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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우주식단 나온다

우주밥에 우주김치 먹고 휴식은 수정과

지난 9월 한달간 한국 최초의 우주인에 도전한 사람들은 1차 관문을 통과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먼저 2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 6곳에서 3.5km를 달리며 기초체력을 평가받았다. 참가자 3325명 가운데 3176명(남자 2756명, 여자 420명)이 합격했다. 특히 최고령 합격자는 정재은(67) 신세계 명예회장, 최연소 합격자는 백장미(19) 한양대 자연과학부생이었다.

기초체력평가를 통과한 합격자들은 2주 뒤인 17일 영어(TEPS)와 종합상식을 평가하는 필기시험을 치렀다. 이어 9월 28일~10월 1일에 진행되는 기본 신체검사를 거쳐 10월 중순 1차로 300여명으로 압축된다. 그뒤 2·3·4차 선발과정을 통해 내년 1월쯤 우주인 후보 2명이 탄생한다.

한편 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서는 우리 우주인이 수행할 과학실험 임무를 선정하려고 노력 중이고 우주김치를 비롯한 한국형 우주식단을 준비 중이다. 우주에서는 어떤 음식을 먹을까. 한국형 우주식단의 메뉴는?

 

우주용 오렌지주스를 마시는 우주인. 우주음식은 무인우주화물선 '프로그레스'(배경사진)에 실려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전달된다.


냉동 건조에서 가열 살균까지

1960년대 초창기 우주음식은 각설탕처럼 한입 크기부터 냉동 건조시킨 음식이나 치약처럼 알루미늄 튜브에서 짜먹는 형태였다. 지구에서 음식을 운반하기 때문에 무게와 부피를 줄이기 위해 건조식품이 제격이었다. 문제는 맛이 없었고 부스러기가 나와 떠다닌다는 점이었다. 건조식품에 물을 넣어 먹기도 힘들었고 튜브를 짜는 방식은 우주인들이 싫어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곧바로 한입 크기의 음식에 식용 젤라틴을 코팅해 부서지는 걸 막았고 냉동 건조식품에 물을 타기 쉽도록 플라스틱 포장용기 한쪽에 튜브를 만들었다. 물을 섞은 뒤에는 이 튜브를 통해 수프처럼 반죽된 음식을 빨아먹을 수 있었다. 음식 종류도 다양해졌다. 새우에 소스를 친 식전요리, 치킨과 야채, 토스트, 푸딩, 사과주스가 포함됐다.

아폴로우주선을 탄 우주인들은 67℃의 뜨거운 물을 사용해 따뜻한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NASA는 물에 타 먹는 음식을 떠먹을 수 있게 수저 달린 용기에 넣었고 가열 살균 식품은 내열 플라스틱에 밀봉했다.



150가지 풀코스요리에 특별식은 선택

1973~1974년 우주정거장 ‘스카이랩’에는 식탁이 마련됐고 72가지의 다양한 음식이 제공됐다. 또 과일과 음료를 차갑게 보관하는 냉장고뿐 아니라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필레 살(소의 두터운 허리 고기) 같은 음식을 넣어두는 냉동고도 있었다. 현재 우주왕복선에는 100여 가지 우주음식이 마련돼 있고 NASA에서 준비하는 우주음식에는 150종이 있다고 한다.

우리 우주인이 방문할 국제우주정거장에서는 지구에서와 가장 비슷한 음식을 먹고 있다. 아몬드나 땅콩이 든 납작한 초콜릿이나 과일은 그대로 먹고 마카로니나 스파게티 같은 음식에는 물을 첨가해 먹으며 치킨이나 고기 같은 음식은 오븐에 적당히 데워 먹는다. 커피, 차, 오렌지주스, 레모네이드 같은 후식도 즐길 수 있다.

일부 우주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개인적으로 구입해 가기도 한다. 물론 NASA의 ‘음식실험실’이나 러시아 연방우주청의 생의학연구소(IBMP)에서 하는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무중력의 우주공간에서 뜯었을 때 문제가 없는지, 떠다니다 사람이나 기계장치에 영향을 주는지를 검사한다. 일본의 모리 마모루 박사는 데워 먹는 인스턴트 카레를 갖고 갔는데, 매콤한 카레가 우주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ISS에 마련된 식탁에 다양한 음식을 차리고 있는 러시아 주윈 유리 우사체프. 우리 우주인이 방문할 ISS에서는 지구에서와 가장 비슷한 음식을 먹고 있다.


우주라면에 김치는 어때?

입맛이 없는 우주인들을 위해 NASA는 2000년부터 매년 우주음식 경진대회를 열고 있다. 전세계 식품 관련 전공자들이 참여해 시리얼 바, 특별히 제작한 한입 크기의 피자, 두유나 두부로 만든 고단백식품 등 새로운 우주음식을 제안했다. 2004년 우승작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연구팀이 개발한 세 겹의 야채 스프레드로 빵에 발라 먹을 수 있는 식품이다.

우리 우주인은 그래도 밥, 김치, 고추장, 된장을 먹어야 힘이 나지 않을까. 한국식품연구원은 항우연과 함께 한국형 우주인 식단을 개발하고 있다. ‘우주활동에 적합한 우주식품 개발사업’의 총괄책임을 맡고 있는 식품연구원 김성수 박사는 “우주밥, 우주김치, 우주고추장, 우주된장, 우주라면을 연말까지 제품형태로 만들고 내년 카자흐스탄의 우주환경시설에서 실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박사팀은 고추장과 된장을 냉동 건조시키고 밥이나 라면은 반조리 형태로 만들어 우주식품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우주정거장에 가서 건조식품엔 물을 타고 반조리음식은 60~70℃로 가열해 먹을 수 있다. 김치는 냉동 건조시킨 뒤 가로세로 10cm 크기로 진공 포장해 1회용 우주식품을 만들 계획이다.

김 박사는 “한창 맛이 좋을 때 영하 40℃로 급속 냉동시키면 김치는 색깔, 맛, 몸에 좋은 유산균이 그대로 남아 있다”며 “우주김치는 물만 조금 타면 신선한 상태로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식품연구원은 카자흐스탄 아카데미 우주식품개발부서와 공동 연구 중이다.

한국원자력연구소 이주운 박사팀도 CJ와 함께 우주김치를 개발하고 있다. 이 박사팀은 김치를 방사선에 처리하는 방식으로 우주김치를 만드는데, 개발을 거의 끝낸 상태라 지난 8월 국내 특허 출원을 했다. 미국, 중국, 일본에도 특허 출원을 준비 중이다.

이 박사는 “맛있게 익은 김치를 코발트60에서 나오는 감마선을 쪼여 멸균하면 오래도록 신선한 우주김치가 탄생한다”며 “이때 유산균도 죽지만 우주인은 따로 유산균을 섭취해 문제없다”고 말했다. 방사선 멸균법은 1972년 아폴로 17호에 실린 햄에 처음 적용된 뒤 여러 우주식품에 쓰이고 있다.

그는 “우주김치는 이중으로 포장돼 있어 국물이 튈 염려가 없고, 미생물이나 효소에 의해 변질되는 현상을 막도록 질소가스를 넣어 처음 맛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팀은 김치 외에 야채나 소고기가 들어간 죽, 수정과, 갈비를 우주음식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 전통음식을 우주로 보낼 준비가 한창이다.
 

지난 6월 15일 '한국우주인 임무개발 컨퍼런스'에서 공개된 우주음식. 한국원자력연구소 이주운 박사팀이 개발한 우주김치(맨앞)도 선보였다.


생생 체험기! 3.5km를 달렸다

‘탕!’ 어린 시절 꿈꿨던 우주여행을 향한 첫출발이다. 23분 안에 뛰어야 하는 3.5km는 그리 짧지도 그리 멀지도 않은 거리다. 별로 힘을 들이지 않았는데도 1km 지점을 지나자 숨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반쯤은 넘게 달렸을까. 사전 답사도 하며 꾸준히 연습했기에 자신 있었지만, 언덕을 오를 때 다리가 무거워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이제 하나 둘 걷는 사람도 보인다. 잠깐 걸어도 테스트는 통과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작은 약속을 한다. 결승점까지 아무리 힘들어도, 아무리 여유가 있어도 걷지는 말자고. 또 이 테스트가 끝나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때까지 계속 뛰어가자고. 저 앞에 결승선이 보인다. 포기할 수 없는 우주인의 꿈. 20대의 끝자락에서 멋진 꿈을 위해 뭔가 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에 내 몸은 이미 우주유영을 하고 있는 기분이다.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3.5km를 달리기 전 몸을 푸는 안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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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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