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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개구멍이 만든 조각 공원

경기도 가평은 일찍이 산 좋고 물 맑기로 소문난 고장이다. 가평읍 북면 목동리에서 화천 방향으로 363번 지방 도로를 타면 곧 산세가 수려하기로 이름난 명지산과 화악산 틈새를 따라 내려오는 가평천과 나란히 달리게 된다. 가평천은 계곡 사이로 들어선 울창한 원시림과 넓은 암반 위를 타고 흐르는 시원한 물줄기가 끊임없이 시원스럽게 이어져 그야말로 경기도 제1의 계곡이라 하기에 손색이 없다.
 

돌개구멍이 만든 조각 공원


그런데 백둔계곡과 명지계곡이 만나는 백둔교에서 명지계곡 쪽으로 500m 정도 올라가면 하천 바닥 암반 곳곳에 크고 작은 구멍과 물웅덩이가 셀 수 없이 많다. 항아리 같기도 하고 달 표면의 분화구 같기도 한 구멍이 200여평에 펼쳐져 있어 조각공원을 방불케 한다. 하천 바닥의 암반 위에 어떻게 이런 지형이 만들어진 것일까?

흐르는 물은 침식, 운반, 퇴적 작용을 통해 하천 주변에 다양한 지형을 만들어낸다. 암괴나 자갈이 흐르는 물에 떠내려가다가 하천 바닥의 틈에 들어간 뒤 빠른 물살에 따라 회전운동을 하면서 주위를 마모시키면 움푹 파인 구멍이 만들어진다. 이를 지형학 용어로는 ‘포트홀’(pot-hole), 우리말로는 ‘돌개구멍’이라고 한다. 가평천 바닥에는 돌개구멍이 95개나 집중적으로 분포해 있고, 원형에서 타원형, 수로형에 이르기까지 모양도 다양하다.

돌개구멍은 유량과 유속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특히 암반이 잘 깎여나가기 위해서는 물살이 빨라야 한다. 가평천은 고도차가 최대 90m에 이를 만큼 기복이 커 급경사를 이루기 때문에 물살이 매우 빠르다. 가평천 주변의 명지산(1267m), 국사봉(1168m), 화악산(1468m) 등 1000m가 넘는 고산들로 이어지는 남쪽 사면의 넓은 유역에는 비가 많은 여름철에 물이 모여들어 유량이 풍부하기 때문에 커다란 암괴나 자갈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운동에너지를 갖고 있다.

한편 돌개구멍은 기반암이 동질의 암석으로 돼 있을 경우 침식이 균일하게 일어나 더 잘 생긴다고 한다. 가평천에는 흰색과 검은색 띠가 물결처럼 층을 이루고 있는데, 이는 10억년 전 선캄브리아기 변성암에 속하는 편마암이다.

편마암은 지하 깊은 곳에서 퇴적암이 고온 고압에 의해 변성을 받는 과정에서 섞여 있던 광물들이 녹은 뒤 같은 종류끼리 다시 모여 견고하면서도 치밀한 조직을 갖는다. 석영, 장석 등 밝은 색 광물은 흰 띠, 흑운모와 같은 유색 광물은 어두운 띠 모양으로 서로 뒤엉켜 있는데, 마치 나뭇잎을 포개 놓은 모양과 같다고 해서 지질학 용어로 ‘엽리’(葉理)라고 한다. 가평천 암반이 같은 종류의 편마암으로 이뤄진 것도 돌개구멍이 발달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돌개구멍으로 유명한 기소강 일대 포트홀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으며 스위스 루체른 지역에서도 알프스의 내륙 빙하가 녹아 흘러내린 물이 깎아 만든 포트홀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돌개구멍이 발달한 지역 가운데 아직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곳이 없으며 전국적인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
 

돌개구멍 생성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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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우평 지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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