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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홍염.


지구는 하루하루 태양에 의지하면서 살아간다. 태양에너지는 곧 지구의 생명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태양활동이 조금만 변해도 지구는 크게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태양활동을 24시간 모니터할 파수꾼이 필요하다. 최근 발사한 태양파수꾼 소호(SOHO)에 대해 알아보자.

"태양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 별이 우리 생활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일단 소호가 가동되면 최초로 태양을 3백65일 동안 관측할 수 있다." 유럽우주기구(ESA)의 보네 박사는 소호(SOlar and Heliospheric Observatory)의 성공적인 발사를 지켜보면서 말했다.

소호는 태양관측을 위해서 특별히 제작된 위성이다. 1995년 12월 소호는 아틀라스 IIAS(Atlas IIAS)에 의해 발사돼 2시간 후 로켓에서 완전 분리됐다. 이 위성은 현재 천이궤도 상에 있으며, 4개월 후면 최종 위치에 도달할 예정이다. 소호가 머무르게 될 지점은 지구로부터 1백50만km 떨어진 곳으로 지구와 태양의 인력이 정확히 같다. 이곳을 라그랑지점(Lagrange point)이라고 부른다.

소호에는 12가지 관측장비가 탑재돼 있다. 이들은 태양 중심으로부터 태양풍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현상을 모니터한다. 이 가운데 GOLF, VIRGO, SOI/MDI 등 3가지의 검출기는 태양 깊숙한 곳에서 맥동하는 음파를 검출하기 위해 파견된 장비다. 태양에서 파동을 만드는 범인은 '태양지진'(helioseismology)이라는 현상.

지질학자들이 지진을 이용해 지구 내부를 연구하는 것처럼 천문학자들은 태양지진을 모니터함으로써 태양의 내부구조를 밝혀낸다. 태양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태양지진에 관한 이론과 관측을 통해서 우리가 직접 볼 수 없는 태양 내부에 관한 수수께끼를 푼다. 소호는 코로나가 어떻게 뜨거워지고 태양풍은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가속되는지도 조사할 예정이다.

소호는 유럽우주기구(ESA)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다국적 프로젝트다. ESA는 위성체를 설계·제작했고 NASA는 로켓을 제공했다. 그리고 위성은 고다드우주비행센터(GSFC)가 맡아 운용한다. 12가지의 탑재물 중 8가지는 ESA에서 나머지는 NASA에서 제작한 것이다.

소호 계획은 국제 태양지구관측프로그램(Solar-Terrestrial Science Program)의 일환으로 수행되고 있다. 다음 프로젝트는 클러스터(Cluster). 이것은 4대로 이뤄진 '위성함대' 로 태양이 지구와 그 주변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는 임무를 맡는다. 96년 4월 말 클러스터는 아리안 5호에 의해 발사될 예정이다.
 

1995년 112월 2일 아틀리스 센토르 로켓에 의해 소호위성이 발사되는 광경(사진/ESA, NASA).


우주환경 예보에 꼭 필요

태양은 평범한 별 중의 하나다. 그러나 태양은 지구환경과 생태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과거의 태양 활동 극대기와 극소기를 비교하면 태양의 밝기가 0.1% 변화했는데 지구의 기온은 0.5℃가 상승했다. 또 16세기의 간빙기와 태양의 흑점활동이 저조했던 시기가 일치하는 것은 우연이라고 보기 힘들다. 그런 만큼 태양활동의 주기와 농작은 급류와 뗏목, 또는 말똥구리와 말똥과의 관계 이상으로 밀접하다고 할 수 있다. 태양활동 극대기에 생산된 포도주는 다른 해보다 고가에 거래된다. 이 사실은 애주가와 포도주업자들이 더 잘 알고 있다.

태양 표면에 나타나는 플레어와 홍염은 자외선과 X선 복사, 태양풍에 변화를 일으킨다. 이것은 결국 통신두절을 일으키거나 인공위성 궤도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이런 변화에 적절하게 대비하지 못하면 그라프와 셀레스의 테니스시합을 시청하는 도중 갑자기 TV화면이 '치지직' 거리는 낭패를 당할 수 있다.

그러나 태양활동을 지속적으로 모니터한다면 플레어 때문에 생긴 하전입자들이 지구에 도달하기 몇시간 전에 미리 예측할 수 있다. 태양에서 일어나는 폭발 장면은 광속으로 전달되지만, 이때 발생하는 입자가 지구에 도달하는 데는 여러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예보는 특히 유영 중인 우주비행사의 안전에 필수적이다.

한편 태양과 우주환경의 상호작용은 궤도를 선회하는 위성의 회로를 마비시키거나 성능을 떨어뜨리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우주환경예보'(space weather forecast)가 통신 및 위성 사업의 핵심분야로 자리잡고 있다. 미국 일본 유럽에서는 태양전파간섭계(radioheliograph), 플레어 망원경, 위성 등에서 얻은 자료를 종합해 태양활동을 모니터한다. 이렇게 얻은 데이터는 위성의 운용과 통신 등 여러 분야에 걸쳐 폭넓게 활용된다.

이와 같은 필요성을 느낀 국내 몇몇 연구기관들은 얼마전 관련 연구에 착수했다. 보현산천문대와 전파연구소는 태양활동이 전파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과학기술원 물리학과도 태양 및 우주환경이 위성에 주는 효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아직 연구는 초보단계에 머물고 있지만 위성시대에 진입한 우리나라에서 꼭 필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탑재모듈의 비행모델. 마르타 마르코니 실험실(사진/ESA).
 

용어설명

VIRGO(Variability of IRradiance and Gravity Oscillations) 태양 지진에 의한 중력 진동과 복사량의 변화를 측정하는 장치.
GOLF(Global Oscillations at Low Frequencies) 낮은 주파수에서 태양 진동의 속도를 측정하는 장치.
SOI/MDI(Solar Oscillation Investigation/Michelson Doppler Imager) 태양 대류층에서 일어나는 흐름을 높은 분해능으로 측정하는 장치. 2개의 이켈슨 간섭계를 이용하고 있다.
광구(photosphere) 태양을 눈으로 볼 때 동그랗게 보이는 태양의 표층.
태양풍(solar wind) 태양에서 방출되는 태양 플라스마의 흐름.
플레어(flare)와 홍염(prominence) 태양 자기장이 소멸할 때 가지고 있던 에너지를 급격히 내놓으면서 광구 밖으로 강한 빛과 고에너지 입자를 내뿜는 현상.
흑점(sunspot) 태양 표면에 가맣게 보이는 점. 이곳은 주위보다 자기장의 세기가 강하고 온도가 낮다.
 

1996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문홍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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