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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 별서 나온 '우주 토네이도'

고속 입자들의 향연

물고기나 개구리는 물론 자동차나 집까지 감아올린다는 토네이도. 우리나라에서는 용이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같다고 해 용오름이라 불린다. 혹시 우주에도 토네이도가 있을까.

봄이 오면 학창시절 운동장이나 골목 모퉁이에서 가끔 일어나는 회오리바람을 만난 기억이 떠오른다. 바람이 앞을 막아 숨을 잘 못 쉬고 먼지가 눈에 들어가 따끔거렸던 경험 말이다. 토네이도는 회오리보다 규모가 큰 소용돌이 바람이다.

지난 1월 12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천문학회 207차 모임에서는 ‘우주 토네이도’ 사진이 공개됐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적외선우주망원경 ‘스피처’가 찍은 이 사진의 주인공은 소용돌이치며 나선형으로 감아 올라가는 모습이 영락없는 토네이도다.

‘우주 토네이도’는 남반구 하늘에서만 보이는 별자리인 카멜레온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HH49/50’이라는 이름의 이 천체는 지구에서 480광년이나 떨어져 있다. ‘우주 토네이도’의 길이는 3조km가 넘는다. 빛으로 가도 100일이 넘게 걸리는 길이다. 이렇게 거대한 토네이도가 어쩌다 우주공간에 생긴 걸까.

그리스신화에서 프로메테우스의 동생 에피메테우스는 신들이 진흙으로 인간과 동물을 빚을 때 이들에게 삶에 필요한 재주를 한 가지씩 나눠주는 일을 맡았다. 물고기에게 지느러미와 아가미를, 새에게 날개를 주는 식이었다. 그런데 정작 마지막에 남은 인간에게는 줄 게 없었다. 대신 형 프로메테우스가 신들에게서 불과 지혜를 훔쳐다 인간에게 주었다.

제우스는 이 일로 프로메테우스에게, 매일 독수리에게 간을 뜯기는 벌을 내렸고, 에피메테우스에게는 최초의 여성 판도라를 상자 하나와 함께 보냈다. 경솔한 에피메테우스는 판도라의 아름다움에 빠져 덜컥 그녀와 결혼했다. 판도라는 절대 열지 말라는 제우스의 경고를 무시하고 그 상자를 열어젖혔다. 상자에선 온갖 죄악과 질병이 쏟아져 나왔다. 마치 ‘우주 토네이도’의 모습처럼.

우주 토네이도는 판도라의 상자에서 악이 빠져 나올 때처럼 별에서 입자들이 고속으로 뿜어져 나올 때 만들어진다. 속도가 초속 160km 이상인 이 입자들이 주변 가스와 먼지를 밀어내면서 토네이도 모양을 빚어내는 것이다. 이들 입자를 쏟아내는 ‘판도라의 별’은 어디 있을까. 사진에는 보이지 않고 사진 위쪽 끝의 바깥에 있다.

사진에는 삼각형의 흔적도 보이는데, 이는 입자들의 흐름 때문에 생긴 것이다. 고속정이 지나가며 뒤에 남긴 물 흐름과 비슷하다. 특이한 나선형 모양은 아직까지 수수께끼다.

우주 토네이도는 별이 탄생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다. 판도라 상자와 달리 별 탄생이라는 희망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 그래서일까 신화에도 놀란 판도라가 황급히 뚜껑을 닫았는데 다행히 상자에 희망만은 남았다는 얘기가 전해온다.
 

카멜레온자리에 있는 우주 토네이도 'HH49/50'. 다채로운 색깔이 주위 색에 따라 몸 색깔을 바꾸는 카멜레온의 이미지와 어울린다. 사실 눈에 보이는 색이 아니라 적욋너을 가짜 색으로 바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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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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