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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는 '친절한 외과의사'를 원한다!


수 술, 마 지 막 선 택 강구정 지음 (공존, 412쪽, 1만6000원)


이 시대는 ‘친절한 외과의사’를 원한다!
갑자기 갈비뼈 밑이 뻐근해졌다. 잠시 쭈그리고 앉아 숨을 골라도 봤지만 통증은 가라앉지 않았다. 물을 마시면 곧바로 구토로 이어졌고 몸을 움직이기도 어려울 정도로 배가 아팠다. 그 순간 뻣뻣하고 메마른 나무 한그루가 된 듯 했다.

첫 번째 찾아간 병원에서는 장염 진단을 내렸다. 한 시간 동안 링거를 꽂고 병상에 누워 있었는데 통증이 잦아들지 않았다. 덜덜 떨리는 걸음걸이로 택시를 타고 다른 병원 응급실에 갔더니 충수염 진단이 나왔다.

결국 세 번째 병원에서야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통증이 시작된지 반나절 만이었다. 여기까지가 기자의 개인적인 경험이다.

아무리 노련한 의사라도 환자의 증상만으로 충수염을 진단해내기는 어렵다. 소장 말단부의 염증이나 급성 췌장염일 수도 있고 여성인 경우 난포가 터지는 배란통이나 자궁외 임신도 고려해야 한다.

현직 외과의사인 저자는 충수염 수술은 신중할수록 좋다고 말한다. 여러 병원을 거쳐 밤 12시쯤 종합병원 응급실로 실려온 환자가 “제발 수술해 주세요”라고 외쳤어도 저자는 수술을 미뤘을 가능성이 크다. 그는 밤 12시와 새벽 6시 사이에는 의사가 실수를 할 확률이 크기 때문에 가급적 그 시간에는 수술을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분만의 진통이 시작되면 출산까지 평균 13시간 정도 걸린다. 의사는 이 시간에 자리를 비울 수 없다. 제왕절개를 하면 시간도 벌고 의료비도 더 받을 수 있는데 말이다. 또 첫아기를 제왕절개로 낳았으면 둘째 아기 때도 제왕절개를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까지 더해져 우리나라는 제왕절개 왕국이 됐다. 저자는 의료분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제왕절개를 권하는 의사들에게 좀 더 신중해질 것을 주문한다.

이렇듯 ‘수술, 마지막 선택’에는 평소 궁금했던 수술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담겨있다. ‘치질에 걸렸을 때는 무조건 수술을 해야 하는지’‘암과 공존하며 살아갈 방법은 없는지’‘뇌혈관질환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지’처럼 환자가 정말 알고 싶은 주제를 정해 알토란같은 정보를 제공한다.

수술을 ‘손으로 하는 예술’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베테랑 외과의사인 저자도 책을 집필하는 동안 수술대에 누울 경험이 있었다. 환자의 입장이 돼 그동안 써놓은 원고를 읽으니 미흡한 부분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고 환자를 위한 친절한 수술 안내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고 한다. 앓고 있는 병에 대해 하나라도 더 알고 싶은 것이 환자와 가족의 마음. 이 시대는 카리스마 있는 외과의사보다 친절한 외과의사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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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신방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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