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 별을 보며 아름다움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또한 학창시절 사랑의 감정을 별을 통해 전해 보지 않은 사람 또한 거의 없으리라. 우리네들 삶이 젊은 시절 그렇게 메마르지 않았다는 증거이리라. 그러나 나이를 먹게 되면서 어느 순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아름다움을 단지 아득한 옛날의 향수 정도로만 느끼게 된다.
별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우주의 신비를 캐는 것은 단지 사춘기 소년 소녀들만의 낭만은 아닐 것이다. 오늘 밤 학생들은 부모님의 손을 잡고, 부모님은 아이들을 이끌고, 젊은 연인들은 서로 마음을 느끼며 별 하늘 아래 서서 우주의 신비와 별들의 낭만을 느껴보는 여유를 찾아보기 바란다.
하얀 눈이 내린 하얀 겨울밤 하얀 마음으로 하얀 별들의 사랑 잔치에 참여해 보자.
겨울 하늘엔 다른 계절에 비해 유난히 길잡이 별이 많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1등성의 반 가까이가 겨울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시골 하늘이라면 날씨가 아주 좋은 날 겨울의 은하수도 좋은 볼거리가 된다. 비록 여름의 은하수에 비해 메마른 강줄기를 보이지만 저녁 하늘부터 이어진 은하수를 연결해 보노라면 우리 은하의 또다른 신비를 느낄수 있을 것이다.
하늘의 늑대
이달 하늘엔 전하늘에서 가장 밝은 1등성 시리우스가 산등성이 위에서 푸른 빛으로 빛나고 있다. 시리우스(Sirius, 개의 별)는 천랑성(天狼星, 하늘의 늑대)으로 불릴만큼 으스스한 별이다. 어두운 겨울밤 하늘의 늑대가 청광을 번뜩이며 산등성이 위에서 우릴 내려본다고 생각해보라. 약간은 공포스럽지 않은가! 하지만 겨울 별들의 아름다움은 곧 그런 생각을 사라지게 만들어 줄 것이다.
또한 남쪽 하늘 높이 올라온 쌍둥이자리의 두 별은 우애깊은 형제의 모습을 보이며 추운 밤하늘에 따스한 정을 느끼게 해준다. 마차부자리의 카펠라(Capella)는 북극성에 가장 가까운 1등성답게 하얀 빛으로 고고히 빛나고 있다.
그리고 이달에 빠뜨려서는 안될 볼거리가 있다. 바로 연중 가장 풍부한 유성우 중의 하나인 사분의자리 유성우(용자리 유성군으로도 불린다. 사분의자리는 1795년 프랑스의 라랑드가 북두칠성 뒷부분에 사분의자리를 만든데서 비롯된 말이다. 그러나 이 별자리는 통용되지 않고 이 유성우의 이름에만 남아 있다)이다. 1월 4일밤 매시간 1백개 정도의 유성이 북두칠성의 손잡이 부근에서 떨어진다. 이것이 바로 사분의자리 유성우인데, 이 유성우는 그 활동시간이 단 몇시간 정도로 아주 짧다는게 아쉬운 점이다.
선과 정의의 대명사
추운 겨울밤! 화려한 1등성들이 밝게 빛나는 밤하늘의 모습은 멋진 축제의 한장면을 연상시킨다. 특히 수많은 별자리들 중에서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오리온자리는 단연코 이 축제의 주인공이다. 오리온만큼 우리에게 친숙하고 정감어린 별자리도 몇 안된다. 이 별자리는 또한 지구의 적도 위에 위치하기 때문에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고대 뱃사람들은 오리온을 보는 것을 두려워했는데, 동쪽 지평선에 나타난 오리온자리는 폭풍우치는 겨울 날씨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리온은 별자리의 왕자로서 옛부터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선과 정의의 대명사로 알려져 오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이 별자리의 주인공은 용감한 사냥꾼이며, 우리는 그의 출현을 '멋진 별밤이 오리라는 약속'으로 환영하고 있다.
그 모습을 자세히 보면 우리나라 고유의 장고 모양을 하고 있어 우리들은 이 별을 북별 혹은 장고별로도 부른다. 장고의 허리에 해당하는 오리온의 중심부분에 거의 같은 간격으로 세개의 별이 나란히 놓여져 있다. 민타카(Mintaka) 알닐람(Alnilam) 알니탁(Alnitak)이 바로 이들인데 이들은 삼태성(三太星)이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들은 하늘의 적도 상에 놓여져 있기 때문에 어디에서 보아도 정동에서 떠올라 정서로 가라 앉는다. 어떤 이들은 산등성이에 걸린 삼태성을 가리켜 '하늘을 오르는 계단'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삼태성의 뚜렷한 모습은 쉽게 찾을 수 있으며, 다른 별들을 찾는데 좋은 지침으로 이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삼태성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면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인 큰개자리의 시리우스(Sirius)를 만날 수 있고, 북쪽으로 올라가면 황소자리의 히아데스(Hyades)성단과 플레이아데스(Pleiades)성단을 찾을 수 있다. 또한 삼태성이 뜨는 위치를 확인하면 자신이 서 있는 곳에서 정확히 동쪽이 어딘지 알 수 있다.
삼태성의 남쪽에 오리온이 차고 있는 칼을 나타내는 세개의 작은 별이 일직선으로 놓여있다. 이들을 삼태성과 비교해 소삼태성이라고 부른다. 소삼태성은 그 중앙에 가장 대표적인 발광성운인 오리온 대성운을 포함하고 있어 주목을 끈다.
삼태성과 소삼태성에 서쪽의 에타(η)별을 더하면 술그릇별이 된다. 이것은 플레이아데스 성단의 뿌연 모습과도 연관이 있는데, 플레이아데스(묘성, 좀생이별)성단이 술을 마시고 취해서 도망가기 때문에 술집주인이 쫓아가 겨우 서쪽하늘에서 붙잡는다는 전설이 있다.
묘성은 술그릇별보다 약 3시간 전에 떠오르는데 술그릇별이 떠오르는 것과 묘성이 서쪽 하늘에 지는 것은 거의 동시이다. 따라서 묘성은 서쪽하늘에서 지기 바로 전에 술그릇 별을 들고 쫓아온 술집주인에게 붙잡힌다는 말이다. 묘성이 술을 마시고 도망친다고 생각한 것은 그 별빛이 약간 흐릿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아마 묘성이 이렇게 불린 데에는 술을 마실 기회가 많은 겨울철 취객들의 취기에 의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스 신화는 오리온자리의 탄생을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오리온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키가 크고 힘이 센 사냥꾼이었다. 그는 달의 여신인 아르테미스와 사랑하는 사이였으며 둘의 사랑은 곧 결혼으로 연결되리라 믿어졌다. 그러나 아르테미스의 오빠인 태양신 아폴로는 둘의 사랑 소식을 듣는 순간 누이가 인간을 사랑한다는 사실에 몹시 진노하게 됐다. 결국 동생을 포기시킬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아폴로는 오리온의 머리에 금색 빛을 칠해 아르테미스가 쏘는 활의 표적으로 만든다.
활쏘기의 명수인 아르테미스는 오빠의 계략도 모른채 활 시위를 당겼고, 시위를 떠난 화살은 어김없이 오리온의 머리에 명중했다. 자신이 쏘아 죽인 것이 오리온임을 안 아르테미스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일설에는 오리온을 죽인 것은 아폴로가 풀어 놓은 전갈이라고 전해지기도 한다). 결국 그녀는 오리온에 대한 사랑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오리온의 시체를 하늘에 올려 자신의 은수레가 달릴 때에는 언제라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제우스신에게 부탁을 했다. 제우스는 아르테미스의 청을 받아들여 오리온을 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오리온자리는 밝은 별이 많고 달이 나온 밤에도 잘 보인다고 한다. 달이 떠 있는 겨울밤 아르테미스의 슬픈 사랑 노래를 들어보기 바란다. 그리고 그들의 애틋한 사랑을 위해 잠시나마 기도해주자.
1월의 별/베텔기우스(오리온자리α별, Betelgeuse)
베텔기우스와 그 이웃별들은 전하늘에서 가장 매혹적인 별의 배열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화려한 광채는 기원전 425년 폴리메스터란 시인의 시구에서 잘 표현되고 있다.
"···그곳에선 오리온과 시리우스가 내뿜는 시뻘건 화염이 천공을 통해 가장 높은 천장에까지 이르고 있다."
베텔기우스는 오리온자리의 으뜸별로 장방형의 동쪽 위에 자리한다. 뚜렷한 오렌지색으로 쌍안경을 통해 보면 그 색깔을 더욱 확실히 알 수 있다. 베텔기우스는 오리온의 어깨를 나타내나 아라비아 말이 유럽으로 건너와 잘못 번역되는 바람에 오리온의 겨드랑이로 알려져 있다. 메소포타미아 시대엔 베텔기우스와 그 이웃한 별들이 왕의 별자리로 알려졌었다. 인도와 페르시아에서는 베텔기우스가 팔로 불려지기도 했다.
이 별은 밤하늘에서 볼 수 있는 별들 중에서 일곱번째로 밝은 별이다. 또한 이 별은 그 평균 밝기가 0.8등급이며, 통상 6.4년을 주기로 밝기가 0.4등급에서 1.3등급으로 불규칙적으로 변한다. 이것은 그 기간 동안 밝기가 2백% 이상 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베텔기우스의 밝기가 변하는 것은 이별이 팽창과 수축으로 인해 그 평균지름이 20% 정도 증가하거나 감소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변광기간 동안 베텔기우스의 지름은 대략 태양의 7백배에서 1천배 사이에서 변한다. 그 지름을 우리의 태양계와 비교하면, 중심에 태양이 있을 때 최대크기 시의 베텔기우스 표면은 목성 궤도를 넘어설 것이다.
베텔기우스가 변광성이란 사실이 최초로 알려진 것은 1836년 존 허셀(John Herschel)에 의해서다. 1849년에 그는 이 별의 밝기 변화가 1836년에서 1840년까지 특히 주목할만한 변화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그 변화는 곧 또다시 증가했고, 1852년 12월말경 허셀은 베텔기우스가 천구 적도의 북쪽에서 가장 밝은 별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미국 변광성 관측자 협회(American Association of Variable Star Observer)의 관측결과에 따르면 이별은 1933년과 1942년 대략 0.2등급으로 최대의 밝기를 나타냈다. 이웃한 황소자리의 알데바란이나 마차부자리의 카펠라와 그 밝기를 비교해보면 그 변화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베텔기우스의 스펙트럼형은 M2로 이것은 이별의 표면 온도가 3만4천K(절대온도)라는 것을 나타낸다. 이 온도에서 이 별 에너지의 거의 90%가 눈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으로 방출된다. 이 별의 질량은 태양 질량의 거의 10배에서 15배 사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정도 질량의 별은 대략 4백만에서 1천만년 정도의 일생을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 형태의 초거성은 그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 놓여있다. 먼 훗날 우리의 후손들은 이곳에서 화려하고 비극적인 초거성의 폭발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이 별까지의 거리는 여러가지 자료가 나와 있으나 가장 최근의 자료에 의하면 대략 3백광년 정도로 과거에 생각했던 것보다 가까운 것으로 밝혀졌다.
이달의 집중탐구/오리온 대성운(The Orion Nebula, M42, NGC 1976)
오리온 대성운은 밤하늘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멋진 성운으로 M42, NGC1976이란 이름이 붙여져 있다. 가스 덩어리로 이루어진 이 성운은 거의 각거리 1도(보름달 지름의 두 배 크기)에 걸쳐 퍼져 있으며, 작은 관측기구로도 충분히 관측 가능하다. 그 바로 옆의 작은 가스 뭉치는 M43, NGC1982로 불리는데 이 둘은 실제로 같은 성운의 일부분이다. 오리온 대성운은 워낙 그 크기가 커서 그것을 관측하는 데는 쌍안경이 가장 좋은 기구다.
이 성운의 중심 부분에 5등급의 세타-1(${θ}^{1}$)이란 별이 있다. 이 별은 그 주위의 가스층으로부터 최근에 생겨난 것이며 그 빛으로 이 성운을 밝히고 있다. 쌍안경을 통해 이 곳을 자세히 보면 사다리꼴 모양으로 세개의 별이 더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성운 속에 감추어져 아름답게 빛나는 이들을 가르켜 트라페지움(Trapezium) 성단이라 부른다. 보다 큰 망원경을 통해보면 이들 네 개의 별은 수백 개의 희미한 별들을 포함하고 있는 갓태어난 젊은 성단의 밝은 구성원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이들 고온의 별들이 쏟아 내는 강한 에너지가 주위의 성운가스들을 흥분시켜 그들을 빛나게 만드는 것이다. 쌍안경을 통해 본 이 성운은 섬뜻한 푸른 빛으로 보이지만 사진을 통해 보면 분홍과 파랑, 그리고 보라색이 어울린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트라페지움 성단의 팽창 속도와 그 구성 별들의 색깔과 밝기 등을 분석한 결과 이 성단은 채 50만년도 안 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것은 지금까지 알려진 별들 중에서 가장 젊은 별들의 집단 중 하나다. 대성운으로부터 한 무리의 우주 먼지와 가스들이 중력에 의해 서로 잡아 당겨져 수축되고, 수축된 성운의 핵에선 온도와 압력이 올라가게 됐다. 온도가 대략 1천만도 정도에 이르렀을 때 수소 원자들로 이루어진 핵은 서로 융합해 더 무거운 헬륨을 만들었다. 이것은 수소 폭탄이 폭발할 때 일어나는 것과 같은 과정으로 주위에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 에너지가 수축하는 별의 표면으로 옮겨져 열 빛의 형태로 복사되어 하나의 별이 탄생한 것이다. 바로 50만년 전에 이곳에서 일어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