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DNA 안에 암호메시지를 숨기는 방법이 개발됐다. 2차대전 중에 나찌 스파이들은 암호가 내장된 점을 문장 끝에 마침표로 찍어 아무런 의심을 받지 않고 우편을 통해 전달될 수 있었다. ‘네이처’지 최근호가 소개한 새로운 암호기법은 이와 매우 흡사하다.
분자생물학자 카터 뱅크로프트와 연구팀이 개발한 DNA 암호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우선 DNA 가닥의 끝부분에 표식을 해두고 네 개의 염기배열에 암호를 저장한다. 암호가 숨겨진 DNA 가닥은 머리카락 두께의 3천분의 1 정도다. 그런 다음 사람의 DNA를 같은 길이로 잘라 메시지가 숨겨진 짧은 가닥과 섞어버린다. 수백만개의 보통 DNA들과 암호가 숨겨진 DNA가 섞여 거의 구별할 수 없다. 이제 이 혼합된 DNA 가닥들을 종이에 스며 나오게 해서 나타난 특정한 점을 떼내 편지에 붙인다.
과학자들은 엄격하기로 소문난 미국의 우편제도 아래서도 DNA 암호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직접 편지를 보냈다. 그들은 도착한 편지에서 DNA 암호를 찾아내 내용을 읽어낼 수가 있었다.
이 방법은 획기적이지만 열쇠가 되는 염기배열을 찾지 못하면 수백만개의 DNA 가닥에서 암호를 찾아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실용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암호를 단시간 내에 읽어내고 보통의 DNA와 구분해내려면 DNA 컴퓨팅 기술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호를 찾아내는 것이 복잡해서 보안에 유리하고 많은 양의 DNA로 정보를 한꺼번에 전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세계의 정보기관에서 눈독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