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1월 셔틀란트 제도에서 좌초된 유조선 브레이어호의 기억이 새롭다. 유조선이 좌초되면 인근 해역에 엄청난 기름을 쏟아 붓는다. 주변의 해양생태계는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려도 원상복구되지는 않는다.
브레이어호는 침몰할 때 닻을 내리지 못했지만 닻을 내린다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닻은 강한 조류 속에서 기름을 탑재한 유조선의 표류를 막지 못하기 때문이다. 닻을 유지하는 장치는 브레이크가 과열돼 아무리 강한 닻줄이라도 유조선의 닻줄은 결국 끊어진다. 닻에 의해 유조선이 표류하지 않고 한곳에 고정된다면 해양의 기름오염 피해는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영국의 조선기사인 리지웨이는 유조선 사고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특수유압모터를 장착한 새로운 닻줄 장치를 개발했다. 이 장치는 닻줄에 미치는 장력에 따라 줄의 길이를 신축적으로 조정한다. 이를 통해 닻줄에 작용하는 힘을 균등하게 하는 것. 이렇게만 된다면 닻줄이 끊어지지 않고 유조선을 어느 범위에 묶어놓을 수 있을 것이다.
좌초된 배는 횡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지만 닻을 내리면 배 머리는 바닷물의 흐름에 대해 좌우로 진동한다. 리지웨이가 행한 컴퓨터시뮬레이션에서 이 새로운 닻줄장치는 우수한 능력을 발취했다. 이 새로운 닻줄장치를 유조선에 설치하려면 40만 달러를 들여야 한다. "그러나 한번 유조선이 침몰했을 때 발생하는 해양오염 피해를 생각하면 그리 큰 돈은 아니다"고 리지웨이는 말한다. 문제는 선주들이 경제성을 내세워 리지웨이의 개발품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