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밤하늘에는 봄철 별자리가 계절의 흐름에 맞춰 부지런히 발길을 옮기고 있다. 그 중 목동자리는 큰곰자리를 쫓듯 서쪽하늘로 이동하는데, 큰 두 별자리 사이에 있는 사냥개자리도 목동의 손에 이끌려 함께 큰 곰을 쫓는다.
그런데 어두운 별 2개로 이뤄진 작은 사냥개자리의 가장 밝은 별에는 ‘봄밤의 추격전’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17세기 영국 왕이었던 찰스 2세의 이름이 붙어있다. 찰스 왕은 왜 이 별에 자신의 이름을 붙였을까.
천문학자는 죽어서 별이름을 남긴다
오늘날 알려진 유명한 별이름 대부분은 고대 아라비아 지역에서 전해졌다. 큰개자리 시리우스(개의 별)나 사자자리 레굴루스(작은 왕)처럼 밝은 별에 별자리의 의미를 담아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고대로부터 전해지는 이름만으로는 수많은 별을 구별해 부를 수 없다. 그래서 독일의 천문학자 요하네스 바이어는 1603년 별에 이름을 붙이는 새로운 방식을 만들었다. 별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부터 차례대로 알파(α), 베타(β), 감마(γ) 같은 그리스 문자를 붙이는 방식이다.
별자리에 그리스 문자의 개수보다 별이 많이 있다면 어떻게 할까. 1729년 영국의 천문학자 존 플람스티드는 이런 경우에 적용할 수 있는 명명법을 만들었는데, 이는 별자리의 가장 서쪽별부터 차례대로 아라비아 숫자를 붙이는 방법이다.
오늘날 성도에서 사용하는 별의 공식이름은 대부분 이 세 가지 방법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별에 자신의 이름을 붙이려는 권력자들의 노력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유명한 천문학자가 천문학을 장려하는 권력자의 명예를 기려 별이름을 헌정하는 방식이었다.
대표적인 예가 6월 밤하늘을 장식하는 사냥개자리 ‘찰스의 별’이다. 사냥개자리 알파별인 이 별의 공식 명칭은 ‘코르 카롤리’로 ‘찰스의 심장’이란 뜻이다. 핼리혜성을 발견한 사람으로 유명한 영국의 천문학자 에드먼드 핼리가 1660년 당시 영국 국왕이었던 찰스 2세를 기려 성도의 사냥개 그림에 심장 모양의 목걸이를 그려 넣으며 이 이름을 붙였다. 권력자를 기려 만든 별이름은 일시적으로 사용되다가 대부분 곧 사라졌지만, 찰스의 별은 유일하게 오늘날까지 남아있다.
이에 비해 별에 붙어 있는 과학자의 이름은 훨씬 생명력이 길다. 과학자가 어떤 별에 대한 중요한 과학적 사실을 밝혀내면 그 별에 과학자의 이름을 붙인다. 1916년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워드 버나드가 뱀주인자리에서 고유운동(천구 상에서 별이 1년 동안 움직인 거리)이 가장 큰 별을 발견했는데, 이 별에는 ‘버나드의 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비록 맨눈으로 볼 수 없는 어두운 별이지만 버나드는 당당하게 하늘에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
비슷한 경우로 발견자인 네덜란드 천문학자 야코부스 캅테인의 이름을 딴 ‘캅테인의 별’이 있다. 이 별은 버나드의 별이 발견되기 전까지 고유운동이 가장 크다고 알려졌던 별이다.
독일의 천문학자 아드리안 반 마넨이 발견해 ‘반 마넨의 별’이란 이름이 붙은 별도 있다. 이 별은 물고기자리 방향에 있는 백색왜성으로 우리은하를 매우 빨리 가로질러 가는 별로 유명하다.
특이한 별의 모습 때문에 발견자의 이름이 붙은 별도 있다. 하늘에서 가장 붉은 별로 알려진 ‘허셜의 석류석별’(Herschel’s Garnet star)에는 이 별의 발견자인 영국의 천문학자 윌리엄 허셜의 이름이 항상 따라다닌다. 영국의 천문학자 존 하인드가 토끼자리에서 발견한 ‘하인드의 진홍색별’(Hind’s Crimson star)도 같은 경우다.
비록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우리나라 과학자의 이름이 붙은 별도 있다. 바로 ‘원철성’(源喆星)이라는 이름이 붙은 독수리자리의 에타별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이학박사인 이원철 박사가 이 별이 주기적으로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며 밝기가 변하는 맥동변광성이라는 사실을 밝혀 붙인 이름이다.
밤하늘 별 파는 ‘21세기 김선달’
미국의 민간기업 USC(Universal Star Council)는 1979년부터 별에 이름을 붙여 파는 사업을 해왔다. 이 업체는 고객이 원하는 이름이 수록된 별 목록이 미국 국회도서관에 공식적으로 보관된다고 광고하며, 요청한 사람의 이름을 작은 별에 붙여주고 돈을 받는다. 하늘에 떠있는 별을 판다는 얘기니 대동강 물을 팔았다는 봉이 김선달이 울고 갈 만하다.
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별이름을 산 사람 중에는 별에 자신의 이름을 붙이는 사람도 있지만, 먼저 세상을 떠난 친지의 이름을 붙여 죽음을 애도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붙여 선물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 업체에서 별을 사 간 사람들은 실제로 그 별의 공식 이름이 자신이 요구한 이름으로 바뀌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대학 천문대에 그 별을 아느냐고 물어볼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별에 이름을 붙여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국제기구인 국제천문연맹(IAU)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 어디에서도 소유권을 인정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권력을 이용해 별에 자신의 이름을 붙였던 옛날부터 업체에 돈을 주고 별 이름을 사는 지금까지 별에 이름을 붙이려고 했던 사람은 많았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공식적인 방법이 아니다.
현재 어떤 별에 자신의 이름을 붙일 수 있는 방법은 그 별을 연구하는 유명한 천문학자가 되는 일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이마저도 대단히 드문 일이다.
별이 아닌 다른 천체에 대해서는 자신의 이름을 붙이는 방법이 몇 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혜성을 발견하는 방법이다. 혜성은 보통 발견자의 이름을 딴다. 소행성의 경우에는 발견자의 이름을 붙일 수 없다. 하지만 그 대신 발견한 사람이 원하는 이름을 붙일 권리를 갖는다.
한국천문연구원은 보현산 천문대가 2004년 발견한 5개의 소행성에 국제천문연맹의 최종 승인을 받아 ‘최무선’ ‘이천’ ‘장영실’ ‘이순지’ ‘허준’처럼 한국인 과학자의 이름을 붙였다.
진정으로 밤하늘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고 싶거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별이름을 선물하고 싶다면 새로운 혜성이나 소행성을 발견해야 한다.
이달의 천문현상 초저녁 서쪽하늘 밝히는 금성
요즈음 해가 진 뒤 서쪽하늘을 바라보면 대단히 밝은 ‘별’ 하나가 어두워 가는 밤하늘을 붙잡고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라고 무시하며 넘어갈 수도 있지만 잠시라도 걸음을 멈추고 그 천체를 찬찬히 살펴보자.
다른 별에 비해 유달리 밝게 빛나는 이 천체는 금성이다. 미의 여신 ‘비너스’란 이름이 붙은 행성답게 그 빛이 매우 아름답다.
금성은 올해 봄과 여름 밤하늘을 빛내는 대표적인 행성이다. 지난 1월말 초저녁 서쪽하늘에 모습을 드러낸 뒤 계속해서 고도가 높아진 금성은 6월 9일 동방최대이각에 이른다. 동방최대이각이란 지구에서 볼 때 금성이 태양에서 동쪽으로 가장 멀리 떨어지는 시점으로 이즈음 금성이 초저녁 서쪽하늘에 가장 높이 떠오른다.
이때부터 금성은 점점 지구에 가까워져 7월에 올해 최고 밝기를 기록한다. 가장 밝게 보이는 때는 7월 12일로 이즈음 금성의 밝기는 무려 -4.4등급에 이른다.
올해 천체망원경으로 달처럼 차고 기우는 금성의 위상 변화를 관측하기에 가장 좋은 시점은 6월에서 7월 사이다. 행성의 위상 변화 관측에 관심이 있다면 날마다 맨눈으로 금성의 위치를 측정하고 천체망원경으로 매일 변하는 금성의 크기와 모양을 관찰하며 기록해 보자.
전성기를 맞이한 금성을 ‘축하’하는 또 하나의 사건이 있다. 6월말~7월초 토성이 금성에 접근한다. 두 행성이 실제 우주공간에서 접근하는 것은 아니고 우리가 봤을 때 마치 붙은 것처럼 가까이 위치한다는 얘기다.
가장 가까이 접근하는 시점은 7월 1일로 금성에서 북쪽으로 41´ 떨어진 지점에 토성이 위치한다. 달의 시직경이 30´ 임을 생각한다면 두 행성이 얼마나 가깝게 접근하는지 가늠할 수 있다. 토성의 밝기는 0.6등급 정도로 금성보다 어둡지만, 바짝 붙은 밝은 두 천체가 나란히 어우러져 멋진 광경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