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통난이도 | 한 페이지 뉴스
태양전지, 망원경 등의 성능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는 모든 빛을 빨아들이는 완벽한 검은색을 구현하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과학자들이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해 들어온 빛의 99.96%를 흡수하는 ‘반타블랙(Vantablack)’을 구현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탄소나노튜브는 고온에서 제조해야 하고 쉽게 마모된다는 한계가 있다.
알렉산더 데이비스 미국 듀크대 생물학과 연구원팀은 완벽한 검은색을 구현할 방법을 자연에서 찾았다. 연구팀은 나비의 검은색 날개 표면에 있는 미세구조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호랑나비과(Papilionidae)와 비블리스아과(Biblidinae) 등 4개 분류군에 속하는 14종의 나비 표본을 이용해 500nm 파장(초록색)에 대한 날개의 반사도를 측정했다. 빛 흡수율이 매우 높은 검은색 날개를 가진 10종과 보통의 검은색 또는 갈색 날개 4종(대조군)의 반사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빛 흡수율이 높은 검은색 나비는 날개의 반사도가 0.06~0.4%에 불과했다. 이는 들어온 빛의 최대 99.94%를 흡수한다는 뜻이다. 반면 대조군 나비는 날개의 반사도가 1~3%로 측정됐다.
연구팀은 날개 표면의 구조와 반사도의 상관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주사전자현미경(SEM)으로 각각의 날개를 관찰했다. 반사도가 낮은 검은색 날개에서는 벌집 모양, 직사각형 모양 등 다양한 형태의 미세구조가 관찰됐다. 연구팀은 ‘유한차분 시간영역(FDTD)’이라는 수치분석기술을 이용해 날개 표면의 미세구조를 제거하면 빛 반사도가 7~28배 증가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데이비스 연구원은 “나비 날개 표면의 미세구조를 응용하면 기존에 사용하던 탄소나노튜브를 대체할 수 있는 소재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더 얇고 더 쉽게 생산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3월 10일자에 발표됐다. doi: 10.1038/s41467-020-15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