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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가기 싫어요. ”
왜냐고 묻지 말자. 따뜻한 봄이 돌아왔지만 학교에 가기 싫은 학생들이 있다. 아무리 없애려해도 자꾸만 생겨나는 여드름 때문. 무작정 약을 먹거나 바르는 것도 좋지 않다고 하던데, 다른 방법은 없을까. 여드름 전문 연구소가 있다는 대전 대덕연구단지의 애경종합기술원을 찾아가 여드름 해결 대책을 찾아봤다.

여드름은 남성호르몬 분비가 활발한 청소년기에 피지가 지나치게 많이 생산되며 생긴다. 각질이 모공을 막으면 '피지'가 외부로 방출되지 못해 하얀색의 여드름이 생기고, 여기에 세균이 감염해 번식하면 염증성 여드름이 된다.

시중에 나온 레티노이드, 벤조일퍼옥사이드 같은 여드름 치료제 성분은 피지 분비를 막거나 항균작용을 통해 여드름을 치료한다. 이밖에도 항생제나 호르몬제 복용, 물리적인 박피 등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돼 있다. 하지만 사용하기 번거롭거나 비용이 많이 들고, 여성들은 화장품이 여드름에 나쁘다는 생각 때문에 화장하기 꺼린다.
 

여드름 잡는 달맞이꽃

애경종합기술원 부설 여드름연구소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여드름 치료 화장품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곳이다.

연구팀은 특히 달맞이꽃과 유근피, 강원도에서 자라는 상록수인 눈측백나무 같은 식물성 천연물을 이용해 여드름 치료 화장품을 개발하고 있다. 식물이 여드름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여드름연구소 피부과학파트 김용호 부장은 “여드름 치료는 각질 제거, 세균 증식 억제, 피지 분비 조절, 여드름 흔적 개선과 보습 등을 위한 다양한 성분이 필요하다”며 “피부에 좋은 약용 천연물을 적절히 배합해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2004년 달맞이꽃 씨앗 추출물이 피지 생성을 촉진하는 효소 ‘T5αR’의 활성을 낮춰 피지 분비량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규명해 특허를 출원했다.

여드름연구소가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눈측백나무 종자유 추출물은 여드름 원인균과 화농성 세균의 번식을 막아 여드름이 곪는 것을 방지한다. 약쑥과 천궁, 유근피 추출물은 염증 촉진 효소 ‘5LOX’ 생성을 억제해 염증을 가라앉힌다.

각질을 제거하는 살리실산, 피부의 유해균을 죽이는 트리클로산, 콜라겐 합성을 촉진해 피부 재생을 돕고 여드름 흔적을 지우는 마데카소사이드도 여드름 치료에 빠질 수 없는 성분이다. 멜라닌 합성을 방해하는 ‘N-아세틸티로신’은 여드름 흔적에 멜라닌 색소가 검게 침착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
 

해양심층수로 피부 가꾼다

바다 깊은 곳에 잠들어 있는 해양심층수도 여드름 치료에 쓸 수 있다.

해양심층수는 고위도에서 차가워져 비중이 커진 해수가 수면 200m 이하로 내려가 그 위의 해수와 섞이지 않고 존재하는 물이다. 따라서 외부의 유기물과 오염물질이 내려오지 못해 깨끗하고 순수한 상태가 유지되며 마그네슘 같은 미네랄이 풍부하다.

최근 여드름연구소에서는 동해에서 채취한 해양심층수의 효과를 연구했다. 연구팀은 해양심층수의 미네랄 성분이 세포 성장을 촉진하고 피부를 보습하고 피부장벽을 회복하는 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을 규명해 지난해 한국해양공학회지에 발표했다. 이들은 앞으로 해양심층수를 이용한 여드름 치료 화장품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해양심층수는 미네랄 성분이 높아 화장품 원료로 쓰기 어렵다. 미네랄 성분은 스킨이나 크림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화장품 성분과 결합해 침전이 생기거나 제품이 갈색으로 변할 수 있다.

그러나 김용호 부장은 “미네랄 농도를 단계별로 적정 농도에서 조절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여드름연구소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애경이 내놓은 여드름 피부용 기초화장품이 ‘에이솔루션’(a-solution)이다.

여드름연구소 전문 연구인력 10여명이 연세대 의대 피부과 이승헌 교수팀과 공동으로 개발한 여드름 치료 효과를 갖는 화장품이다.

1998년 국내 최초로 개발된 이래 지금까지 11개 제품이 출시돼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특히 스킨, 로션, 클렌징 폼, 에센스 등 본래의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여드름 치료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이 돋보인다.

김용호 부장은 “치료용 화장품은 증상이 개선돼도 계속 예방 차원에서 쓸 수 있고 보습, 피부재생 기능까지 함께 갖춰 일거양득”이라고 설명했다.

머지않아 식물과 해양심층수로 만든 화장품으로 여드름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