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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렬/물리학 물리학은 모든 문학의 기초

소립자 물리학 연구는 국제적 수준에 도달했다.

물리학을 평생의 학문으로 연구에 매진하게 된 첫 걸음은 지난 1947년 일본 교토(京都) 제국대학 물리학과에 입학함으로써 시작되었다. 물론 대학에 들어가기 전에도 전공을 수학으로 할지 또는 물리학으로 할지 상당히 고민한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나를 아껴주던 수학 선생님이 나에게 이론물리학쪽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충고를 해주었다. 또 이 분야가 나의 관심을 끈 중요한 계기가 있었다. 중간자 이론으로 유명한 교토 대학의 유가와 히데키(湯川秀樹) 교수가 우리학교에 와서 '극미(極微)의 세계'라는 강연을 한 일이 있었는데, 그때 깊은 감명과 자극을 받았다.
 

박봉렬(朴鳳烈ㆍ61)^박사는 50년 일본교토대학교를 졸업하고 57년부터 서울대에 재직중이다. 학술원회원이며 82년 학술원저작상을 수상했다. 연구관심사는 소립자의 상호작용에 있어서의 대칭성 문제.


「유가와」박사와의 인연

이것이 인연이 되어 나는 대학에 입학하기 전 유가와 교수의 몇가지 저술을 탐독하였다. '눈에보이지 않는 것' '극미의 세계' '존재의 이법(理法)'등의 저서가 그것인데, 자연스럽게 이론 물리학, 그 가운데서도 소립자 물리학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그리하여 대학에 가서 그 방면의 전공을 택한 것은 오히려 자연스런 일이엇다.

대학에 입학하여 1학년 때는 기초과목인 물리학통론 역학 수리물리학 등은 물리학과에서, 미적분 미분방정식 등은 수학과에서 강의를 들었다. 당시 대학교에서는 1년에 한번 밖에 시험을 치르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역학 시험문제는 3시간에 3문제 정도를 내주었는데 정말로 그 과목에 힘을 쏟아 공부하지 않으면 합격하기 어려웠다.

2학년에 들어오면 이론과 실험으로 나뉘어지는데 나는 이론 물리학 쪽을 택하기로 했다. 그 후 유가와 교수를 만나 인사겸 장래의 계획에 대하여 상담하였다. 유가와 교수는 1948년 7월부터 미국 프린스턴의 고급연구소의 초청으로 도미하였다. 그 떄는 이론물리학 연습시간이 있었는데 전공 지망생들이 모여 이론 물리학의 기본적인 논문과 서적을 돌려가며 읽었다.

대학 3학년이 되면 자기가 소속할 연구실이 정해지고 그 연구실에 들어가 윤강(輪講)에 참가하는 것이 보통이다. 교수는 강좌담당자라고 부르며 그 강좌에 해당하는 연구실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의 강좌 즉 연구실에는 교수 1명 조교수 또는 전임강사 1명 유급조교 2명이 정원이었다.

나는 3학년 때 유가와 연구실을 지망하여 소립자 물리학(물질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입자의 물질을 조사하는 물리학)을 전공하기로 굳게 마음먹고 이 연구실 윤강에 참가하였다. 유가와 연구실에서는 당시 유행하던 양자전기역학의 스윙거(Swinger)의 논문을 읽었다.

학부 졸업논문으로는 핵자(核子)의 자기능률 (磁氣能率)을 계산하였다. 당시의 일로 잊혀지지 않은 기억은 1949년 10월 하순의 어느 오후 유가와 연구실에서 윤강을 하고 있는데, 스승 유가와 교수가 노벨상 수상자로 결정되었다는 소식을 신문사로부터 전해 들은 일이다. 그때 우리는 모두 "와―"하며 박수를 친 뒤 다시 윤강을 계속했다. 그때 일본은 제2차 대전의 패전국이었다. 이 소식은 패전 일본인들에게는 다시없는 격려요, 자극이었다. 이 소식이 일본인들에게 자신들이 하려고 하면 무엇이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도록 해 주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유가와 연구실의 분위기는 아주 자유로왔다. 각자가 자유로이 문제를 만들어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하는 자발적인 연구 태도가 바람직스럽게 여겨졌던 것이다. 교수가 학생들에게 연구테마를 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테마를 교수에게 제시하고, 그 방향에 대하여 토론하는 기풍이었다. 이것은 지금도 변함없는 일본의 대학에 공통된 분위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상의 것들이 조금 장황되긴 하지만 나의 학문세계가 형성되고 뼈대가 갖추어지기까지의 과정이다. 그러면 물리학이란 어떤 학문이며 무슨 분야가 있는지 알아보자.

소립자에서 우주까지가 연구대상

물리학은 물질의 가장 미소한 소립자로부터 물질의 가장 거대한 집합체인 우주까지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다. 물리학은 한두개의 입자의 운동을 정확하게 밝히려 하며 또 무한개의 입자의 집단을 확률적으로 다루고 있다. 소립자가 모여서 핵자가 되고 핵자와 전자가 원자를 이루고 무수한 원자 또는 분자가 모여 거시적 물체를 이룬다. 이 모든 물질과 물체가 물리학의 연구대상이다. 물리학의 대상은 생물체에까지도 확장되어 생물물리학이라는 분야를 낳기도 했다. 물리학은 대상이 다양한 만큼 모든 자연과학의 기초를 이룬다고 할 수 있다.

물리학은 또한 그 방법의 다양성에 있어서 어느 분야도 이를 뒤따르지 못한다. 소립자를 연구하는 방법과 우주를 연구하는 방법이 다르듯 한개의 입자를 연구하는 방법과 무한개의 입자를 연구하는 방법이 다르다. 그러나 이들에게 공통된 특성은 추상화된 개념과 수리적 이론체계를 구축하고 엄밀한 실험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물리학은 자연과학 중에서도 가장 세련된, 분석적이고 종합적인 학문분야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사회과학 등 많은 여타 학문의 방법론적 모델로 선망받고 있다. 또한 물리학을 산업에 응용하는 응용물리학이 그 분야에서 개척적 역학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빼놓을수가 없다. 물리학의 연구분야는 분류하는 방법에 따라 여러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그 한가지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각 분야는 다시 이론부문과 실험부문으로 나뉘어진다.
□ 소립자 물리학(또는 입자 물리학) : 소립자의 성질이나 상호작용을 연구하며 아울러 소립자의 본질을 밝히려는 물리학 분야.
□ 원자핵 물리학 : 원자핵에 관계되는 현상을 다루는 분야로 고에너지 물리학이라고도 한다.
□ 열 및 통계물리학 : 원자 분자 등의 미시적 세계의 양자역학에 입각하여 확률론적 요소를 포함한 물리학의 제반 요소를 다룬다.
□ 고체 물리학 : 고체상태에 있는 물질이 나타나는 여러 물리적 특성을 원자 또는 분자의 결합상태를 바탕으로 이해하려는 물리학 분야. X선회절법 양자이론 양자통계학 등이 기초가 된다.
□ 응용 물리학 : 기초연구를 산업에 응용하는 연구분야로 광학, 플라즈마 물리학, 반도체 물리학, 원자 및 분자 물리학 등이 있다.
 

박봉렬박사가 걷는 모습.


우수한 젊은 두뇌 몰려

내가 귀국해 양자역학을 강의하던 60년대 초만 해도 서울대학교에는 소립자 물리학을 전공한 교수가 없었다. 따라서 이 분야를 전공한 다른 연구자들과 함께 '소립자 토론회'를 만들어 정기적 회합을 가지면서 물리학회의 활성화에 힘썼다. 소립자 물리학은 80 년대를 전후해 새로운 중흥기를 맞이하고 있는듯이 보인다. 외국유학에서 돌아온 젊은 교수들이 큰 활력소가 되고 있는데, 이들과 힘을 모아 본격적인 소립자 물리학의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연구성과도 세계 무대에서 평가되고 있다. 서울대학교의 소립자 물리학 그룹만 하더라도 매년 10 편 정도의 논문을 외국의 유명 학술지에 발표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소립자 물리학의 연구가 국제적인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 시점이야말로 새로운 모델이나 독창적 이론이 나와야할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된다. 소립자 물리학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출발이 될 수 있는 이론이 우리나라에서 나와야겠다는 이야기다. 그러기 위해서는 60년대의 연구성과와 80년대의 소장 연구자의 활약에 뒤이은 제 3의 도약이 필요할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고무적인 현상은 물리학과에 매년 수준높은 학생들이 물리학의 매력에 끌려, 물리학으로 대성하고자 하는 큰 야망을 품고 들어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대부분 대학원에 계속 진학하여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또 매년 졸업생의 반수 정도가 미국을 위시하여 외국 대학원에 유학하고 있다. 미국의 대학원에 진학하는 물리학과 학부 졸업생은 물리학 이외의 인접 학문 분야 또는 중간 계열 학문 심지어는 사회과학 분야에까지도 진출하여 물리학 교육을 강력한 배경으로 삼아 성공하고 있다. 전공과정을 마친 사람들은 국내외 대학교수로 혹은 연구소 기업체 등에 진출하여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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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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