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왔습니다. 춥습니다, 추워요. 으아아. 귤의 계절이 돌아온 것은 기쁘지만 추운 것은 질색이거든요. 김주황도 겨울을 맞이해 귤처럼 노랗게 물들이고 다니던 머리를 까맣게 만들었지요. 김주황의 친구 우유 양도 겨울 준비를 했습니다. 보송 보송한 털모자가 잘 어울리는 귀여운 단발로 자를 거라고 했습니다. 야심차게 미용실을 간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 아침인데 저녁에 휴대폰으로 눈물이 가득한 메시지가 와 있었습니다. 미용실에 간 여자라면 열에서 아홉은 보낸다는, “어떡해 ㅠㅠ 나 머리 망했어 ㅠㅠ”입니다. 사태의 참혹성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 우유 양을 불렀습니다. 목을 살짝 덮으면서 끄트머리가 곱슬거리는 귀여운 단발입니다. 우유 양이 꿈꿨던 송혜교의 얼굴은 아니지만 썩 잘 어울렸습니다. 망했다고 계속 눈물을 글썽이는 우유에게 저는 위로랍시고 이런 말을 날렸답니다.
“남들은 송혜교 단발하면 피 본다는데, 넌 그래도 혈장만 봤다, 야.”
하. 이 어쩔 수 없는 이공계의 피라니. 이 대화를 알아들은 독자가 있다면, 반드시 이공계를 가실 것을 권장합니다. 이미 인문계시라고요? 자신의 마음과 대화를 나눠보세요. 진정한 적성이 무엇인지 말이죠.
여튼. 혈장은 혈액을 구성하는 성분입니다. 혈액은 크게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혈장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혈액을 붉게 만드는 것은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입니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둥그렇고 가운데가 움푹 파인 모양의 적혈구를 현미경 사진으로 본 기억이 있을 겁니다. 백혈구는 면역체계를 구성하는 세포로,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질을 방어합니다. 백혈병이 바로 이 백혈구가 이상이 생겨서 나타나는 병이지요. 혈소판은 혈관 밖으로 혈액이 흘러나갈 때 지혈하는 역할을 합니다. 평소에는 가만히 있다가 혈관이 손상되면 가장 먼저 활성화돼 혈액을 응고시킵니다. 우리 몸에서는 우리가 알게 모르게 수많은 출혈이 일어나는데, 혈소판이 부족하면 멍이 잘 들고, 코피가 잘 납니다. 방사능에 과다 노출되면 혈소판이 가장 먼저 감소합니다. 이 때문에 지진해일로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난 일본 후쿠시마 지역에서 ‘코피가 나기 시작했다’고 하면 방사능에 오염된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습니다.
혈장은 이 모든 것을 품고 있는 액체입니다. 투명하면서도 약간 노란색을 띄는 액체인데 여러분도 관찰하기 쉽습니다. 피부가 쓸려 겉이 벗겨지고 쓰라린데도 붉은 피가 나오지 않았던 상처를 기억해 봅시다. 투명하고 끈적한 액체가 상처를 덮었을 겁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피도 아닌 이것이 뭔지 겁나서 ‘혹시 내가 백혈병이라도 걸린 것이 아닐까’하고 벌벌 떨기도 했습니다. 혈장은 혈액 중 약 55%를 차지할 정도로 비율이 큽니다. 구성성분의 대부분은 물입니다. 90%정도 되고요, 간에서 만들어지는 혈장단백질이 7~8%, 그밖에 지방, 무기염류 등이 소량 포함돼있습니다.
즉 피를 보지 않고 혈장만 봤다는 것은 크게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같은 송혜교 단발을 해도 다른 사람들은 정말 안 어울렸을 텐데 우유 양은 썩 나쁘지 않았다는 뜻이지요. 아니면, 혹시 어려운 과학 용어를 이용해 ‘칭찬은 하고 싶지만 쑥쓰러운’ 감정을 감추려는 의도였을까요? 정답은 김주황만이 알겠지요.
“남들은 송혜교 단발하면 피 본다는데, 넌 그래도 혈장만 봤다, 야.”
하. 이 어쩔 수 없는 이공계의 피라니. 이 대화를 알아들은 독자가 있다면, 반드시 이공계를 가실 것을 권장합니다. 이미 인문계시라고요? 자신의 마음과 대화를 나눠보세요. 진정한 적성이 무엇인지 말이죠.
여튼. 혈장은 혈액을 구성하는 성분입니다. 혈액은 크게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혈장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혈액을 붉게 만드는 것은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입니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둥그렇고 가운데가 움푹 파인 모양의 적혈구를 현미경 사진으로 본 기억이 있을 겁니다. 백혈구는 면역체계를 구성하는 세포로,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질을 방어합니다. 백혈병이 바로 이 백혈구가 이상이 생겨서 나타나는 병이지요. 혈소판은 혈관 밖으로 혈액이 흘러나갈 때 지혈하는 역할을 합니다. 평소에는 가만히 있다가 혈관이 손상되면 가장 먼저 활성화돼 혈액을 응고시킵니다. 우리 몸에서는 우리가 알게 모르게 수많은 출혈이 일어나는데, 혈소판이 부족하면 멍이 잘 들고, 코피가 잘 납니다. 방사능에 과다 노출되면 혈소판이 가장 먼저 감소합니다. 이 때문에 지진해일로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난 일본 후쿠시마 지역에서 ‘코피가 나기 시작했다’고 하면 방사능에 오염된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습니다.
혈장은 이 모든 것을 품고 있는 액체입니다. 투명하면서도 약간 노란색을 띄는 액체인데 여러분도 관찰하기 쉽습니다. 피부가 쓸려 겉이 벗겨지고 쓰라린데도 붉은 피가 나오지 않았던 상처를 기억해 봅시다. 투명하고 끈적한 액체가 상처를 덮었을 겁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피도 아닌 이것이 뭔지 겁나서 ‘혹시 내가 백혈병이라도 걸린 것이 아닐까’하고 벌벌 떨기도 했습니다. 혈장은 혈액 중 약 55%를 차지할 정도로 비율이 큽니다. 구성성분의 대부분은 물입니다. 90%정도 되고요, 간에서 만들어지는 혈장단백질이 7~8%, 그밖에 지방, 무기염류 등이 소량 포함돼있습니다.
즉 피를 보지 않고 혈장만 봤다는 것은 크게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같은 송혜교 단발을 해도 다른 사람들은 정말 안 어울렸을 텐데 우유 양은 썩 나쁘지 않았다는 뜻이지요. 아니면, 혹시 어려운 과학 용어를 이용해 ‘칭찬은 하고 싶지만 쑥쓰러운’ 감정을 감추려는 의도였을까요? 정답은 김주황만이 알겠지요.
그동안 ‘김주황의 이공계 언어사전’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주황은 앞으로 더 좋은 글로 찾아 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