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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온 호 '남극 200일'에 도전하다

한국 첫 쇄빙선 아라온 호가 지난해(2010년) 10월 남극으로 출발했다. 두 번째 남극 출항이자 세 번째 임무다. 두 번에 걸친 남, 북극 탐험을 통해 안전성을 인정 받은 아라온 호는 이번 장기 항해를 통해 본격적으로 극지 탐사 임무에 뛰어들었다. 아라온 호의 임무와 앞으로 펼칠 활약을 네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 봤다.
 


 
 
keyword 1. 극지

북쪽 끝에서 남쪽 끝까지




2010년 12월 말 현재 아라온 호는 남극 킹조지 섬 해안에 머물고 있다. 아라온 호는 지난 해 10월 10일 인천항을 출발해 남극으로 향했다. 2009년 88일간 진행된 남극 항해, 지난해 7~8월 57일간 진행된 북극 항해에 이어 세 번째 항해다. 하지만 이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장기 임무다. 올해 5월 10일까지, 무려 214일을 바다에서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맡은 임무는 두 차례의 세종기지 물자보급과 남극 탐사. 모두 169명의 연구원들이 8번에 걸쳐 승선해 배에 실린 각종 과학 장비로 남극을 조사한다. 여기에는 해수의 수온 분포, 깊이에 따른 염분 농도 등 물리적 성질은 물론, 바다 플랑크톤이나 미생물과 같이 생물학 주제도 포함된다.



아라온 호는 이번 임무를 통해 남극과 북극 모두에서 연구를 지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일 계획이다. 아라온 호는 이미 남북극 항해를 한 차례씩 해냈지만 지난 해 첫 남극 항해는 시험항해 성격이 강했다. 따라서 이번이 진정한 의미의 첫 ‘남극 연구 항해’라고 할 수 있다. 아라온 호의 이번 장기 임무는 남극과 북극 모두에서 전천후 연구가 가능한 진정한 쇄빙연구선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keyword 2. 성능

작은 고추가 얼음 더 잘 깬다




아라온 호는 쇄빙 성능에서 세계 유수의 쇄빙선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배수량 6950t으로 비교적 규모가 작고 원자력 에너지를 쓰지 않아 재래식 추진선으로 분류되지만, 두께 1m의 빙하를 시속 5km 이상의 속력으로 깨며 전진할 수 있다. 북극의 평균 얼음 두께는 3~4m, 남극대륙은 2160m로 대단히 두껍다. 하지만 아라온 호는 바다 위를 떠다니는 얼음(유빙)을 주로 헤치고 달리기 때문에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 물론 이 성능은 세계 최대의 쇄빙선인 러시아의 ‘승전 50주년 기념호’가 2.8m 두께의 빙하를 깨는 데에 비하면 약한 편이다.

하지만 승전 50주년 기념호는 배수량이 2만 5840t으로 아라온 호의 네 배 가까이 되는데다 추진력이 강한 원자력 에너지를 쓴다. 아라온 호의 쇄빙 능력은 배수량이 훨씬 큰 아르헨티나의 1만 4899t급 ‘아라 알미란테 이리자르’ 호와 비슷하고, 독일의 1만 7300t급 ‘폴라스테른’ 호(1.5m의 얼음을 시속 8km 이상의 속력으로 깨며 전진)보다는 조금 낮은 수준이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이 아라온 호에 딱 들어맞는다.



쇄빙 성능 외에 연구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대기 경계층의 높이를 재는 대기 라이다(LiDAR), 해양수의 지점별 수온과 염분을 측정할 수 있는 CTD, 바다 밑 퇴적물을 채집하는 퇴적물 시추기, 이산화탄소의 농도와 풍향, 풍속을 측정할 수 있는 공분산기체교환측정시스템 등 60가지가 넘는 장비가 관측에 이용되고 있다. 바다와 땅속, 대기를 종합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다목적 측정실인 셈이다.


 






 
 
keyword 3. 생물

극한의 생물에게서 배운다




남극은 기온이 영하 55℃까지 내려간다. 여기에 최고 초속 50m까지 부는 바람이 더해지면 체감 온도는 더욱 낮아진다. 극한 환경이다. 하지만 모든 생물에게 극한은 아니다. 펭귄이나 바다표범처럼 남극 바다에 살며 물가에 올라오는 동물도 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미생물도 있다. 2009년 6월 19일자 ‘사이언스’는 남극의 호수 속에 바이러스부터 원생동물까지 다양한 미생물이 복잡한 생태계를 이룬다는 사실을 밝혔다.



극지 생물학자들은 이런 미생물의 효용 가치에 관심이 많다. 극한의 환경에서도 살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진화해 왔기 때문이다. 2003년 남극 세종기지 앞 해안에서 찾아낸 박테리아인 ‘슈도알테르모나스’가 대표적인 예다. 이 박테리아는 낮은 온도에서 단백질을 분해하는 능력이 있다. 차가운 물에서 때를 분해할 수 있기 때문에 세제로 활용할 수 있고, DNA나 RNA에서 단백질을 분리해 내는 효소로 쓸 수도 있다. 2008년 북극에서 발견한 ‘클라미도모나스’라는 세균은 바이오디젤과 식품을 만드는 용도로 개발하고 있다.



한편 아라온 호는 지난해 7~8월 동안 이어진 첫 북극탐사에서도 식물 플랑크톤을 채취하는 데 성공했다. 바다와 맞닿아 있는 빙하에 최대 4m 깊이까지 구멍을 뚫어 얼음을 채취한 뒤 붙어 있는 플랑크톤을 얻어 낸 것이다. 극지연구소는 “극지 생물의 특성을 밝히는 데 이 플랑크톤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keyword 4. 과거

빙하 속에 잠든 과거의 지구를 꺼낸다




극지의 얼음을 파면 수십만 년 과거가 보인다. 과거의 기후와 지질환경이 고스란히 ‘냉동보관’돼 있기 때문이다. 극지에는 여름이 돼도 빙하가 녹지 않는 곳이 존재한다. 북극의 경우 대략 북위 81° 이상, 남극의 경우 세종기지가 위치한 마젤란만 남쪽 지역 대부분이 만년빙으로 덮여 있다. 빙하가 녹지 않는다는 것은 한번 쌓인 눈이 녹지 않고 쌓인다는 뜻이다. 눈 속에는 당시의 공기가 기포로 남아 있다. 물속에 쌓인 퇴적물에는 기후 변화에 따른 변화가 나이테처럼 기록된다.



아라온 호는 극지의 빙하와 퇴적물 연구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아라온 호에 탑재된 시추기 덕분이다. 10m 깊이의 퇴적물을 시추할 수 있는 해양퇴적물 시추기가 있고 30m급 시추기도 1~2년 안에 도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극지연구소 고기후고해양연구팀은 이런 장비를 이용해 이미 퇴적물을 시추하고 있다. 아라온 호는 지난해 12월 5일 세종기지를 떠나 남쪽 200km 떨어진 브랜스필드와 웨델 해로 향했다. 이후 이 지역을 항해하며 해양퇴적물을 채집한 뒤 21일 세종기지로 돌아왔다. 이 지역은 남극에 가까워 연구 가치가 높았지만, 떠다니는 빙하(유빙)가 많아 아라온 호가 없을 때는 연구하기가 쉽지 않던 곳이다.



빙하를 시추해 분석하는 연구도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활발하게 참여하는 분야다. 이미 2007년부터 미국, 프랑스, 덴마크 등 14개 나라가 공동 연구하는 ‘북극 그린란드 빙하시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작년에는 몽골의 4000m급 산악지역에서 빙하 시추에 성공하기도 했다. 올해는 이탈리아 시추 연구에도 새로 참여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빙하 기포 속에 있는 미세입자를 수 ppt 단위까지 분석하는 연구에서 세계적인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2011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윤신영 기자│사진 극지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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