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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지름 10m벽 돌파하는 세계 최대 망원경 선보인다

40여년 동안 지름 5m대에 머물렀던 광학망원경은 이제 막 10m의 기록을 돌파하려 하고 있다.

인류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시간과 기후 및 위치의 기준이 돼오던 밤하늘이 이제 문명의 발전과 함께 탐구와 도전의 대상으로 바뀌었다. '우주로 향한 창'을 활짝 열어 젖히려는 과학자들이 만들어낸 관측기구는 점점 대형화돼 좋은 관측기록을 쌓아가고 있다. 그중 망원경은 우리가 볼 수 없는 곳까지 우리 눈을 넓혀 왔다. 갈릴레이 뉴턴 등에 의해 천문관측에 사용되기 시작한 망원경은 각 시대마다 최고의 기술과 노력으로 건설됐다.

현재까지 세계 최대 망원경이라 하면 1948년에 완성돼 활약하고 있는 미국의 팔로마산 천문대에 있는 지름 5.08m인 헤일망원경과 1976년에 완성된 (구)소련의 체렌추크스카야천문대의 지름 6m망원경이다. 그러나 6m망원경은 그 지름만큼의 충분한 능력을 발휘하질 못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팔로마산 천문대의 것을 최대로 알고 있다.

이후로는 엄청난 예산문제와 기술적문제의 벽에 부딪쳐 근래까지 더이상 큰 망원경은 제작되지 않고 있다. 다만 광학 및 적외선망원경으로 3, 4m급 망원경은 몇대 제작돼 활약중이다. 이 망원경들은 정밀도를 향상시킨다든가 관측 및 검출 분석기의 성능향상으로 대형화 이상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1천t의 망원경

하지만 망원경의 지름이 늘어남에 따른 관측영역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되므로 더 큰 망원경으로의 꿈은 계속 부풀어 왔다. 대형화의 길은 기술적인 문제와 더불어 돈문제의 벽에 부딪쳐 막막하기만 했다. 첫 장벽은 반사경 제작이었다. 망원경은 기계적 기구에 올려져 관측대상을 향해 이리저리 기울어야 하는데, 이때 반사경이 자기 무게 때문에 찌그러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은 두께를 늘리는 수밖에 없다. 보통은 반사경 지름의 ⅛ 이상 정도로 규정하는데 5m의 경우 망원경의 유리 두께는 60㎝이며 그 무게는 자그마치 40t에 이른다. 만일 10m의 망원경이라면 3백t이나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3백t의 무게는 반사경만의 무게일 따름이다. 망원경을 완성시키자면 기계부와 마운트 등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적어도 1천t은 훨씬 넘어버릴 것이다. 물론 1천t이 넘는 유조선이나 교량들도 많지만 1천t의 무게를 가지고 망원경이 요구하는 최대변형량인 1만분의 5㎜를 만족시키기는 어렵다.

문제는 무게에서만 발생되는 것이 아니다. 그 정도의 두께라면 열적으로 평형을 이루기가 거의 불가능해진다. 아마추어의 기초상식으로도, 온도가 다른 실내에서 실외로 망원경을 옮기면 관측할 수 있기까지는 1시간 정도, 반사경이나 렌즈의 온도가 주위와 평형을 맞추는 시간이 소요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아무리 잘 연마된 광학면이라도 온도가 다르면 부분마다 제각기 팽창 수축해서 반사경의 정밀도를 떨어뜨린다.

5, 6m급의 망원경은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저녁부터 돔을 열고 망원경의 온도를 기온과 맞추어도 아침까지 평형온도에 도달하기 힘들다. 팔로마산 헤일망원경의 5m 반사경을 제작할 당시 유리를 녹여 붓고 식히는데만 6개월이 걸렸다.

둘째로는 예산 문제다. 현실적인 이익이나 국민 편의를 도모하는 결괴를 얻기 힘든 투자이기 때문에 각국에서 정부의 예산을 따내지 못해 계획만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80년대에 들어서면서 반도체 광통신 컴퓨터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광학계의 설계기술, 렌즈 및 반사경의 연마기술(수치제어기술로 정밀화가 급진전), 광학계 측정기술, 형상제어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했다. 재료에 있어서는 온도변화에 따른 변형이 거의 없는 초저팽창률을 가진 유리가 개발되고 기계부를 비롯한 몸체의 경량화소재가 등장해 더 큰망원경으로의 기반이 쌓여갔다.

1980년 1월3일에는 미국의 애리조나에서 거대한 망원경을 위한 국제회의가 개최됐다. 이 회의에서는 1990년대에 완성될 거대망원경은 어떠한 것일까에 대해 심각한 토의가 진행됐다. 구체적인 안으로 크게 네가지 부류의 망원경이 제안됐다.

그 내용은 (그림1)에 나와 있다. 좌측상단은 반사면을 가진 비스듬한 벽면이 있으며 망원경은 회전하는 거대한 판에 고정돼 있다. 그 위를 관측용 곤돌라가 움직이며, 관측대상을 찾는다. 좌측하단의 것은 전파간섭계와 같이 각자의 망원경을 여러대 배치해 그 초점상을 촬상소자로 합성하는 구조, 중앙의 것은 얇은 반사경을 균일한 뒤틀림 보정 지지물로 받쳐줘 정밀한 상을 유지시키는 형태이며 우측의 것은 다면경 구조로서 한 초점을 가지는 여러개의 반사경을 사용해 큰 반사경의 효과를 내는 것이다.
 

1980년 국제회의에서 제안된 네가지 유형의 거대망원경


이 제안은 여러면에서 비평, 검토됐다. 각국에서 모인 1백여명의 과학자와 기술자들은 1990년대에 실현될 거대망원경의 군집을 상상하며, 그것을 위해 기술개발과 예산획득에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할 것을 다짐했다.

이를 기점으로 해서 1985년을 전후로 각지에서 거대망원경의 계획이 구체적으로 수립됐다. 그 내용은 (표)와 같다.

표에서 다면경이라는 것은 한 초점을 가지는 여러장의 반사경으로 구성된 것으로 MTV(Multi-Mirror Telescope)라고도 불린다. 박(薄)형메니스커스라는 것은 얇은 두께의 초승달모양의 단면을 가진 반사경을 뜻하며 허니컴은 반사경의 유리를 벌집구조로 만들어 중량을 격감시킨 형태를 말한다.
 

(표) 2000년까지 완성될 거대망원경


석유왕 케크의 이름을 따

이중 가장 큰 지름의 망원경은 케크(Keck) 망원경. 석유왕 케크의 미망인으로 부터 기부금을 받아 건설되므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 망원경의 최대 특징은 (그림2)에서 나타낸 것과 같이 1.8m 지름의 6각형 반사경 36매가 한개의 주경으로 되는 MMT의 형태이다.

이 망원경을 추진하고 있는 캘리포니아대학의 넬슨은 전부터 한매의 반사경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여러매의 반사경을 배열해 한매의 큰 반사경으로 만들면 좋으리라 생각했다. 각각의 구성체인 반사경이 지름 1.8m 정도라면 두께는 30㎝ 정도로 충분하며 전체 무게도 한매의 큰 반사경보다 훨씬 감소시킬 수 있다.

그 대신 별의 일주운동을 추적하면서 일어나는, 각각의 반사경이 틀어지는 것을 보정해 주지 않으면 안된다. 이 점은 고속처리능력의 컴퓨터와 고정도위치측정기 가압기 등의 공업기술발달로 보정이 가능하게 됐다.

또한 36매의 1. 8m 반사경을 조합해 한매의 포물면경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구면과 달리 중심(광축)으로 부터의 거리에 따라 면의 형상이 달라져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전체를 구성하는 36매의 반사경은 광축상에서 떨어져 포물면의 일부 형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반사경을 얻기 위해서는 큰 반사경을 연마한 후 중심부를 비껴서 절단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작은 반사경으로 큰 반사경을 구성하는 것의 반대가 되므로 특별한 방법이 아니고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넬슨연구팀은 연마전에 미리 반사경의 재료인 유리에 불균일한 압력을 가해서 찌그러뜨린 후 그 면을 포물면으로 연마하고나서 압력을 제거하면 목적하는 포물선의 일부면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미묘한 압력변화 등에 예민하게 변하는 형상 때문에 실험제작만도 7년 가까이 걸리고 말았다. 반사경의 형태가 동일한 내측의 여섯매가 우선적으로 제작됐고 그 외부의 세매가 제작돼 현재는 아홉매가 배열돼 있다. 그 유효면적은 이미 팔로마산의 헤일망원경(지름 5.08m)보다 커져 있다. 92년에는 36매가 전부 완성될 예정이다. 올해는 대형 망원경의 왕좌가 바뀌는 해가 될 것이다.

케크망원경은 아직 기술상으로 어려움이 많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비용면에서 보면 한매반사경인 다른 계획보다 경제적이다. 총경비를 따지면 지름 8m의 것을 만드는 비용과 같아서 같은 비용으로 2m는 득을 보는 셈이다. 또한 구조물을 조금 늘리고 반사경을 더 연마해, 주변에 추가하면 큰 부담없이 15m로 확장도 가능하다.

1989년에는 케크의 미망인이 두번째의 10m 망원경 제작비를 기부해 두번째 10m망원경이 준비중이다. 이때는 첫번째의 것을 개량한 것이 될 것이므로 1호기와 더불어 천문학을 비약시키는 주인공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1.8m 6각형 반사경 36매로 지름 10m의 효과를 낸다. 점으로 표시된 부분은 91년 이전에 이미 완성된 망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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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이혁기 연구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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