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왜 이렇게 속도가 느린걸까?”“이게 뭐야, 또
끊겼잖아!”
생활의 필수요소로 자리잡은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느껴봤던 심정이다. 문자 위주로 된 이메일이나 인스턴트 메시지 등은 쉽게 이용할 수 있지만, 데이터의 종류와 크기가 다양해진 현 시점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예를 들어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물건을 구매한다고 가정하자. 소비자는 구입할 제품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 문자정보뿐만 아니라 이미지, 동영상 등 수많은 정보를 필요로 한다. 보고 싶은 영화를 직접 골라 그 자리에서 감상하고 싶을 때도 마찬가지. 방대한 분량의데이터를직접내컴퓨터에다운로드받아야한다.
결국 문자, 이미지, 동영상 등 각종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발전할수록 통신망을 통해 전달해야 하는 데이터량은 엄청나게 늘어난다. 이런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좀더 빠르게, 그리고 끊김 없이 송수신하기 위한 좋은 방법은 없을까.
광섬유 이용해 빠르고 손실없이 통신
이 분야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기 위해 최첨단 통신기술을 연구하는 곳이 KAIST 전자전산학과 정윤철교수가 이끄는 광통신연구실이다. 광통신은 말 그대로 빛을 이용해 통신하는 시스템이다. 즉 문자, 이미지, 동영상 등 각종 데이터를 전기신호 대신 광신호로 바꿔 보냄으로써 많은 양의 데이터를 신속하게 전달하는 통신방법을 말한다.
광통신의 원리는 간단하다. 실처럼 가늘고 투명한 물체(광섬유)에 빛을 비추면 빛은 이 물체를 따라 진행하는데, 광섬유가 휘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빛은 계속 광섬유를 따라 진행한다. 광섬유에서 바깥쪽으로 나가려던 빛이 광섬유와 공기의 경계면에서 광섬유 중심쪽으로 반사되는 전반사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전기 신호의 경우 전선의 저항을 최대한 줄인다 해도 초당 수천km의 이동속도를 갖는반면 빛은 초당 30만km의 속도를 낼수있어 같은시간 동안 훨씬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또한 광섬유는 유리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부도체이기 때문에 전기가 도체에 흐를때 표면에서 발생하는 손실 현상이 없어진다.
이러한 광섬유의 장점을 살리면 음성 데이터와 대용량 디지털 비디오 등 고품질의 멀티미디어 전송서비스를 효율적으로 펼칠 수 있다. 광통신이 미래에 가장 각광받을 기술로 떠오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1994년 출범한 광통신연구실은 광섬유를 이용한 초장거리 광전송 시스템, 망의 성능 감시와 장애복구 기술, 광가입자망과 이와 관련된 각종 시스템 등의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초장거리 광전송분야에서는 파장분할다중방식(Wavelength Division Multiplexing)장거리 광전송시스템을 구현해 초당 1.28Tbit(1Tera=1012)의 정보량을 단일모드 광섬유를 통해 3백20km 전송한 바 있다. 파장분할다중방식은 파장이 서로 다른 여러 광원을 전송 데이터에 따라 변조시킨 뒤 이 빛을 서로 합쳐 한가닥의 광섬유를 통해 전달하는 방법으로, 광섬유당 전송용량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는 첨단기술이다. 이 기술이 구현된 시스템을 사용하면 약 1천5백만명이 동시에 전화통화를 하거나, 영화 1백30여편을 서울에서 대구까지 단 1초 내에 전송할 수 있다.
초고층 전화국 필요없다
장거리 통신시스템뿐만 아니라 여러 도시를 서로 연결해주는 통신망도 연구수행과제 중 하나다. 여러 도시를 연결하는 통신망에서는 각 도시에서 신호를 나누고 결합하는 회선분배 작업이 필요하다. 현재 쓰이는 회선분배기는 일단 광신호를 전기신호로 바꾼 뒤 특정 도시에서 사용할 신호는 나눠서 두고, 다른 도시에 보낼 신호는 통과하는 신호와 결합해 다시 광신호로 변환한 후 전송하는 방식으로 구현돼 있다.
이 방식을 이용해 수십 Gbps(1Giga=109)급의 초고속신호를 처리하려면 회선분배기의 크기가 커져야 하기 때문에 초고층 전화국이 필요하다.
하지만 광회선분배기는 중간에서 사용할 신호만을 전기신호로 변환하고, 나머지는 광신호 그대로 전송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부산으로 떠나는 기차가 있다고 가정하자. 기존의 회선분배기 방식이라면 기차가 대전에 도착할 경우 모든 손님을 내리게하고 다시 배치해 승차시키는 것과 같다. 하지만 광회선분배기 방식은 대전에 도착했을 땐 내릴 승객만 내리고, 나머지 승객은 모두 그대로 그 열차에 타고 부산으로 향하는 개념이다.
이러한 광통신망에는 빠른 장애복구 기능과 망의 신뢰성을 보장하기 위한 성능감시 기능이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막대한 양의 정보가 전달되는 초대용량 광통신망에서 장애가 발생해 통신이 두절되면 각종 금융기관과 행정기관, 공항과 병원 시스템 등의 전산망 마비로 인해 경제적 손실과 사회적 혼란이 커지기 때문이다.
광통신연구실은 1999년부터 과학기술부 국가지정연구실 사업의 지원을 받아 광신호의 성능감시 분야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 결과 광신호의 파장과 전력 감시, 광신호대잡음비 감시, 경로 감시 등의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가입자당 하향 방향으로6백22Mbps(1Mega=106), 상향방향으로 1백55Mbps 이상의데이터속도를 제공할 수 있는 파장분할다중방식 양방향 광통신망을 시연한 바 있다.
광통신연구실에는 현재 연구교수 1명, 박사후 연구원 1명, 박사과정 8명, 석사과정 5명의 연구원이 멀티미디어 시대, 최고의 정보고속도로를 위한 광통신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젊음을 불사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