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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유학일기] 뜨거운 5월 축제 날 더 뜨거운 만두 장사의 추억

◇술술 읽혀요

도쿄대 축제는 1년에 2번 열린다. 5월에는 도쿄대 본교 혼고(本郷) 캠퍼스에서 ‘고가츠사이(五月祭)’, 즉 ‘오월제’가 열린다. 11월에는 시부야 근처에 있는 도쿄대 코마바 캠퍼스에서 ‘코마바사이(駒場祭)’가 열린다. 축제 기간은 각각 이틀로 짧지만, 하루 평균 8만 명 정도의 사람이 방문하는 나름 큰 행사다. 도쿄대 축제에는 재학생과 재학생 가족, 지역 주민 외에도 중·고등학생들이 단체로 찾아온다.

오월제에서 1학년 신입생들은 반별로 음식을 조리해서 판매하는 일을 맡는다. 2년 전, 내가 속했던 중국어 반에서는 중국과 관련 있는 음식을 만들어 팔자는 의견이 나왔고, 결과적으로 뜨끈뜨끈한 만두와 찐빵이 판매 메뉴로 채택됐다. 나는 일손이 가장 부족한 호객을 맡았다.

신입생이 돼 처음 맞이하는 도쿄의 5월은 한여름처럼 후덥지근했다.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날씨에 뜨거운 만두와 찐빵을 먹으러 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나는 학교 정문 앞에서 “만두, 찐빵 팔아요”라고 외치며 열심히 전단지를 뿌렸으나 대부분 거절당했다.

마지막 날에는 반 친구들의 가족도 왔다. 더운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만두를 파는 우리가 안쓰러웠는지, 그들 중 일부는 얼어 있는 만두를 데우지도 않고 사갔다.

자유 시간에는 음악 동아리의 연주를 듣거나 학과별로 진행하는 전시를 보고 싶었으나 사람이 너무 많아 일찌감치 포기했다. 그리고 나는 학교에서 버스로 10분 거리에 있는 ‘오타쿠의 성지’인 아키하바라로 몰래 도망갔다. 사람들이 모두 학교 축제를 구경하러 갔는지, 아키하바라는 평소보다 훨씬 한산했던 기억이 난다. 그해 11월, 두 번째 학교 축제인 코마바사이가 열렸다. 우리 반은 평범하게 닭꼬치를 메뉴로 정했다. 코마바사이에서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가장 일손이 부족한 파트를 맡았는데, 바로 조리 담당이었다. 그렇게 나는 이틀 내내 연신 닭꼬치만 구웠다.

이렇게 1학년 때 도쿄대 축제의 ‘의무’를 다했다. 2학년부터는 축제에 필수로 참가하지 않아도 돼서, 학교 축제 기간 중에는 학교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고 집에만 콕 박혀 있었다.

솔직히 나는 축제를 즐기지 않지만, 축제를 굉장히 좋아하는 친구들도 있다. 그 친구들에게 도쿄대 축제를 좋아하는 이유를 묻자, 꽤 흥미로운 이야기가 돌아왔다.

도쿄대의 명물인 ‘귤 연구회’에서 품종이 다른 여러 가지 귤 주스를 팔았는데 인기가 엄청났다고 한다. ‘여장 코스프레 미인대회’에 30대의 전기과 교수님이 나가서 최우수상을 수상해 화제가 됐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여자 캐릭터 옷을 입고 나온 남자 중에서 최고의 미인을 뽑는 대회였다.

전기과가 조명 장치인 전구를 의인화한 캐릭터로 가상현실(VR) 유튜버를 만들고 캐릭터를 움직여보는 체험 전시를 열어 인기를 끌었다는 소식도 들었다. 하지만 인기투표에서 레고부 전시회에 밀려 아깝게 2위를 했다고 한다.

요즘은 직접 가지 않고 집에서 보고 즐길 수 있게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생중계해주는 행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올해 축제에는 직접 가진 않더라도, 기회가 되면 SNS 생중계를 한 번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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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안재솔 일본 도쿄대 전자정보공학부 3학년
  • 에디터

    조혜인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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