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수십번씩 변하는 마음을 대하고 있자면 그것이 내 것임에도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다. 그래서 뇌에서 일어나는 호르몬의 변화가 사람의 마음을 변하게 한다는 과학자들의 이론이 매력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갑자기 눈앞의 연인이 사랑스러워 보인다면 뇌의 시상하부에서 옥시토신이 분비됐기 때문이고 우울한 기분이 지속된다면 도파민 분비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라는 설명 말이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면 단순명쾌하지만 마음이란 뇌의 화학작용 이상의 그 무언가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피할 수 없다.
한걸음 더 나아가 제럴드 에덜먼은‘뇌는 하늘보다 넓다’에서 의식이라는 주제를 과학적으로 접근하려 한다. 프로이트 심리학에서 의식이란 무의식의 타자로 사회의 도덕과 규범을 인식하는 이성적인 영역에 속한다. 우리가 깨어있는 동안 의식이란‘놈’은 일상 곳곳에서 감 놔라 배 놔라 개입하다 우리가 깊은 잠에 빠지면 무의식에게 자리를 내주고 사라진다. 아침이 되면 우리는 다시 의식을 회복하고 죽는 순간 의식은 영영 사라진다.
그러나 의식을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과거의 사람들은 의식이 심장 안에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전쟁터에서도 포로의 심장을 도려내 의식이 부활하는 것을 막으려 했다. 시간이 흐르며 의식은 뇌의 작용에서 나온다는 이론이 인정받고 있다. 뇌가 손상당하거나 깊은 수면에 빠지면 뇌 기능이 멈추면서 의식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보통 뇌의 신경세포와 의식이 활동하는 두 영역은 화해가 불가능할 정도로 대척점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저자는 이 책에서 두 영역의 인과성을 밝히며 인간의 마음을 지도처럼 펼쳐보이고자 시도한다. 직접 개발한 뇌영상법으로 뇌 속 복잡한 신경조직을 탐색하며 의식의 생리학적 기원을 찾아나선다.
또 의식을 상위의식과 하위의식으로 나눠 두 의식의 차이를 설명한다. 인간이 언어를 사용하며 기억을 습득하게 되자 상위의식이 나타났고 이는 원초적이고 순간적인 하위의식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저자가 197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기 때문일까. 생리학적 지식으로 의식에 접근하려는 시도가 새롭다. 그러나 좀 더 심층적인 지식을 얻길 원하는 독자라면 이 책만으로는 갈증을 풀기 힘들 듯 하다.
대뇌피질이나 해마, 소뇌 등 뇌의 각 부위에 대한 설명이 길게 언급되지 않은 탓이다. 책의 전체 양에 비해 뒤쪽에 덧붙인 용어설명이 긴 감이 있어 아쉽다. 책의 제목대로‘뇌는 하늘보다 넓기에’240쪽의 책 한권으로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위로해본다.
제럴드 에덜먼
의학박사이며 신경과학연구소와 신경과학연구재단을 이끌고 있다. 현재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신경생물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72년 항체의 분자구조가 Y자 모양이라는 사실을 발견해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그의 연구를 토대로 몸속에 항원이 침입했을 때 항체가 어떻게 활동하는지 드러났고 면역체계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