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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동아 X KRISS] 기본전하 상수로 새롭게 태어나는 암페어

인류 최고의 발명품, 단위의 탄생

‘무한히 길고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작은 원형 단면적을 가진 두 개의 평행한 직선 도체가 진공 중에서 1 m간격으로 유지될 때 두 도체 사이에 m당 2×10-7 N의 힘이 생기게 하는 일정한 전류’.

 

1948년 제9차 국제도량형총회에서 정의돼 지금까지 사용해온 1 A(암페어)의 정의는 모호하고 길었다. ‘무한히 긴’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작은’ 도선이라는 실현 불가능한 상황을 전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암페어를 길이, 힘(F=ma)에 근거해 정의하다보니, 질량의 정의가 변하면 암페어의 정의도 따라 변하는 한계가 있었다.

 

세계 표준 과학자들은 전자 1개가 갖는 전하량(기본전하·e)을 변하지 않는 상수로 고정하고, 이것으로 암페어를 새롭게 정의하기로 결정했다. 전기는 전자가 이동하기 때문에 흐르므로, 전류의 정의를 ‘단위 시간 당 전하의 일정한 흐름'으로 명료하게 바꿨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올해 11월 새로운 암페어의 정의가 확정되고 2019년 5월 20일부터 발효된다.

 

 

 

호박을 닦다가 전기를 발견하다


기원전 600년 경 고대 그리스의 자연 철학자 탈레스는 양털에 문지른 장식용 호박이 실오라기처럼 가벼운 물체를 잡아당긴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마른 헝겊으로 책받침을 여러 번 문지른 뒤 머리카락에 대면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것과 같은 마찰전기 현상이었다. 하지만 당시 그리스인들은 이유를 알지 못했고, 신비한 현상을 태양신인 아폴론과 관련된 신화로 해석했다.

 

마찰전기 현상에 대해 체계적인 연구가 이뤄진 건 그로부터 약 2000년이 지난 뒤였다. 영국의 물리학자이자 의사였던 윌리엄 길버트는 1600년 무렵 호박을 양털에 문지를 때 생기는 전기적 인력과 척력의 관계를 규명했다. 그는 ‘전기’를 의미하는 라틴어 단어 ‘일렉트리쿠스(electricus)’를 처음으로 만들었다. 재밌게도 이 단어는 그리스어 ‘호박(elektron)’에서 유래했다.

 

 

구름 속에서 생기는 전기, 번개를 실험하다


전기에 대한 연구는 18세기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미국에서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벤자민 프랭클린은 1785년 위험천만한 연 실험을 통해 번개가 전기를 방전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프랭클린은 연의 위쪽 끝에 날카로운 철사를 달고, 아래쪽으로 연결된 연줄 끝에는 구리 열쇠를 달았다. 연줄은 대마실로 만들어 비에 젖으면 전도성이 좋다.

 

 

열쇠의 끝은 비단실은 묶어 절연했다. 그리고는 비 오는 날 먹구름 가까이 연을 띄우고, 번개가 친 직후 손가락을 구리 열쇠 근처에 가져갔다. 그는 손끝으로 전기의 흐름을 감지하는 데 성공했다.

 

이탈리아의 생리학자인 루이지 갈바니는 생체전기를 발견해 1791년 논문으로 발표했다. 그는 개구리를 해부하던 중 칼이 개구리 다리에 닿자 근육이 꿈틀거리는 것을 목격하고, 경련의 원인이 개구리의 근육 속에 축적됐거나 만들어진 전기라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이탈리아 파비아대 실험물리학 교수였던 알레산드로 볼타는 전기가 근육 수축의 자극원이지만 전기는 외부(접촉한 두 금속)에서 온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런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1799년경 전류를 공급할 수 있는 전지를 개발했다. 얇은 금속판들을 소금물에 적신 판지와 겹겹이 쌓은 이 전지를 ‘볼타 전지’라고 했으며, 후대 과학자들은 볼타의 업적을 기려 전압을 측정하는 단위를 ‘볼트(V)’라고 이름 지었다.

 

한편 프랑스의 전기학자인 샤를 오귀스탱 드 쿨롱은 1785년 전하와 전하 사이의 힘을 최초로 실험을 통해 측정해냈다. 쿨롱은 대전된 두 물체가 서로 미는 실험을 고안해 대전된 두 입자 사이에 작용하는 정전기적 인력은 두 전하의 곱에 비례하고, 두 입자사이의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쿨롱의 법칙’을제안했다. 오늘날 전하량의 단위로 표시하는 C(쿨롱)는 그의 이름에서 따왔다.

 

 

1887년 경복궁에 전구를 켜다


전기가 인류 문명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건 19세기 전반, 전신과 전등이 사용되면서부터다. 1879년 미국의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은 전기를 통해 빛을 낼 수 있는 탄소전구를 개발했다. 그리고 8년 뒤 1887년 3월 6일, 우리나라는 최초로 경복궁 건천궁에서 750개의 전등을 밝혔다. 조선은 1882년(고종 19년) 미국과 통상 조약을 맺고 에디슨 전기회사에서 전구를 들여왔다.

 

전기 산업의 발전은 전기 측정에 필요한 단위와 표준의 필요성을 자연스럽게 제기했다. 1901년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지오바니 조르지는 미터, 킬로그램, 초 단위계에 전기의 기본 단위도 추가하자고 제안했다. 1939년 전기자문위원회(CCE,현재의 CCEM)는 당시에 사용되던 암페어(A), 쿨롱(C), 옴(Ω), 볼트(V) 중 암페어를 기본 단위로 채택했다. 1948년 제9차 국제도량형총회에서 암페어는 국제단위계의 4번째 기본 단위가 됐다.

 

암페어가 기본 단위로 지정된 이유가 뭘까. 암페어는 전류가 흐르는 도선 사이에 힘이 작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프랑스 물 리학자 앙드레 마 리 앙 페르(Ampere)의 이름에서 따왔다. 당시에는 전류가 다른 단위에 비해 다양한 물리현상을 수치화 해 계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현재는 전압이나 저항에 대한 연구가 비약적으로 발전해 이 둘의 비율로 전류를 구현한다. 즉, 오늘날에는 역사적인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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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혜 기자
  • 사진

    이서연
  • 기타

    [일러스트] 정은우
  • 기획

    [공동기획]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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