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지구 밖에서 10개의 행성을 무더기로 발견했다는 소식이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제24차 국제천문연맹(IAU) 총회에서 알려졌다. 스위스 제네바천문대 관측팀과 미국 버클리대(캘리포니아) 관측팀이 각각 6개와 3개, 미국 텍사스대 맥도널드 천문대팀이 에리다누스자리 엡실론별에서 1개의 행성을 찾아냈다고 보고했다. 이로써 1992년 최초로 지구밖 행성이 발견된 이래 최근까지 밝혀진 태양계 바깥의 행성은 모두 49개에 이른다. 그 중 태양계처럼 둘 이상의 행성으로 이루어진 행성계도 3개나 된다. 수많은 밤하늘의 별 중에는 우리 태양계와 같이 별(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을 가진 별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최근에 이르러 행성발견 속도는 급격히 빨라졌다. 1999년에만 11개의 행성이 발견됐고 2000년 들어 이미 13개의 행성이 추가로 확인됐다.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지구와 비슷한 조건을 갖춘 행성이 태양계 밖에 존재한다는 소식이 들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별빛의 미세한 변화에서 행성의 존재 포착
왜 천문학자들은 외계 행성의 존재에 관심을 가질까? 처음 쌍성이 발견됐을 때만 해도 천문학자들은 쌍성의 존재에 대해 매우 특이하게 여겼지만, 수많은 관측결과 지금은 쌍성계가 보편적인 별의 존재조건임이 밝혀진 상태이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태양계와 같은 행성계가 무수히 많이 퍼져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그 이유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지구와 닮은 환경조건을 갖춘 행성이 발견된다면 우리와 비슷한 또다른 생명이 존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이 가능하다.
지난 14년간 외계행성을 탐사해 온 애리조나대 관측팀은, 현재의 장비들로 관측가능한 범위는 전체 우주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태양계와 유사한 형태의 행성계를 발견할 날도 멀지 않다고 전망한다. 그래서 행성이 두개 이상 모여있는 행성계는 이번 IAU 총회에서도 큰 관심의 대상이 됐다. 애리조나대 울프교수는 “근래의 행성 발견은 시작일 뿐이다. 여지껏 행성이 발견된 별은 또다른 행성을 가진 행성계로 짐작되지만, 현재의 장비와 분해능으로 검출할 수 없을 뿐”이라고 지적한다.
행성은 주로 간접적인 방법에 의해 발견된다. 거대규모의 망원경을 설치하더라도 스스로 빛을 낼 수 없는 행성을 발견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행성을 직접 관측하기보다 행성이 별에 작용하는 미세한 움직임을 검출해 분석하는 방법이 실제 적용되는 탐색법이다. 그 중 시선속도관측이 현재까지 대부분의 행성을 발견한 방법으로, 금년 IAU 총회에서 발표된 10개의 행성도 이 방법을 이용해 밝혀냈다. 별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이 있다면 별의 스펙트럼에 규칙적인 변화가 발생할 것이고 이를 분석하여 행성의 존재를 밝혀낼 수 있다. 그러나 시선속도측정법으로는 별의 움직임에 충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성만 검출할 수 있다. 지구처럼 별에 작용하는 중력이 작은 행성은 찾아내기가 무척 힘들다. 발견된 대부분의 행성이 목성 크기의 큰 행성인 것도 이 때문이다.
다른 방법은 미세중력렌즈를 이용한 행성탐색법으로 작은 크기의 행성을 찾는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작년말 미국 노틀담대의 이선홍박사를 비롯한 관측팀이 이 방법을 이용하여 쌍성(MACHO-97-BLG-41) 주위에서 목성크기의 행성을 발견했다. 미세중력렌즈 현상은 멀리 있는 기준별 앞을 행성이 지날 때 그 행성이 렌즈 역할을 해 기준별의 밝기가 갑자기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그 미세한 변화를 추적한다면 앞쪽에 가려진 행성의 존재를 밝힐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이 방법은 행성의 크기와 무관하게 탐색이 가능하기 때문에 현재 관심의 주대상이 되고 있는 지구형 행성을 밝힐 중요한 기술이 되고 있다. 노틀담대 관측팀은 미세중력렌즈를 이용한 행성 발견 여부가 미항공우주국의 지구형 행성 탐사계획의 성패여부를 가름할 정도라고 인식하고 있다.
위의 방법들과는 달리 직접적으로 행성을 찾는 식측정법이 있다. 별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이 별을 가릴 때의 광도변화를 측정함으로써 행성의 존재를 알아내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방법으로 검출한 행성은 1개(HD209458)에 불과할 정도로 탐색이 어렵다. 관측자의 시선방향에서 식현상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행성의 존재를 알아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태양 정도 밝기의 별이 목성 크기의 행성에 가린다 해도 변화정도를 밝혀내기는 어렵다. 그래서 태양의 1/100 정도의 밝기를 갖는 어두운 별을 위주로 탐사하며 가시영역보다 파장이 긴 적외선영역을 주로 관측한다. 지상에서는 대구경 망원경으로도 행성의 존재를 직접 밝히기 어려워, 최근에는 우주공간에 거대망원경을 설치해 지구형 행성의 모습을 직접 포착하려는 오리진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2015년 거대전파망원경 설립 계획
지구 밖 행성이 어느 순간 반짝하고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장기간에 걸친 관찰과 분석을 필요로 한다. 또 행성의 밝기는 별에 비해 어두워 직접적인 관측보다는 간접적인 분석에 의존하게 되므로 발견결과에 대한 논란도 있다. 미세중력렌즈현상을 이용한 노틀담대 관측팀의 발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관측팀은 미세한 별빛의 변화를 행성의 존재에 의한 변화라고 해석한 반면, 그 변화가 쌍성계 자체의 궤도운동에 의한 것이라는 일부의 주장도 있다.
근래의 거대규모 전파망원경 설치, 고성능 분광기의 발달 등 기술의 진전에 따라 외계행성 발견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미국과학아카데미 산하 조사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미국의 천문학 분야 투자에서 차세대우주망원경(NGST) 개발계획과 지구형 행성을 탐색하기 위한 외계행성탐색경(TPF) 개발계획이 각각 1순위와 5순위에 꼽혔다. 전세계 10개국 24개 연구소의 천문학자들은 현존 전파망원경의 1백배가 넘는 크기의 거대전파망원경(SKA) 설립 협정을 맺어 2015년 운영할 계획이다. 이 거대전파망원경은 수소가스에서 방출되는 희미한 전파를 탐지하며 외계 생명체 탐색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예정이다.
오늘도 천문학자들은 새로운 행성 찾기에 나서고 있다.또한 이미 발견된 행성에 대한 추가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발견된 행성의 언저리에서 또다른 작은 행성을 찾게 된다면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에 한걸음 다가가게 되지 않을까?어쩌면 이들 행성에서 외계의 신호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하는 것이 허황된 꿈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