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돌이 흘러 강이 된 만어산 종석너덜

경남 밀양시 우곡리에서 좁고 험한 산길을 구비 돌아 오르면 만어사가 나타난다. 해발 670m인 만어산 자락에는 돌이 흘러 강을 이룬다.

절 입구 동쪽 아래로 사람 크기에서 승용차 크기에 이르는 거대한 바위들이 산비탈 아래로 끝없이 펼쳐진다. 만어산 기슭에 돌무더기를 이룬 이 암석들은 마치 물고기 떼가 수면을 향해 머리를 쳐들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어 만어석(萬魚石)이라 부른다. 이를 지형학 용어로는 암괴류(block stream)라고 하는데 우리말로는 돌이 강을 이룬 모양이라 하여 ‘돌강’이라고 한다.


돌이 흘러 강이 된 만어산 종석너덜


최대 폭 120m, 길이 1km에 달하는 만어산 돌강은 그 규모와 형세도 압권이지만 바위가 만들어내는 울림 또한 대단하다. 바위를 두드리면 보통 세 개 가운데 하나는 종소리나 목탁소리를 낸다. 그래서 이 바위들을 종석(鐘石)이라고도 부른다.

옛날 사람들은 부처님의 영험 덕에 바위가 소리를 낸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것은 바위가 밑바닥에 꽉 물려있지 않고 다른 바위 사이에 가볍게 얹혀 있기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바위는 이 틈을 이용해 울림을 만들어낸다. 거기다 암석을 구성하는 철이나 구리 같은 광물질의 성분비가 달라 암석이 내는 소리도 각양각색이다.

산꼭대기에 있는 돌강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만어산 종석너덜은 약 7000만년 전 백악기 말에 관입한 화강암이 오랜 침식을 거쳐 지표면에 드러난 것이다. 돌의 색이 여느 화강암과 달리 검은 이유는 흑운모 성분이 많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땅속 깊이 묻혀있던 화강암이 지표 가까이로 올라오면 위에서 누르는 압력이 약해져 암석에 틈이 생기는데 이 틈을 따라 수분이 스며들면 풍화가 빨라진다. 따라서 암석 모서리 부분이 깎여 나가 벽돌 모양의 암석이 둥근 핵석(core stone)으로 바뀌고 핵석 주변은 부스러기 형태의 굵은 모래인 푸석바위(saprolite)로 채워진다.

이를 지중풍화 또는 심층풍화라고 하는데 우리나라가 지금보다 따뜻하고 강수량이 풍부했던 아열대 기후에 속해 있을 때 일어난 현상이다.

마지막 빙하기였던 약 10만년 전부터 1만8000년 전 한반도는 고산지대를 제외하고는 지금의 시베리아나 알래스카 툰드라 기후 같은 주(周)빙하기후에 속해 있었다.

아열대 기후에서 만들어진 핵석과 푸석바위는 빙하기를 지나 기온이 높아지면서 서서히 아래로 움직였다. 얼었던 지표층이 밀가루 반죽처럼 유연한 활동층으로 변하면서 기반암층 위를 타고 미끌어졌기 때문이다.

땅이 완전히 녹으면서 활동층은 사라졌고 모래와 진흙 같은 세립물질이 계곡물에 모두 씻겨 나가 무겁고 큰 돌들만 남게 됐는데 이것이 지금의 돌강이다.

만어산 돌강을 비롯해 대구 비슬산과 부산 금정산 등 우리나라의 화강암 산지에 발달한 돌강은 모두 이렇게 만들어졌다.
 

돌강 형성과정
 

2006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이우평 지리교사

🎓️ 진로 추천

  • 지구과학
  • 도시·지역·지리학
  • 환경학·환경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