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침은 미치지 못함보다 나을 게 없다. 중독성이 심한 머드는 탐닉자의 육체와 정신을 해치기 일쑤다. 이 때문에 반머드운동가들은 "당연히 머드는 법으로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머드(MUD:Multi-User Dungeon, MultiUser Dimension)게임은 일반 게임류와는 달리 전화선을 통해 적게는 수십에서 많게는 수천명에 이르는 다수의 이용자들이 한 게임에 동시에 참여한다는 매우 특이한 성질을 갖고 있다. 내부는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는 '채팅'과 이용자들이 마음대로 돌아 다닐 수 있도록 개념상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형태의 '가상공간'이 제공되므로 채팅이나 게임 매니아라면 한 번쯤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강한 매력을 풍긴다.
그러나 일단 머드에 맛을 들이고 나면 여간해서는 빠져 나오기 힘들 정도로 강한 중독 증세를 느낀다는 것이 머드 게임을 경험해 본 이용자들의 공통된 소감이다.
외국에서는 '편집증 환자 제조 프로그램'이라고 불릴 정도로 강한 중독성을 띄고 있는 머드 게임. 이를 바라보는 각계의 시각은 천차만별이다. 단순히 게임의 일종으로 간주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신병을 치료하는 심리학적 도구로 보는 의학자도 있다. 또한 학계에서는 사회나 정치 현상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고마운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보는 사회학·정치학 교수도 적지 않은 편이다.
호주에선 국법으로 금지
순수하게 재미만을 추구하기 위해 탄생됐던 초창기 머드는 점차 퍼즐과 전투, 요술, 간단한 정치·경제 시스템, 어드벤처 등의 요소가 가미되면서 형태 변형을 거듭했다. 문제는 여기에 무협지적인 요소가 도입되면서부터 전문가와 사회단체들이 '머드는 정신 건강을 위협하는 중독성 강한 게임'이라고 경고하기 시작한 것에 있다.
이들은 "머드 이용자들은 가상현실에 파묻혀 현실세계로 빠져 나오기를 꺼려하고, 또한 단 하루도 게임에 접속하지 못하면 견디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중독 증상을 보이며 현실적으로 실생활과 매우 동떨어진 생활을 한다"고 분석하고 "머드는 여러모로 해로우므로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머드가 너무 좋아 모 국산 머드 게임의 시나리오 제작에 직접 참여한 적이 있다고 밝힌 한 고등학생은 "방학 때면 근처 대학 전산실에 찾아가 하루 16시간씩 머드에 매달린 적이 있다"고 고백했을 정도다. 외국에서는 밥먹는 시간 조차 아까워 아예 식사를 빵과 우유로 대신하며 몇십일 동안을 게임에 매달리는 머더(MUDer:머드狂)가 많다는 해외기사를 보면 이들 안티머드(Anti-MUD) 단체의 주장도 꼭 틀린 것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안티머드 단체는 머드가 "쓸데없이 전산망 자원을 낭비하며 정신 건강까지 해친다"고 주장한다. 안티머드 단체가 실제로 머드 탄압을 단행했던 대표적인 사례는 오스트레일리아. 대학과 은행, 정부 등이 한 전산망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5년전에 급증한 머드 이용자가 전산망을 장시간 점거, 시스템이 자주 다운되자 아예 머드 이용을 국법으로 금지시켜 버렸다.
정신 건강에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 역시 심각하다. 머드 게임에 사용되는 명령어들은 대부분 일상 생활용어체인데, 이들 명령어와 게임에서 내보내는 상황 설명이 매우 폭력적이며 잔인하기 짝이 없어 만약 자기 자녀가 이러한 게임을 한다는 사실을 부모가 안다면 '백이면백' 게임을 금지시킬 것이 분명할 것으로 보인다.
국산 머드나 외국 머드를 막론하고 한 때 대부분의 머드에는 이용자가 어느 곳을 돌아다니든지 '죽지 않을려면 반드시 먼저 죽여야만'할 정도로 게임 환경이 매우 극한적이었다. '휘두르다 칼' 이라고 명령을 내리면 "몬스터의 팔목이 잘렸습니다"라든가 "괴물이 당신의 팔을 담뱃불로 지지고 있습니다"등 상상을 초월하는 잔인한 사건들이 부모가 모르는 모니터 안에서 날마다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픽 게임인 경우에는 꽃이나 인물 등 모든 사물들이 그림으로 표현되기 때문에 이를 보고 느끼는 소감이나 감각은 이용자 모두가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텍스트로 진행되는 머드는 모든 상황과 행동이 문장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마치 소설을 읽는 것처럼, 이를 받아들이는 느낌은 이용자마다 천차만별이다.
온유한 성격의 사람이라면 "꽃이 만발해 있습니다"라는 상황 설명을 "해바라기나 코스모스가 만발해 있겠지"라고 생각하겠지만,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라면 이를 "식인초가 만발해 있겠지"로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는 얘기다. 인터네트의 Telnet 사이트에 설치되어 있는 거의 대부분의 머드 게시판에는 해당 게임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경고해 놓은 글귀가 전무한 편이다.
국내머드도 중독성 예외는 아니다
머드 해악론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MIT와 스탠포드를 비롯한 초일류 대학의 정치 경제학과 교수들은 "일련의 사회현상을 시뮬레이션해 보는데 있어 머드 게임만큼 완벽한 도구는 이 세상에 없다"며 머드를 치켜 올린다. 무작위 계층의 수많은 이용자들이 한 장소에 몰려 들어 일상 대화를 나누며 자유롭게 행동하는 것을 자세히 관찰하면 실생활의 정치와 경제 모델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외국과 비교해 국내 상황은 약간 다르다. 작년 8월부터 '쥬라기 공원'이 천리안에 상륙한 것을 기점으로 나우누리 하이텔 등에 '단군의 땅' '타임 스트레이저'등이 속속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들 국산 머드는 외국과는 달리 자녀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도가 매우 높다는 국내 실정을 적극 반영, 게임 제작 초기부터 가급적 폭력적인 언어를 배제하여 명령어와 환경 설명을 만들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심지어 '단군의 땅'의 경우, 게임 내부에 관리자를 상시로 몇명 두고 규칙을 어기거나 폭력적인 언어를 구사하는 이용자는 그에 맞는 제재를 가함으로써 '자치+통제'의 효과를 보고 있기도 하다. 그 결과 '폭력적'이라는 평가는 그리 많이 받지 않게 되었지만, 반면에 '중독성' 측면은 외국과 마찬가지로 지적 대상에 올랐다.
지난 5월 2일 한국청소년문화연구소가 국내 청소년들의 PC통신 이용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서울을 비롯한 6개 대도시에 거주하는 2천75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에 45.3%가 온라인 게임을 경험했다는 통계치가 나왔다. 이 중 하루 평균 30분 미만으로 온라인 게임을 즐긴다고 대답한 사람이 61.5%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고, 30분에서 1시간 사이는 21.8%, 1시간 이상을 이용한다는 청소년은 16.7%를 차지하는 것으로 밝혀져 국내에서도 머드를 포함한 온라인 게임에 대한 관심이 상당한 수준에 이른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다.
온라인 게임인 '젬스톤 III'으로 작년 한 해 총수입의 50% 이상을 게임 이용료로 올린 미국의 PC통신 지니(Genie)의 경우, 40여만 전체 이용자 중 42%를 넘는 숫자가 이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게임 이용자 중 약 12%에 달하는 사람은 일주일에 50시간 이상을 게임만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통신 회선의 독점 문제와 정신 건강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머드 게임을 순수 오락이 아닌 새로운 문화 창출의 도구로 본다면 어떠한 식으로든 현재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사항들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게임 제작자들은 상업성을 자제하고 중독적인 요소를 제거하여 오락과 동시에 하나의 완벽한 가상현실로 만들어야 하며, 이용자들은 지나친 참여로 인해 역효과를 보지 않도록 스스로 자제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