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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화장품 아름다움 추구하는 분자들

립스틱이나 분을 바르지 않더라도 세수를 한 후 크림이나 로션을 바르는 일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다. 화장품은 피부를 청결히 하고 아름다움을 가꾸는데 일조를 한다. 적절히 화장한다는 것은 사회생활에 있어 하나의 예의일 것이다. 화장품은 의약품과는 달기 거의 매일 또 평생을 두고 사용하는 것이므로 무엇보다도 피부에 부작용이 있어서는 안된다.

현재 화장품은 피부를 외부환경으로부터 보호하면서 촉촉하고 탄력있는 피부로 가꿔주는 것은 물론, 잔주름의 생성을 막아주며 모발의 생성을 촉진하고 주근깨나 기미들을 없애주는 방향으로 연구되고 있다.

계면활성제는 화장품의 질을 결정

계면공학은 서로 다른 특성을 갖는 물질이 물리화학적으로 어떻게 작용을 하는 지를 연구하는 것이다. 비누로 세수를 한다는 것은 비누라는 계면활성제가 피부 표면에 부착돼 있는 기름 성분을 물속으로 잘 분산시키는 것이다. 화장이 잘 먹지 않고 들 뜬다고 표현하는 것은 화장품과 피부가 친화성이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한 예라 할 수 있다. 또 화장품의 질이 떨어지면 피부 표면에서 유동성이 좋지 않다. 이런 것들이 모두 계면공학적 특성을 표현한 예라고 할 수 있다.

화장품을 제조하는데 사용되는 원료는 주로 물(수용성 성분)과 기름(유용성 성분)이다. 서로 혼합되지 않는 성분을 혼합하는데는 당연히 계면활성제가 필요하다. 유화(에멀전, 액체에 액체를 분산시킴) 가용화(可溶化, 물에 대한 용해도가 낮은 물질을 미셀구조를 이용해 용해도 이상으로 녹임) 현탁(고체미립자가 액체속에 섞이는 것) 등의 계면공학적 기술을 응용해 화장품을 만드는 것이다.

화장품의 기원은 여러가지다. 인간은 천연 진흙, 식물의 즙 등을 이용해 외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거나 신분을 나타내는 목적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또 향료는 냄새나는 물질을 태워 신을 공경하거나 어떤 질병으로부터 해방될 목적으로 사용됐다고 한다.

이런 화장은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에게서도 볼 수 있는데 털에 진흙을 뭍힌 다음 나무에 비벼 털 중에 있는 벌레나 이물질을 제거한다든가 털을 곱게 다듬는 것 등이 모두 화장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화장품은 신체부위별로 용도에 알맞게 개발돼 수없이 많은 종류가 있다. 화장품을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원료도 약 5천여종이나 된다. 주된 원료로는 고급지방산 고급지방알코올 왁스 오일류 등의 유성성분이 사용되는데, 이들이 수성성분과 혼합되도록 할 때 계면활성제를 이용한다.

마사지 크림으로 불리는 콜드크림은 밀랍을 보락스로 중화하고 계면활성제를 첨가해 만든 유화제품이다. 콜드크림은 원료성분 중에 들어있는 물 때문에 사용할 때마다 차가운 느낌이 든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화장품이 유화제품으로 만들어진 것은 약 3백년전 부터다. 또 현재 많이 사용되고 있는 비(非)이온 계면활성제도 사용된지는 불과 5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계면활성제는 물속에서의 전기적인 특성에 따라 양이온 음이온, 비이온 계면활성제로 분류하는데, 계면활성제의 친수부분을 중화시킨 것이 비이온 계면활성제다. 이러한 비이온 계면활성제는 피부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사용한다.

크림이나 로션이 대표적

화장품에 사용되는 원료는 간단히 말해 물과 기름이다. 서로 섞이지 않는 기름과 물을 적절히 혼합하는 기술로서 유화가 가장 널리 이용된다. 유화란 우유와 비슷한 상태로 되는 것을 말하는데 서로 섞이지 않는 두 액체 중 한 액체가 다른 액체속에 미세한 입자 형태로 분산돼 있는 상태다.

유화공정은 화장품의 사용감을 높이는 기름성분과 피부에 적당한 수분을 공급하는 수성성분을 동시에 이용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유화상태는 열역학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이므로 언젠가는 분리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이 방면의 연구 목적은 가능한 최소량의 계면활성제로 오랫동안 기름과 물이 분리되지 않는 안정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입자 크기에 따라 대략 1㎛이상인 경우 유화라 하고, 0.1㎛ 이하의 미세한 입자로 분산돼 투명한 상태일 때는 미크로유화라고 한다. 분산매질에 따라서는 분산된 입자가 오일인 경우 친수성유화(다량의 물속에 소량의 기름이 섞여있는 상태), 분산입자가 수성인 경우에는 친유성유화라고 한다.

안정된 유화상태를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유화제(계면활성제)의 종류와 양, 사용방법에 대한 연구가 여러조건에서 이뤄지고 있다. 유화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화장품 중 대표적인 것이 크림이나 로션이다.

유화기술은 화장품 이외에도 마요네즈 같은 식품, 수성페인트 등 여러 분야에 응용되고 있다. 그리고 생체내에서 불안정한 약물을 이용해야 할 경우에는 2중유화방법을 이용한다. 다중유화라고도 불리는 이 방법은 수성성분을 기름에 분산시키고 이를 다시 수성성분 내에 분산시키는 것이다.
 

(그림)리포솜을 만드는 과정


향을 첨가하는데 사용

한편 소량의 향료나 기름 등 물에 용해되지 않는 성분을 계면활성제를 이용해 투명하게 물에 녹이는 것을 가용화라고 한다. 가용화란 물에 난용성인 물질을 계면활성제의 미셀에 의해 용해도 이상으로 용해시키는 것으로, 투명한 스킨로션 등의 제조에 이용된다.

미셀이란 계면활성제가 물에 용해되면 처음에는 단일분자상태로 존재하지만 일정농도 이상이 되면 계면활성제 집합체가 형성되는 것을 말한다. 미셀이 형성되면 계면활성제의 여러가지 물리적 성질, 세정력 계면장력 표면장력 전기전도도 등이 급격하게 변한다. 예로 세탁을 할 때 일정농도 이상 세제를 넣는다고 해서 세정력이 증가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세제를 많이 사용하는 것은 효과가 없으며 수질 오염의 원인이 될 뿐이다.

화장품 제조에 사용되는 계면기술로 유화, 가용화 외에 분산이라는 것이 있다. 분산이라면 넓은 의미로는 안개 연기 먼지 등과 같은 물질이 공기 중에 퍼져 있는 현상을 말한다. 좁은 의미로는 고체입자가 액체 속에 퍼져 있는 것을 가리킨다. 화장품에서는 분산기술이 색채화장품을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안료를 골고루 퍼지게 하는데 이용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파운데이션 같은 제품.
 

유화기술이 대표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크림류들


파운데이션의 원리

화장품에서는 분산된 안료가 엉키거나 침전되지 않게 하기 위해 계면활성제를 사용한다거나 점증제를 첨가한다. 즉 안료 표면의 성질을 바꿔 안료 표면에 기름성분이나 유기성분 등을 부착시킴으로써 안정된 분산계를 만드는 것이다.

분산은 거의 전 산업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는 기술이며 우리가 느끼는 자연현상 중 단일물질이 아닌 혼합계는 대개 분산상태를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화장품은 생활필수품으로 정밀화학에서 의약품 다음으로 큰 산업분야다. 화장품이 생체에 직접 사용되는 만큼 생명현상과 직접적인 관련돼 있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주사약이나 붙이는 약이 피부를 통해 약물을 전달하는 것도 화장품의 한 응용분야일 것이다.

우리의 생활도 한 생명체가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이루는 게면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또 사회생활도 사람과 사람사이의 계면반응이라고 넓혀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계면에서의 작용이 원활할 때 아름다운 사회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화장품의 궁극적인 목적이 아름다움을 가꾸는 것이라고 할 때 외면적인 아름다움은 물론 내면적인 아름다움도 같이 가꾸어 나가야 할 것이다. 결국 미용과 화장품이 지향하는 것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가꾸는 것부터 사회를 아름답게 가꾸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액체속의 고체입자가 골고루 퍼지게 하는 현탁기술로 파운데이션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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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옥섭 선임연구원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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