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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V 광자력 빔 가능할까

몸통 전체를 레이저 장치로 채워야

로보트 태권V는 태권도를 이용한 육박전이 어려운 상황에서 로켓주먹이나 손등 미사일을 날리지 않는다면 눈이나 입에서 레이저빔을 발사해 적을 파괴한다.

또 가슴에서 광자력 빔을 뿜어 적의 본거지를 공격하기도 한다. 광자력 빔은 가상의 빔이지만 매질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레이저빔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레이저는 특정 매질의 들뜬 원자들이 파장과 위상이 동일한 빛을 잇달아 내놓으면 이 빛을 마주 보는 2개의 거울을 이용해 증폭시킨 뒤 한 방향으로 일시에 내보내는 원리다. 즉 빛을 모아 목표하는 곳에 쪼이는 것이다. 레이저는 매질에 따라 고체 레이저, 액체 레이저, 기체 레이저 등으로 분류한다.

영화처럼 적이나 기지를 파괴하기 위해 태권V의 레이저빔이나 광자력 빔은 어느 정도 위력을 가져야 할까. 보통 레이저는 좁은 영역에 빔의 강도를 집중시켜야 파괴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가슴 V자의 넓은 면적에서 나오는 광자력 빔은 어떨까. 과연 적을 파괴할 수 있을 정도로 강도 높은 세기의 빔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항공기용 레이저 무기 상상도. 항공기에서 레이저빔을 쏴 날오는 탄도미사일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태권V에 장착될 레이저 시스템의 가장 강력한 후보다.


현재 레이저보다 10배 이상 강해야

먼저 실제 레이저 무기의 수준을 살펴보자. 미국과 이스라엘이 1983년 노틸러스 계획에 따라 개발한 ‘전술 고에너지 레이저’(THEL)가 있다. THEL은 40kW 출력의 불화중수소(DF) 화학레이저다. 20~30km 상공에 떠 있는 항공기를 지상에서 격추할 수 있으며, 전체 시스템은 트레일러 7대로 운반이 가능한 크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또 지상에서 적의 정찰위성을 공격하고 파괴하기 위한 레이저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여기에는 출력 8MW의 ‘산소요오드 화학레이저’(COIL)를 사용할 계획이다.

항공기용 레이저 무기도 있다. 보잉 747-400에 출력 3MW의 산소요오드 화학레이저를 싣는 방식이다. 미국은 이 레이저 무기로 2004년 처음 지상 표적을 파괴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사정거리는 300~600km이다.

위성에 장착할 우주기반 레이저 무기도 개발 중이다.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출력 5MW의 불화수소 화학레이저를 사용할 예정이다.

현재 기술로 개발할 수 있는 레이저는 출력이 10MW를 넘지 못한다. 이 정도 출력으로는 태권V의 적을 완전히 박살내기 힘들다. 다만 적의 미사일이나 연료탱크 부위에 출력을 집중한다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레이저 무기의 위력에 따르면 대륙간탄도탄(ICBM)을 파괴하기 위해서는 5~10MW의 출력이 필요하다. 또 건물 파괴에는 이보다 10배 이상 큰 100MW급 레이저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태권V의 레이저빔이 적 로봇을 녹이거나 폭파시킬 수 있으려면 최소한 100MW 이상의 출력을 내야 한다. 현재 원자력발전소의 순간 발전량이 1000MW 정도임을 감안한다면 엄청난 수치다.
 

'항공기용 레이저 시스템'의 구조^획득센서를 이용해 목표물의 정보를 얻고, 고체 레이저를 쏴 목표물에 조준한 뒤 고에너지 레이저(산소요오드 화학레이저)를 발사해 목표물을 파괴한다. 레이저로 변환되고 남은 냉각시키는 장치도 있다. 이것들을 태권V 에 그대로 적용한다면 거의 몸 전체를 레이저 시스템으로 채워야 한다.


입에서 나오는 레이저빔이 가장 강해

이제 태권V가 출력 100MW의 화학레이저를 탑재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레이저빔으로 공격했을 때 적이 받는 충격은 얼마나 될까. 먼저 태권V가 레이저빔을 발사하는 곳의 면적을 파악해야 레이저빔의 성능을 알 수 있다. 태권V는 눈과 입, 그리고 가슴의 V자형 장식에서 레이저빔을 내보낸다.

전체적인 태권V의 기하학적 크기(키 56m)를 고려할 때 눈 하나는 가로 1m, 세로 0.5m로 볼 수 있다. 눈 하나의 면적은 0.5㎡. 물론 두 눈의 면적은 1㎡이다. 태권V의 입은 지름 0.5m로 간주하면 면적은 약 0.2㎡가 된다. 또 레이저빔의 일종인 광자력 빔이 나오는 가슴의 V자 면적은 24㎡ 정도로 가정할 수 있다.

영화의 태권V는 적이 적당히 먼 거리에 있을 때 레이저빔으로 공격한다. 레이저 공격은 거리가 너무 멀면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고, 아주 가까운 경우는 태권V 장기인 욱박전이 더 유리하다. 목표물이 2km 정도 떨어져 있을 때 레이저를 사용하는 게 효과적이다.

사실 레이저빔이 멀리 진행할 경우 빔은 퍼지게 된다. 하지만 태권V는 비교적 가까이 있는 적을 공격하기 때문에 레이저빔의 확산은 거의 없다고 가정할 수 있다. 확산에 따른 에너지 손실도 없다. 또 태권V는 특별하게 레이저빔을 한 점으로 모으지 않는다. 결국 레이저빔이 목표지점에 도달하는 면적은 발사지점의 면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레이저빔 공격에 적이 받는 충격은? 태권V가 레이저빔을 발사할 때 목표지점의 적이 1㎠의 면적에 얼마만큼의 에너지를 받는지 계산해보면 적의 충격을 가늠할 수 있다. 태권V의 레이저빔은 출력이 100MW이며 확산이 거의 없다고 가정했으므로 적이 1cm2의 면적에 받는 에너지는 간단히 구할 수 있다. 100MW를 발사지점의 면적으로 나누면 된다.

먼저 눈에서 나오는 레이저빔이 가하는 에너지는? 100MW(100×106W)를 1㎡(10⁴㎠)으로 나누면 된다. 적은 1㎠ 당 1만W, 즉 10kW의 에너지를 받는 셈이다. 또 입에서 나오는 매직큐나 가슴의 V자에서 발사되는 빔이 적에게 가하는 에너지도 같은 식으로 얻을 수 있다. 계산 결과 1㎠ 당 각각 50kW, 416W의 에너지를 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에서는 태권V 가슴에서 나오는 빔이 가장 강력한 것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레이저빔의 출력이 100MW로 동일한 경우 매직큐, 눈 레이저빔, 가슴 V빔 순으로 큰 충격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발사지점의 면적이 좁을수록 위력이 큰 셈이다.
 

영화 속 태권V는 눈, 입, 가슴의 V자형 장식에서 레이저빔을 발사한다. 입에서 발사되는 것은 매직큐, 가슴에서 나오는것은 광자력 빔이라 불린다. 계산에 따르면 광자력 빔보다 매직큐가 더 강하다.


가슴에서 발사하는 건 비효율적

레이저빔은 폭탄처럼 순간적으로 적을 파괴하는 무기가 아니라 큰 에너지를 한 지점에 일정시간 동안 비춰 그 열로 파괴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적의 재질이다. 정확한 데이터는 없지만 만약 적의 재질에 따라 파괴할 수 있는 에너지를 안다면 레이저를 쪼여야 하는 시간을 알아낼 수 있다. 즉 레이저 발사시간은 파괴에 필요한 에너지를 레이저빔이 가하는 에너지로 나누면 된다.

예를 들어 적 로봇이 1㎠ 당 400kJ의 열을 받을 때 폭발한다고 생각해보자. 눈 레이저빔은 1㎠에 10kW, 즉 1초 당 10kJ의 에너지를 가한다. 따라서 40초(400kJ/(10kJ/초))는 공격해야 적을 파괴할 수 있다. 또 같은 방식으로 매직큐는 8초(400kJ/(10kJ/초)), 가슴의 V빔은 960초(40만J/(416J/초))를 쪼여야 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레이저 출력이 100MW로 크더라도 면적이 넓은 V빔은 적을 16분(960초)이나 쬐고 있어야 파괴할 수 있다. 따라서 V빔은 매우 비효율적인 무기로 영화적 상상력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V빔을 실제 무기로 쓰려면 V자에서 나오는 레이저를 좁은 면적에 모아주는 기능이 꼭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적으로부터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V빔을 쏴 공격시간을 줄여야 한다.

처음에 공격할 때는 레이저빔이 빛의 속도로 날아가기 때문에 목표까지 거리가 멀어도 상관없다. 하지만 공격시간이 길수록 문제가 생긴다. 적 로봇이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상황이라면 목표를 추적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레이저빔을 수십 초간 계속 같은 지점에 쪼여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에너지를 높여 공격시간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또 파장이 짧은 레이저를 사용해 극히 짧은 시간에 적을 파괴할 수 있는 ‘충격파괴’(Impulse Kill)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항공기용 레이저 무기의 후보인 '산소요오드 화학레이'의 실험장면


냉각장치 없으면 태권V가 녹아

태권V의 레이저 시스템은 항공기용 레이저 시스템이 가장 실현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항공기용 레이저는 보잉 747-400 동체(약 70m)의 2/3 이상이 레이저 발사장비로 가득 차 있다. 이것을 태권V에 적용한다면, 몸 전체를 레이저 발사장비로 채워야 한다.

미국에서 현재 개발 중인 MW급의 레이저를 탑재한 인공위성은 무게가 약 17톤이다. 큰 몸체를 자유롭게 움직여야 하는 무게 1400톤의 태권V도 레이저 시스템을 탑재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영화 속의 태권V는 움직이면서, 심지어는 날아다니면서도 레이저를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안이 한가지 있다. 많은 양의 에너지를 만들어야 하는 크고 무거운 레이저 발진장치를 기지에 설치하고, 태권V는 거울 역할만 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가슴의 V자가 기지에서 전송한 레이저 광선을 반사해 적에게 쪼이는 것이다. 물론 레이저 기지를 여러 곳에 건설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레이저 무기에서는 열 문제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레이저를 생산하기 위해 공급된 에너지는 모두 레이저로 변환되지 않는다. 보통 변환효율은 10~40%이다. 예를 들어 수MW 출력의 레이저를 내려면 수십MW의 전력이 필요하다. 레이저로 바뀌지 못한 에너지는 열로 발산된다. 따라서 태권V의 레이저 시스템이 내는 열을 충분히 식힐 냉각장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태권V가 레이저빔을 발사할 때 어디에서도 열을 배출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MW급 출력의 레이저를 냉각장치 없이 생산한다면 발생하는 열 때문에 적보다 먼저 태권V가 녹아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태권V의 광자력 빔은 ‘자바늄’이라는 가상물질을 매질로 사용해 발생시키는 것으로 설정했다. 광자력 빔이 태권V의 강력한 무기로 쓰일 수 있는 이유는 ‘자바늄’의 에너지 변환효율이 다른 물질에 비해 월등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상 물질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빔의 파장을 적절히 조절해 사막 아래의 기지도 파괴할 수 있을 것이다.
 

인공위성에 장착한 우주기반 레이저 무기로 대륙간탄도탄을 파괴하는 상상도. 대륙간탄도탄처럼 빠르게 이동하는 목표물은 레이저빔을 수십 초간 계속 같은 지점에 쪼이기 위한 추적기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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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진행

    이충환 기자
  • 장영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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