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에도 서서히 봄이 찾아온다. 하지만 지나간 겨울을 아쉬워하듯 해가 진 서쪽하늘에는 유난히 1등성이 많은 겨울철 별자리가 여전히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서쪽하늘 정중앙, 오리온자리 약간 북쪽에 밝은 별 2개가 사이좋게 떠 있다. 쌍둥이자리 카스토르와 폴룩스다.
형과 아우 이름 바뀐 사연
밤하늘에 수없이 반짝이는 별들은 저마다 이름을 갖고 있다. 그리스신화는 별 이름에 등장하는 단골 소재다. 쌍둥이자리의 가장 밝은 두 별에 붙여진 카스토르와 폴룩스도 제우스의 쌍둥이 아들 이름이다. 하지만 별마다 신화 속 인물의 이름을 붙이려면 세계의 신화를 총동원해도 이름 수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독일의 천문학자 요한 바이어는 새로운 형식으로 별에 이름을 붙였다. 그는 1603년 출판한 우라노메트리아 성도에서 그리스 문자를 사용해 별의 이름을 표시했다. 한 별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을 알파(α)로 부르고 밝기 순서로 베타(β), 감마(γ) 순으로 이름을 붙이는 방식이다. 밝기 구분이 어려운 별들에는 별자리 모습을 감안해 북쪽에서 시작해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나머지 문자들을 붙였다.
베이어는 쌍둥이자리에서 카스토르와 폴룩스에 각각 알파성과 베타성의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오늘날 두 별의 밝기를 비교해 보면 카스토르가 1.59등급, 폴룩스는 1.16등급으로 알파, 베타의 순서가 바뀌어 있다. 베이어는 왜 밝기 순에 따라 이름을 붙이지 않았을까.
몇몇 천문학자들은 베이어가 두 별의 이름을 붙였던 17세기 초에는 카스토르가 폴룩스보다 더 밝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별의 밝기를 측정해 처음으로 기록에 남긴 18세기에 이미 폴룩스가 카스토르보다 더 밝았으므로 100년 사이에 두 별의 밝기 순서가 달라졌다는 뜻이다.
이들은 폴룩스가 적색거성 초기 단계의 별이라는 사실을 근거로 두 별 중 폴룩스의 밝기가 변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적색거성은 별의 진화 단계 중 크기와 밝기의 변화가 비교적 급격히 일어나는 단계다. 적색거성인 전갈자리 안타레스나 오리온자리 베텔기우스도 약하지만 밝기가 변한다.
하지만 어떤 학자들은 100년 만에 별의 밝기가 그렇게 쉽게 변하지는 않는다며 오히려 두 별의 밝기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베이어가 굳이 밝기를 비교하지 않았을 거라고 주장한다. 카스토르가 폴룩스에 비해 조금 더 북쪽에 가깝고 신화에 카스토르가 형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큰 고민 없이 카스트로를 알파성으로 명명했다는 주장이다.
베이어가 왜 카스토르와 폴룩스에 밝기 순서를 바꿔 알파와 베타 이름을 붙였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특별한 비밀이 숨어있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한 실수였을까.
2중성 카스토르, 알고 보니 6중성
소형망원경으로 카스토르를 관측해 본 사람이라면 그 신기한 광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카스토르는 대물렌즈 지름이 60mm인 굴절망원경으로 보면 단지 밋밋한 하얀색 별일 뿐이다. 그러나 망원경의 배율을 100배 이상 올리면 다른 광경이 나타난다. 밝게 빛나는 점으로 보이던 별이 눈사람처럼 옆으로 퍼지면서 마침내 아령처럼 둘로 분리된다.
카스토르는 맨 눈으로 보면 하나의 별이지만 망원경으로 보면 두 개의 별로 이뤄져 있는 이중성이다. 카스토르가 이중성이라는 사실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1719년 영국의 천문학자 존 폰드다. 이중성 카스트로는 정밀한 광학계와 고배율에서만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에 망원경의 성능시험용으로 천문학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카스토르는 천문학사에서 의미가 더 큰 별이다.
18세기 초 천문학자들은 이중성을 실제 멀리 떨어져 있지만 가까이 붙어있는 것처럼 보이는 두 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1767년 영국의 천문학자 존 미첼은 이중성이 실제로 가까이 있는 별이며 서로 중력의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처음으로 주장했다. 그 뒤 윌리엄 허셜이 1779년 이중성 관측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허셜이 이중성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연주시차 측정 때문이었다. 연주시차란 지구에서 비교적 가까운 별이 조금씩 자리를 옮기는 현상을 말한다. 이 현상은 지구가 태양주위를 돌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1년을 주기로 자리이동을 되풀이한다. 지구 공전의 확실한 증거를 제시할 수 없었던 당시 천문학자들은 별의 연주시차를 측정하는 일에 몰두했다.
허셜은 당시 다른 천문학자들과 마찬가지로 모든 별의 실제 밝기는 똑같으며 지구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느냐에 따라 별의 겉보기 밝기가 달라진다고 생각했다. 밝은 별은 가까이 있고 어두운 별은 멀리 있다고 말이다. 밝은 별과 어두운 별이 붙어 있는 이중성 카스토르는 그만큼 두 별 사이의 거리차가 크다는 뜻이므로 손쉽게 시차를 비교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 허셜의 생각이었다.
허셜의 예상대로 카스토르의 두 별은 시간에 따라 위치가 달라졌다. 하지만 두 별의 위치는 1년 주기로 변하지 않았다. 허셜은 이 현상이 지구의 시차 때문이 아니라 이중성 자체의 움직임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허셜은 1779년 11월부터 1803년 3월까지 24년 동안 카스토르를 관측한 자료를 분석해 이중성의 움직임을 계산했다. 그는 카스토르의 짝별인 카스토르 B가 주성인 카스토르 A를 342년마다 한 바퀴씩 돈다고 주장했다.
카스토르는 중력의 영향으로 서로를 공전하는 것으로 밝혀진 최초의 이중성이다. 이는 태양과 행성 사이에 적용된 중력이라는 법칙이 태양계뿐만 아니라 태양계 밖의 다른 별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입증한 사건이기도 했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흥미롭게도 카스토르는 단순한 이중성이 아니다. 카스토르는 카스토르 A, B, C로 이름 붙여진 별 세 개로 이뤄져 있다. A와 B는 매우 밝고 가깝게 붙어 있으나 C는 매우 어둡고 거리도 멀다. 카스토르C가 주성 A를 한 바퀴 도는 데는 거의 1만 년이 걸린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세 별 모두가 각각 이중성이라는 점이다. 즉 카스토르는 모두 6개의 별이 복합적으로 구성된 다중성이다.
맨눈으로 보기에는 단 하나의 별이지만 소형망원경에서는 두 개의 별로 나타나며, 더 큰 망원경에서는 세 개로, 더 세밀하게 살펴보면 여섯 개로 이뤄졌다. 카스토르는 정말 놀라운 별이다.
이달의 천문현상_태양과 달의 숨바꼭질
3월에는 태양과 달의 숨바꼭질이 이어진다. 3월 4일에는 지구 그림자에 달이 숨는 부분 월식이, 3월 19일에는 태양이 달 뒤로 숨는 부분일식이 일어난다. 하지만 부분월식은 아침 6시 30분부터 시작돼 숨바꼭질의 재미를 보기도 전에 달이 곧 서쪽 지평선 너머로 사라진다.
반면 서울을 기준으로 오전 10시 48분에 시작하는 부분일식은 우리나라 전역에서 볼 수 있다. 식이 가장 많이 진행된 순간은 오전 11시 31분이며 일식이 끝나는 시각은 12시 16분이다. 다른 지역은 이 시간을 기준으로 몇 분 정도 더하고 빼주면 된다.
이번 일식은 2004년 10월 14일에 이어 약 2년 반 만에 맞이하는 일식이다. 2004년 일식 때는 달이 태양 표면의 불과 5% 정도만 가렸기 때문에 일식의 참맛을 느끼기 어려웠다. 이번에도 많이 가려지는 편은 아니지만 태양 표면의 약 20%가 가려진다.
이번 일식은 달그림자가 북극 지역을 통과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태양의 일부만 가리는 부분식을 볼 수 있다. 북서쪽으로 갈수록 지구 그림자에 가려지는 면적이 넓어져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을 비롯한 경기도 지역에서 그나마 일식다운 일식을 볼 수 있다.
가려지는 면적이 크지 않기 때문에 맨눈으로 일식을 관찰하기는 다소 위험하다. 구름이 엷게 끼어 있는 날이라면 맨눈으로 한쪽을 베어 먹은 듯한 태양을 구름 사이로 볼 수 있지만 맑은 날이라면 강렬한 태양빛에 눈을 다칠 수 있다. 이런 날은 장비를 갖춰야 한다.
가장 좋은 장비는 태양빛을 대폭 감소시켜 주는 태양전용필터다. 태양전용필터를 구하기 힘들다면 비슷한 역할을 하는 다른 보조도구를 이용한다. 흔히 쓰는 도구는 진한 썬글라스나 용접용 유리다. 또 아크릴판이나 셀로판지를 몇 장 겹쳐 이용해도 좋다. 하지만 태양관측도구를 사용하더라도 오랫동안 태양을 쳐다보는 일은 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