 따라 밝기가 다르다. 이 때문에 표준연은 LED의 광도표준을 새로 만들었다.
과거 국내에서 생산하는 LED의 광도표준은 제각각이었다. LED를 생산하는 회사마다 LED 광도를 측정하는 표준이 달랐기 때문이다. 만약 부드러운 분위기를 조성하려던 사람이 광도표준에 어긋난 LED를 사용한다면 실내가 어두침침해질 수도 있어 분위기 마케팅에 실패할 수 있다.
표준연은 ‘표준 LED’를 만들어 측정분야 최고 권위지인 ‘메트롤로지아’ 2006년 5월호에 발표했다. 특정한 밝기를 내는 LED를 색깔별로 만든 것. 사용자는 표준 LED로 자신의 LED가 광도표준에 맞는지 손쉽게 비교할 수 있다. 표준연은 현재 표준 LED를 만드는 기술의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또 국내뿐 아니라 대만과 인도의 외국 표준기관에 표준 LED를 보급하고 있다. 이 박사는 “LED의 광도표준오차를 3% 이하로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고객의 기분과 눈을 사로잡으려는 판매자라면 실내조명의 광도표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