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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암 백신 나왔다

주사 3번으로 자궁경부암 예방

앞으로 암을 예방하는 길이 열릴까. 지난달 9일 미국 제약회사 머크(Merck)는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Gardasil)을 개발해 미국식품의약국(FDA)의 판매 승인을 얻었다. 세계 최초의 암 백신이다.

가다실은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인간유두종바이러스(HPV)의 두 변종(HPV-16, HPV-18)과 성기 주변에 사마귀가 생기는 성병인 콘딜로마(일명 곤지름, genital warts)를 일으키는 변종 두 가지(HPV-6, HPV-11) 등 모두 4가지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다. 이들 바이러스는 전체 자궁경부암 발병요인의 70%와 콘딜로마의 90%를 차지한다.

머크는 13개국 16~26세의 여성 2만여명을 대상으로 6개월간 3차례 가다실을 접종하고 2년간 지켜본 결과 단 한 명도 자궁경부암 세포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콘딜로마의 경우도 99%의 예방 효과를 보였다.

성경험 없는 소녀 때 접종해야

가다실의 주성분은 바이러스를 둘러싸고 있는 껍질(capsid)을 구성하는 L1 단백질이다. 연구팀은 바이러스 대신 효모 세포에서 HPV 4종의 L1 단백질을 각각 생산한 뒤 효모 세포를 깨고 L1 단백질을 고순도로 정제해 백신을 생산했다. 이렇게 하면 독성 바이러스가 백신에 포함될 우려가 없다.

머크는 완성된 백신이 몸속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다. L1 단백질이 인간의 체액성 면역계를 자극해 나중에 HPV가 다시 침입했을 때 면역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다실의 접종 대상은 9~26세의 여성이다. 임상 실험 결과 HPV에 이미 감염된 환자에게는 뚜렷한 효과가 없고, 감염되지 않은 다른 HPV에 대한 예방 기능만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성 경험이 없고 감염되지 않은 소녀들이 접종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26세 이상 여성과 남성에 대해서는 아직 임상실험 중이다.

완전한 예방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처음 접종한 뒤 2개월째와 6개월째에 각각 추가접종을 받아야 한다. 임상실험에서 가다실의 효과 지속기간은 5년 정도로 나타났다. 머크 백신개발임상실장 엘리어브 바 박사는 “가다실을 한 번만 맞아도 예방 효과는 97% 정도”라고 설명했다.

다만 모든 HPV 변종에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접종한 뒤에도 추가 검진을 받아야 안심할 수 있다. 가다실은 자궁경부암 외의 다른 암에는 효과가 없다. 하지만 인후암, 림프종, 간암, T세포 백혈병 등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다른 암들은 아직 백신조차 없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한 번 접종에 드는 비용이 120달러(약 12만원)나 된다는 점도 부담이다. 효모 세포를 배양해 백신을 생산하는 방식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 머크는 올해 하반기부터 백신을 구입할 능력이 없는 저소득층에게 무료로 백신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미국 제약회사 머크에서 개발한 세계 최초의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 인간유두종바이러스(HPV)의 감염을 차단해 자궁경부암에 따른 사망률을 크게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암 사망률 2위 자궁경부암 정복

자궁경부암은 질과 맞닿은 자궁 아래쪽 부분에 생기는 종양이다. 흔히 ‘자궁암’이라 부르는 대부분의 경우가 자궁경부암이다. 초기엔 거의 증상이 없지만 암이 진행되면서 출혈이 생기거나 불규칙한 생리, 통증 등이 나타난다.

자궁경부암은 유방암에 이어 세계 여성들이 두 번째로 많이 걸리는 암으로 매년 30만명이 넘는 사망자를 내고 있다. 국내에서도 매년 4000여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10만명 가운데 4.5명은 이 병으로 사망한다.

자궁경부암은 성적 접촉을 통해 HPV에 감염돼 발생하는 경우가 전체 원인의 90%를 넘는다. 여러 여성과 성관계를 가졌던 남성과 관계할 경우 감염 확률이 더 높다.

HPV는 성인의 절반 이상이 갖고 있는 바이러스로 총 200여종이 있고, 대부분 피해가 없지만 그 중 15종은 자궁경부암을 일으킨다. 감염 증상이 거의 없어 자신도 모르는 새 상대방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 게다가 전염성이 강해 콘돔을 사용해도 안심할 수 없다. 생식기끼리 닿기만 해도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산모가 환자인 경우 출산할 때 태아에게 수직 감염될 수도 있다.

머크는 내년 하반기에 가다실의 국내 시판을 신청할 예정이다. 현재 영국에 본부를 둔 다국적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도 변종 HPV의 감염을 억제하는 자궁경부암 백신 ‘서바릭스’를 개발해 내년 시판을 목표로 FDA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2006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이상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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