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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감으로 유명한 경북 상주시에는 아주 특이하고 신기하게 생긴 바위가 있다. 돌에 꽃이 핀 모양 같다고나 할까. 공룡 알이 박힌 화석 모양 같기도 하다. 바위에는 주먹만한 공 모양의 돌이 여럿 박혀 있는데, 학술 용어는 아니지만 둥글다는 뜻에서 흔히 ‘구상암’(球狀岩)이라고 불린다. 현지 사람들은 거북이 등 모양과 같다고 해서 ‘거북돌’이라고도 부른다.
 

현지 사람들이 거북이 등 모양과 같다고 해서 '거북돌'이라고 부른다.


원래 구상암은 상주시에서 동남쪽으로 약 8km 떨어진 운평리 뒷산 계곡 바닥에서 9개의 덩어리가 발견됐는데, 지질학적 가치가 매우 크기 때문에 상주시청으로 옮겨져 현재 청사 현관에 2개, 바깥뜰에 7개가 놓여 있다. 구상암이 발견된 곳에는 구상암 산출지라는 표지와 함께 철책만 남아 있다.

단면이 원형 또는 타원형인 돌의 크기는 지름이 대개 10~15cm인데 서로 촘촘하게 붙어있다. 돌 하나의 구조를 보면 중심부의 핵 바깥쪽으로 동심원 모양의 껍질이 여러 겹 둘러싸고 있다. 이는 액체 상태인 마그마에 포함된 여러 광물들의 냉각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마그마가 식을 때 사장석, 휘석 같은 냉각점이 높은 광물이 먼저 식어 핵을 이루면서 방사상으로 성장한다. 그 뒤 핵 주변으로 석영, 정장석, 흑운모, 각섬석, 인회석 등의 유색 광물이 식으면서 동심원상으로 결합해 구상암이 형성되는 것이다.

특히 돌이 원형에 가까운 공 모양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핵을 중심으로 결정이 성장하는 속도가 모든 방향으로 고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핵이 한 곳에 고정된 채 성장하지 않고 마그마 내부를 이리저리 떠돌아 다녀야 한다. 지각의 약한 틈을 뚫고 올라온 마그마 상부는 즉시 냉각되기 때문에 하부와 온도차가 생긴다. 따라서 마그마의 상하부 사이에 밀도차가 생기고 마그마가 위아래로 순환하는 열대류가 일어난다.

이런 순환 과정을 거쳐 핵과 껍질이 만들어지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침식과 풍화를 받아 표토 물질이 모두 깎여나가고 나면 드디어 구상암이 지표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그 동안 상주 구상암은 화강암에 발달한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사실은 섬록암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섬록암은 화강암과 비슷한 구조를 하고 있지만 화강암보다 어두운 색을 띤 광물을 더 많이 포함하고 있다.

구상암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103개 지역에서만 발견되는 아주 희귀한 암석으로 암석의 생성 과정을 연구하는데 매우 귀중한 학술적 자료다. 이때문에 상주 구상암은 1962년 일찍이 천연기념물 제69호로 지정돼 보존되고 있다.

형성 원인은 다소 다르지만 상주 구상암과 같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구상암으로는 무주의 구상편마암(천연기념물 제249호)과 부산의 구상반려암(천연기념물 제267호)이 있다. 우리나라에 지질학적으로 이렇게 귀중한 구상암이 있다는 것은 한반도 대자연사에서 또 하나의 신비가 아닐 수 없다.
 

구상암 생성원리
 

2006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이우평 지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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