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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을 넘나드는 별지기

한국천문연구원 안상현

오늘밤 머리를 들어 북쪽하늘을 바라보자. 가운데에 북극성이 있고 그 옆에 W 모양으로 생긴 별자리가 있을 것이다. 유명한 ‘카시오페이아’ 별자리다. 그리스·로마 신화에 따르면 자신의 미모를 뽐내는 바람에 벌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조선 사람들은 그 별자리를 뭐라고 불렀을까. 바로 ‘닻 별자리’라고 불렀다. 모양이 닻과 비슷해서다.

많은 사람들이 페가수스, 오리온 등 서양에서 건너온 수많은 별자리 이름을 줄줄 외운다. 그러나 한국의 별자리는? 하늘나라 궁궐을 둘러싼 ‘자미원’(북극성 주변), 호랑이 머리 ‘자수’(오리온 자리), 새 잡는 그물 별자리 ‘루수’(양자리) 등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대학원(서울대 천문학과)에 다닐 때 예전 사람들이 쓰던 우리별 목록을 현재 별들과 하나하나 맞춰봤어요. 별이 별자리로 늘어나고 쌓인 정보를 책으로 펴내게 됐지요.”
고천문학 전문가인 한국천문연구원 안상현(34)박사가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별자리’(개정판)를 최근 펴냈다. 안 박사는 별똥비(유성우), 혜성에 대한 옛 기록을 연구했고 지금은 천문연에서 지름 6.5m 천체망원경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천문학자들이 대개 그렇듯 안 박사도 어린 시절부터 별 사랑이 남달랐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월식을 보려고 집 밖으로 나왔어요. 그때만 해도 월식이 금방 끝나는줄 알았죠. 겨울이었는데 1시간이나 보다가 하도 추워 집에 들어가 몸을 녹이고 다시 나왔는데도 여전히 계속되더군요.”

별이 좋아 천문학과에 갔지만 망원경으로 별을 본 것은 대학에 들어가서 처음이었다고 한다. 그래도 그의 표현을 빌면 망원경으로 별을 본 경험이 그의 세계관을 바꿨고 그는 하늘을 보는 일을 그의 업으로 삼았다.

그는 역사도 좋아했다. 한문 실력도 좋아 한자로 된 삼국사기도 어렵지 않게 읽었다. 한자 실력이 고천문학 연구의 발판이 됐다.

“중국과 일본은 자기네 별자리와 전설이 다 있어요. 우리는 없나 해서 서울대 도서관을 다 뒤졌죠. 민담이나 신화를 담은 구비문학 책이 120권쯤 되더군요. 별에 대한 전설과 이야기만 모아도 꽤 됐어요.”
 

안상현^서울대천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고등과학원에서 일하다 현재는 한국천문연구원의 선임연구원으로 있다. 6.5m 천체망원경 개발과 함께 고려와 조선시대 별똥별과 역사 속의 혜성을 연구하고 있다.


삼태성과 어사 박문수

이렇게 모은 이야기 중에 재미있고 중요한 것들을 책에 담았다. 안 박사는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로 ‘삼태성과 어사 박문수’를 추천했다. 사람을 낳고 기르고 지켜주는 신으로 알려진 삼태성은 북두칠성 아래에 마치 사슴이 뛰어간 발자국처럼 세 쌍의 별이 연이어 있는 별자리다.

어느날 어사 박문수는 소년 셋과 함께 길을 나섰다가 대들보 속의 요물 지네를 죽인다. 이후 박문수가 산길을 가다 처녀(죽은 지네의 여동생)가 홀로 사는 집에 묵게 됐고 한밤중에 처녀가 지네로 변해 박문수에게 달려들자 세 소년이 다시 나타나 지네를 죽인다. 세 소년이 바로 삼태성이었다는 이야기다. 안 박사는 “우리의 별자리 이야기 중에 구성이 아주 탄탄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천문학은 세종 당시만 해도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임금은 천문관에게 별똥비, 혜성, 행성의 이동을 매일밤 기록하게 했고, 이런 기록은 세계적인 보물로 남아 있다. 안 박사는 “고천문 기록에 관한 한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안 박사는 연산군 이후 한국의 천문학이 시들해지기 시작했다고 아쉬워했다. 임진왜란은 결정적으로 한국의 과학문화 수준을 떨어뜨렸고 결국 회복되지 못했다. 영조때 한국에 망원경이 처음 들어왔는데 영조는 망원경을 깨뜨리라고 명령한다. 망원경을 이용하면 일식이나 월식을 100년 후까지 예측할 수 있는데 이는 왕권을 약화시킨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은 서양과 비슷한 수준의 망원경을 만드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었다. 안 박사는 “조선이 1910년 일제의 식민지가 됐다고 하지만 천문학의 관점에서 보면 150년 전에 이미 예고가 된 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한민족의 남다른 별사랑에서 미래의 희망을 찾는다.

“우리 조상들은 관 밑에 까는 널빤지에 북두칠성을 본따 일곱 개의 구멍을 뚫고 칠성판이라고 불렀지요. 그만큼 한민족은 별을 사랑하는 민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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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박창민
  • 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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