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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반구하늘 최고의 구형 별무리 M13

20세기 초 천문학자들 가장 멋진 광경으로 꼽아

20세기 초 천문학자들은 밤하늘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멋진 광경으로 대형 굴절망원경을 통해 본 구상성단을 꼽았다. 수많은 별들이 망원경 시야에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뿌려져 있는 모습이 장관이기 때문이다. 이달에는 그 모습을 찾아보자.

보름달 크기에 50만개 별 몰려있어

별들이 모여있는 무리를 성단이라 한다. 성단은 두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산개성단이고 다른 하나는 구상성단이다. 산개성단은 별들이 비교적 성기게 모여 있는 성단인 반면, 구상성단은 산개성단보다 많은 별들이 구형으로 밀집돼 있는 성단이다. 산개성단이 우리은하의 나선팔에 분포하고 있는데 비해, 구상성단은 우리은하 외곽까지 비교적 골고루 분포한다. 때문에 구상성단은 계절에 상관없이 어디서나 만날 수 있다.

물론 우리가 볼 수 있는 구상성단의 수에는 계절적인 차이가 있다. 한겨울에 불과 서너개만이 아마추어들의 천체망원경 한계에 들어오는 반면, 여름철에는 사계절 중 가장 많은 수가 포착된다. 왜냐하면 여름철에는 우리은하의 중심 방향 쪽이 보이기 때문이다. 구상성단은 은하수(우리은하) 중심 방향인 궁수자리에 가장 많이 밀집돼 있으며, 궁수자리 주변으로도 상당히 많은 수가 존재한다.

구상성단 가운데 가장 밝고 크게 보이는 것은 유명한 ‘오메가 센타우리’와 ‘47투카니’다. 이 두 구상성단은 너무나 밝아서 망원경이 없던 시절에는 보통의 별로 오인받아 별이라고 명명됐다. 다시 말하면 오메가 센타우리는 센타우루스자리 오메가별을, 47투카니는 큰부리새자리 47번별을 뜻하는 이름인 것이다. 아쉽게도 이들 구상성단은 남반구하늘에 위치해 있어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다. 만약 남반구를 방문할 기회가 온다면 밤하늘에서 이 두 성단을 절대 놓치지 말라. 천체망원경으로 이들을 본다면 밤하늘에서 가장 멋진 장면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구상성단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헤르쿨레스자리에 있는 M13이다. M13은 북반구하늘에서 관측할 수 있는 최고의 구상성단인 셈이다. M13의 의미는 비교적 밝은 성운·성단을 모아둔 메시에목록의 13번째 대상이란 뜻이다. 이 대상의 밝기는 6등급으로 아슬아슬하게 맨눈으로 볼 수 있는 한계등급 부근에 해당한다. 관측하기에 이상적인 장소에서는 M13이 맨눈으로도 보인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맨눈 관측은 거의 불가능하다. M13의 겉보기지름은 보름달보다 약간 작은 23′ (1′= 60분의 1˚)가량이다.

구상성단 M13을 처음 발견했던 사람은 핼리혜성의 재출현을 예측한 것으로 유명한 영국의 천문학자 핼리다. 그는 1714년 M13을 별과는 다른 작은 빛뭉치로서 맨눈으로도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로부터 약 50년 후 프랑스의 천문학자 메시에는 이 대상을 별들로 분해할 수 없는 구름형 성운이라고 묘사했다. 당시 메시에가 갖고 있던 소형망원경으로는 이 대상을 별들로 분해해볼 수 없었던 것이다. 훗날 독일계 영국 천문학자 윌리엄 허셜은 이것이 구상성단임을 밝혀냈고, 이 구상성단이 적어도 1만4천개 이상의 별로 구성돼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늘날에는 구상성단 M13에 소속된 별의 수는 적어도 50만개가 넘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찌그러진 H자 북서쪽에 위치


소형망원경으로 볼 수 있는 구상 성단 M13의 모습. 중심부에는 수 많은 별들이 밀집돼 있지만, 주변 부에서는 별들이 개개로 분해돼 보인다. 마치 모래알처럼 뿌려져 있는 구성성단의 이런 장관은 20세기 초 천문학자들이 가장 멋 진 대상으로 꼽았다.


M13은 헤르쿨레스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이 별자리의 주인공은 그리스의 유명한 용사 헤라클레스다.

헤라클레스는 제우스신이 바람을 피워 얻은 아들인 탓에 어릴 때부터 제우스의 조강지처 헤라여신의 미움을 받으며 자라났다. 헤라여신의 음모로 그는 에우리테우스왕의 노예가 돼 열두가지 모험을 겪게 된다. 이 모험을 행하는 동안 무수한 일화를 남기는데, 이것이 바로 영웅 헤라클레스의 일대기다. 헤라클레스는 죽어서 하늘에 별자리로 올라간다. 이 별자리가 바로 여름철 밤하늘 높이 떠있는 헤르쿨레스자리다. 헤라클레스가 오른손에 방망이를, 왼손에는 물뱀 히드라의 머리를 쥐고 있는 모습이다.

비록 별자리의 주인공 헤라클레스가 유명한 영웅이기는 하지만, 밤하늘에서 보이는 별자리의 모습은 그리 화려하지 않다. 헤르쿨레스자리에는 밝은 1-2등급의 별은 없으며 모두 3-4등급의 다소 어두운 별로 이뤄져 있다. 초보자라면 바로 찾기 어렵지만, 이 별자리를 한번이라도 살펴본 사람이라면 찌그러진 에이치(H)자를 닮은 별자리의 특이한 모습 덕분에 금새 찾을 수 있다. 구상성단 M13은 헤르쿨레스자리의 북서쪽에 자리하고 있다. 엄밀하게 M13은 에타(η)별과 제타(ζ)별을 잇는 가상의 선을 3등분했을 때 에타별로부터 1/3 지점에 위치해 있다. 또 M13의 바로 옆에는 두개의 별이 있는데, 이 두 별은 120°의 각도로 M13을 호위하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관측도구를 사용하지 않은 채 맨눈으로는 구상성단 M13을 볼 수 없다. 그러나 쌍안경이나 천체망원경의 파인더(탐색경,천체를 찾아 주망원경 시야에 넣을 때 사용되는 보조망원경) 등 소형 관측도구의 힘을 빌린다면 손쉽게 이 구상성단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구경 2백50mm에서 개개의 별 확인 가능

쌍안경에서 보이는 구상성단 M13의 모습은약간 부풀어오른 별의 모습이다. 다른 별보다 어딘지 모르게 좀 크고 면적을 가진 듯한 모습인데, 경험자는 이것이 별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안다. 이런 모습이 천체망원경의 보조망원경인 파인더에서 발견되면 주망원경에서 다시 한번 확인한다. 소형 천체망원경에서 보이는 M13은 밝고 둥그런 모습으로 상당히 인상적이다. 물론 사진에서처럼 화려한 모습은 아니다. 문제는 구상성단 주변부의 별들이 어떻게 보이느냐 하는 것인데, 소형망원경에서는 주변부가 세세한 별로 나눠져 보이지 않고 단지 뿌옇고 흐릿한 경계만으로 나타난다.

천체망원경의 크기가 달라지면 구상성단 M13은 다른 느낌으로 보인다. 즉 망원경의 구경이 커질수록 이 구상성단은 좀더 밝고 크기도 더 커 보인다. 구경이 2백50mm가 넘으면 망원경에 드러나는 구상성단의 모습은 화려하고 멋지다. 성단의 가장자리 별들이 하나하나 보이기 시작하고 주변부에서는 마치 거미발처럼 사방으로 뻗어나가면서 넘실대는 별무리를 확인할 수 있다. 흡사 사진에서처럼 작은 별들이 촘촘히 박힌 모습으로 별의 숫자는 셀 수 없을 만큼 많고 조밀하다. 입에서 탄성이 절로 나온다.

만일 이보다 더 큰 망원경으로 본다면, 시야 전체가 오로지 별들만으로 꽉 차는 특이한 광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과거 천문학자들이 망원경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감탄만을 연발했던 그 모습이다.

M13은 북천에서 볼 수 있는 가장 거대한 구상성단인 만큼 꼭 한번은 관측해야 할 대상이다. 더욱이 이 구상성단이 하늘 높이 떠오르는 6월의 밤하늘이라면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이달의 밤하늘에 어떤일이? 6월 24일 화성과 천왕성이 접근한다

아무래도 올해 가장 크게 주목받을 천체는 화성일 것이다. 올여름, 특히 8월에 화성이 지구와 가장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밤하늘에서 화성이 보이는 크기는 근대에 들어 수백년 만에 최대가 될 전망이다. 가깝게는 지난 1988년 대접근 때보다 크고, 멀게는 지난 1924년 대접근 때보다 근소하나마 더 크게 보인다.

보기 드문 대접근 현상의 주인공 화성이 한밤중이면 이제 서서히 동쪽하늘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화성은 현재 염소자리와 물병자리 경계에 위치해 있으며 점차 동쪽으로 자리를 옮겨가고 있다. 지난 5월 14일 화성은 해왕성에서 불과 2° 가량(1°는 보름달 지름의 두배에 해당) 떨어진 곳을 통과했다. 오는 24일 화성은 천왕성과 역사적인 만남을 갖는다.

물병자리의 한쪽 귀퉁이에서 6등급의 밝기로 빛나는 천왕성 옆을 -1등급인 화성이 약 3° 떨어져 통과한다. 밝기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흥미가 없을 거라고 지레 짐작할 수 있겠지만, 화성의 역사적 의미를 생각한다면 절대 그렇지 않다.

작은 쌍안경으로 이날의 광경을 살핀다면 붉은빛의 밝은 화성 한쪽 옆에 초록빛의 천왕성이 흐릿하게 빛나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쌍안경의 한 시야에서 적당히 떨어진 화성과 천왕성을 동시에 볼 수 있는데, 두 행성의 색상 대조가 참으로 신비롭다. 평소 천왕성을 보지 못했던 사람들이라면 이날 화성을 길잡이 삼아 손쉽게 천왕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003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조상호 천체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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