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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드라이버를 위한 자동차의 과학③ 3ℓ로 1백㎞ 달리는 「구두쇠」자동차

자동차의 연료를 한 방울이라도 아껴쓰려면 연비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3ℓ로 1백km 달리는 구두쇠 자동차
 

이라크사태가 '제3의 오일쇼크'를 예고하자 자동차업계에서는 다시 '절약'의 문제가 초미의 관심으로 떠올랐다. 겁없이 '펑펑' 써대던 석유를 이제는 한 방울이라도 아껴써야 하는 현실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자동차의 연료를 철저히 줄여 쓰는 '구두쇠작전'을 알아 보자.

이 연료절약작전에 착수하려면 먼저 연비(燃比)라는 용어를 이해해야 한다. 연비를 어느 정도 높이느냐가 곧 작전의 성패를 가름하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연비는 일정량의 연료로 자동차가 얼마나 멀리까지 갈 수 있는가를 표시해주는 수치다.

연비의 단위는 두가지로 ㎞/ℓ와 MPG가 있다. 여기서 ㎞/ℓ는 1ℓ의 연료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 (㎞)를 나타낸다. Mile Per Gallon의 약자인 MPG는 문자 그대로 1갤런의 연료로 달릴 수 있는 거리 (마일)를 표시한다.

추위와 연비는「상극」

자동차의 경제성을 판가름해주는 중요한 지표인 연비를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자동차전문가들은 자동차 자체, 도로조건과 운전방법, 기후 등을 꼽고 있다.

자동차 자체요인으로 금방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주행저항이다. 주행저항은 자동차가 달릴 때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으로 여기에는 네 가지 힘이 있다. 굴림저항 공기저항 가속저항 등판저항 등이 그것이다.

굴림저항이라고 하면 자동차가 달릴 때 타이어가 받는 저항을 말한다. 이 저항은 속도에는 거의 무관하나 자동차 무게에 비례한다.

공기저항은 자동차가 달릴 때 자동차의 앞면에 부딪치는 압력과 자동차의 표면을 공기가 스쳐지나 가면서 발생되는 마찰력, 자동차 뒤꽁무니에서 형성되는 와류(渦流)를 통틀어 일컫는다. 이 저항은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므로 고속주행시 주행저항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예컨대 보통 승용차가 시속 50㎞로 달리면 공기저항이 전체 주행저항의 35% 정도를 점하지만, 1백㎞로 주행하면 70%로 높아진다.

자동차를 가속할 때 생기는 가속 저항이나 높은 곳을 오를 때 발생하는 등판저항은 '조건부'저항이다. 다시 말해 평탄한 도로를 일정한 속도로 달릴 때는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엔진의 성능 또한 연비에 영향을 준다. 성능이 좋은 엔진이란 연료를 잘 연소시키고, 이 연소열을 운동에너지로 적절히 변환시키며 아울러 기계적인 마찰손실이 적은 엔진을 말한다. 엔진의 성능이 날로 향상되고 있으므로 최근에 나온 차일수록 대개 연비가 크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첨단엔진으로 알려진 DOHC(복식밸브)엔진 차량은 힘은 좋지만 연비는 떨어진다.

엔진이 발생시킨 힘을 바퀴로 전달해주는 동력전달기구도 연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자동 변속기를 장착한 자동차는 수동변속기를 단 자동차보다 연비가 낮아진다. 실제로 국립환경시험연구원이 최근 실시한 시험결과에 따르면 그 차이는 10%나 된다.

운전방법이나 습관에 따라서도 연비는 크게 좌우된다."급가속을 할 수록, 보조기구를 많이 쓸수록, 운행속도가 빠를수록, 정지횟수가 많을수록 연비가 저하된다"고 현대자동차 시험부 이봉환씨는 지적 한다.

도로나 기후조건도 연비를 높였다 낮췄다 한다. 예를 들어 상하기복과 좌우굴곡이 큰 도로에서는 연료소모가 많다. 또 기온이 높을수록 연비가 커진다. 윤활유의 점도가 낮아지고 공기의 밀도가 작아지기 때문이다. 반면 추운 날씨는 연비와 '상극'이다. 시동후 정상작동온도에 이를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윤활유의 점도(粘度)가 높아진다는 데 기인한다.

지금까지 연비를 결정하는 여러 요인들을 점검해 보았다. 이제는 그 대책을 살펴 보자.

우선 공기저항을 최대로 줄이는 시도를 해볼 수 있다. 쉽게 말해 자동차의 전면 면적을 줄이는 일인 데 실내공간의 확보와 맞물려 있어 그리 간단하지 않다. 최근에는 컴퓨터의 도움으로 엔진룸(engine room)의 배열을 효율적으로 함으로써 '최소 전면면적 +최대 실내공간'이라는 상반된 요구를 만족시키고 있다. 앞바퀴로 달리는 전륜구동차의 보급이 많아지는 이유도 바로 이 효율성 때문이다.

공기저항계수를 낮추려면 차는 모름지기 유선형이어야 한다. 실제로 자동차공학자들은 차를 '날씬'하게 만들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자동차의 앞부분을 보다 낮고 둥글게 하고, 앞 유리창의 각도를 더 기울이고, 번호판을 범퍼내부에 설치하는 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타이어의 굴절저항을 낮추려면 튜브가 없는 래디얼타이어를 사용해야 한다. 튜브를 지닌 바이어스타이어에 비해 굴림저항을 25%나 감소시켜주기 때문이다.

타이어의 압력도 연비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으므로 적절한 타이어 압력을 유지해야 한다. 특히 승차감만을 내세워 필요이상으로 공기압을 낮추는 일은 삼가야 한다. 타이어의 공기압력이 정상보다 10% 부족하면 연료가 5~15% 더 소비 되기 때문이다. 자동차전문가들은 1주일에 한 번 정도 공기압을 측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충고 한다.

유가와 함깨「춤」을

차량의 무게를 줄이는 일도 연비 향상에 필수적이다. 이 경량화라는 '희망사항'을 달성하기 위해 컴퓨터를 활용, 차체의 최적설계를 꾀하고 있다. 또 기존의 금속보다 훨씬' 가벼운 알루미늄 플라스틱 세라믹 소재를 사용하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세라믹으로 디젤엔진의 일부 부품을 대체할 경우 현저한 연비향상을 이룰 수 있다. 냉각장치가 필요없게 되고 차가 가벼워지기 때문이다."
KIST의 내열재료공학자 이준근 박사의 말이다.

운전방법의 개선을 통해서도 연료는 얼마든지 절약된다. 첫째로 경제속도를 잘 지켜야 한다. 예를 들어 서울서 대전간을 시속 80㎞로 달리면 1백㎞로 갈 때보다 20분 정도 늦게 도착하나 연료는 20~30% 절약할 수 있다. 또 서울시내를 시속 40㎞로 주행하면 60㎞로 질주할 때보다 연료가 10% 덜 든다. 현재 교통계에서 널리 인정되고 있는 최적의 경제속도는 시내주행시 시속 40㎞, 고속도로 운행시 80㎞다.

둘째로 필요없는 짐이나 액세서리를 차에 싣거나 부착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다시 말해 예비타이어와 고장대비용 부속품을 제외하고는 되도록 싣고 다니지 않는 것이 좋다. 쓸데없이 10㎏을 싣고 달리면 50㎞를 주행할 때 80ml의 연료가 더 들기 때문이다.

셋째로 서서히 출발하고 서서히 멈추는 습관을 몸에 익혀야 한다. 한 실험결과는 급가속을 하면 연료가 두배 소모된다고 밝히고 있다.

넷째로 차를 수시로 점검해주어야 한다. 엔진오일은 계절에 따라 구분해서 사용하고 늘 점도와 불순물 혼입정도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또 에어필터는 정기적으로 갈아 주고 좋은 윤활유를 사용해야 한다. 실제로 품질이 좋은 윤활유는 1~15%의 연료절약효과를 얻게 해 준다.

다섯째 장거리 운전을 미리 운전 계획을 수립, 목적지까지의 최단거리를 택하고 거리가 약간 더 멀더라도 복잡한 도심은 우회하는 것이 좋다.
여섯째 장시간 정차시는 반드시 시동을 끄고, 고속운전을 할 때는 창문을 꼭 닫는다. 엔진을 불필요하게 1회 공회전시키면 5~10ml의 연료가 더 소모된다.

일곱째 겨울철에는 용건을 모아 자동차를 연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절약의 비결이다.

연비는 그 측정기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고속도로에서 일정한 속도로 달릴 때의 연료소비와 복잡한 시가지운행을 할 때의 연료소비가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전자를 정속연비, 후자를 모드(mode) 연비라고 한다.

모드연비중 대표적인 것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가지를 흉내낸 LA4모드, 일본 도쿄의 시가지를 흉내낸 도쿄10모드, 유럽의 ECE15모드 등이 있다. 여기서 실제의 자동차 주행상황과 가장 흡사한 것은 LA4모드다.

LA4모드 연비란 실제 시내주행과 같은 상황을 샤시다이나모미터 위에 연출한 뒤 평균시속 34㎞로 주행할 때 1ℓ의 휘발유로 얼마나 먼 거리를 갈 수 있는가를 나타낸 것이다.

우리는 연비를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유가상승이 '강건너 불'이 아닌 '발등의 불'이 돼 버린 지금, 유가와 함께 춤을 춘 연비향상정책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비산유국답게 연비를 높여가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지 않고 조금만 유가가 내려가면 진행중이던 프로젝트까지 '도중하차'시키는 정책의 일관성결핍증을 신랄하게 꾸짖고 있다.

대형차의 왕국이라는 미국도 지난 85년까지 휘발유 1ℓ로 11.7㎞ 이상 달리게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소형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적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정반대의 현상을 보이고 있다. 좁은 도로여건에도 불구하고 중·대형차의 점유율이 날로 커지고 있는 것이다. 연비와 관련해 우리가 눈여겨 봐두어야 할 나라는 프랑스다. 프랑스 역시 비산유국으로 연료의 절감을 늘 정책의 우선순위로 꼽고 있다.

"1981년에 시작해 86년에 끝난 3리터(ℓ)계획은 귀감이 될 만하다. 3ℓ의 휘발유로 1백㎞를 달리게 한다는 것이 그 계획의 목표였다."

아주대 공대 김하진교수의 말이다. 이 계획에는 공기역학전문가 공업디자이너 엔진제작자 등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5년여의 꾸준한 연구 결과 놀라운 에너지 절약차 에코(Eco2000, 푸조)와 베스타(Vesta, 르노)가 탄생했다.

이 두 자동차는 거의 완벽한 유선형의 외형을 보여주고 있다. 또 차의 중량이 4백85㎏에 불과했다. 연료소모량은 실로 엄청나게 감소했다. 3ℓ로 1백㎞를 달리지는 못했지만 3.25ℓ면 충분했다. 게다가 충돌시 쇼크도 '무거운'차에 비해 더 심하지 않았다.

1990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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