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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는 태양계를 연구하는 천문학자들에게는 '탐험의 시대'였다. 70년대 후반만 해도 태양계는 제대로 지도화되지 못했다. 파이오니어 10, 11호에 의해 목성과 토성이 얼핏 모습을 드러냈고 마리너탐사선은 수성과 금성 주위를 어설프게 맴돌았을 뿐이었다. 단지 화성만이 바이킹호가 착륙하여 비교적 세밀한 탐사가 이루어졌다.

80년대가 다가오면서 태양계는 서서히 본모습의 우리들에게 내보이기 시작했다. 각각의 행성들이 거느린 위성들은 우리 생각처럼 꽁꽁 얼어있는 죽은 모습이 아니라 맹렬이 활동하는 살아있는 모습이었다. 지구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됐던 지질학적인 현상은 태양계 전체의 보편적인 현상임이 밝혀졌고 생명체의 기원이 지구권 밖에서도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새로운 지식들은 인간이 만든 뛰어난 우주로봇(파이오니어 10, 11호 보이지 1, 2호)에 의해 얻어졌다. 이들 4중주는 모두 1백억km 이상을 여행하면서 5개의 행성(금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과 50개 이상의 위성을 탐사했다.

파이오니어호는 금성탐사만을 목적으로 1978년에 발사되었다. 여러해 동안 천문학자들은 금성이 지질학적으로 생명을 잃은, 살아 움직이지 않는 행성으로 알고 있었다. 과거에 지진과 화산 또는 다른 활동이 있었다 해도 현재는 매우 조용한 것처럼 보였다.

1970년대 중반 소련의 '베네라'탐사선은 이러한 생각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몇가지 사실들을 알려왔다. 금성을 돌면서 베네라는 표면 전체에 길게 연결된 골짜기를 발견했다. 이들 주변의 바위를 조사한 결과, 금성의 토질이 화산에 의해 분출된 칼슘이 풍부한 화성암과 현무암을 상당 수준 포함하고 있는 것을 알아냈다. 이는 과거에 활산활동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시켜줌과 동시에, 아직도 화산활동이 진행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 파이오니어 계획은 이를 기초로 진행되었다. 결과는 금성표면층은 지구의 하와이에서 보여주는 바와 같이 매우 넓고 경사가 완만한 화산을 닮았다는 것이다. 하와이는 저점토성(lava)가 분출돼 굳어지기 전에 화산분출물이 매우 먼 거리까지 흘러내린 지형이다.

또한 파이오니어는 금성의 대기층에서 화산폭발로 생긴 수증기, 이산화탄소, 아르곤 등을 발견했다. 이산화황 농도가 변화하는 것도 지구에서의 관측으로 확인되었다. 이 현상은 화산이 지금도 가스를 분출하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한다. 파이오니어가 보내온 전파를 분석해 그려낸 지도를 보면 갈라진 틈새가 보이는데. 이는 금성의 지각구조가 판구조의 특성을 갖고 있음을 시사해준다.
 

보이저 2호가 전송해온 해왕성의 모습
 

살아 움직이는 위성들

지난 10년 동안 지구인을 들뜨게 했던 거대 태양계탐사 프로젝트는 보이저 계획이다. 1977년 쏘아올려진 쌍둥이 우주선 보이저호는 12년 동안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탐사를 마치고 현재 태양계를 벗어나 우주방랑길에 올랐다. 보이저의 성과 중 가장 흥미있는 것은 각행성의 주의를 돌고 있는 위성에 관해 새로이 밝혀진 사실들이다. 목성의 위성은 13개가 아니라 16개이며 토성의 위성은 11개에서 17개로 늘어났다. 천왕성의 위성 또한 5개에서 15개로, 해왕성의 위성은 2개에서 8개로 늘어났다. 보이저 이전 지식에 따르면 태양계의 위성들은 지질학적으로 죽어있다고 생각되었다. 보이저는, 몇개의 위성들은 과거에 살아있었을 뿐 아니라 현재도 살아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냈다.

보이저는 목성의 위성인 이오(Io)에서 짧은 기간 동안 9개의 분화구를 발견했다. 천문학자들은 이오에서 화산이 폭발하고 용암을 내뿜는 현상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러한 분출의 흔적은 토성의 위성인 엔셀라두스(Enceladus)와 해왕성의 트라이튼(Triton)에서도 마찬가지로 발견되었다. 또한 천문학자들은 엔셀라두스 가까이서 토성의 고리 밀도가 높아지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것은 위성이 분출한 액체가 고리 부근에 모아진 것이 아니냐는 가정을 가능케 했다.

보이저는 몇몇 위성에 대양(ocean)과 대기(atmosphere)가 존재함을 밝혔다. 목성의 거대 위성중의 하나인 에우로파(Europa)는 황폐한 얼음덩어리처럼 보였지만, 탐사선으로부터의 전파데이터는 에우로파의 표면 얼음이 볼과 수마일 정도의 두께밖에 안되며 그 바로 밑에는 위성 내부의 열에 의해 녹은 환상(環狀)의 수대(水帶)가 있음을 알려왔다.

토성의 타이탄(Titan) 역시 바다를 갖고 있었다. 그 구성은 물이 아니라 액체에탄이 주성분이며 메탄이 조금 섞여 있다. 타이탄은 인식할 수 있을 정도의 대기를 가진 위성 중의 하나인데, 대기의 주성분은 지구와 마찬가지로 질소가 80%정도이다. 그러나 대기압은 지구의 60% 정도, 해왕성의 위성인 트라이튼 역시 메탄과 질소로 구성된 대기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양과 대기가 있다면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천문학자들은 물 속의 환경이 남극과 유사한 에우로파에 잔뜩 흥미가 끌리고 있다. 양쪽 모두 갈라진 표면 틈새로 비치는 햇빛은 해조류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지구에는 찬 바닷물이 생명체에 보다 좋은 조건으로 작용할 수 있게끔 대양저에서 끊임없는 분출이 일어난다. 위성의 내부에도 열원이 있다면 그리고 열이 어딘가로 분출된다면 유일한 출구는 물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해조류 혹은 다른 유기체가 에우로파에서 존재해 진화했다고 주장한 사람은 없다. 갈라진 얼음 틈새로 비친 햇빛은 너무 약해 생명체에 필요한 화학작용을 일으키지 못한 것으로 추측된다.

토성의 타이탄 역시 생명체의 요람이 될 수 있는 대기를 갖고 있다. 시안화수소 에탄 그리고 각종 탄화수소계통의 가스들은 모두 태양에너지를 충분히 받는다면 생명체로 진화할 수 있다. 이러한 물질들은 위성의 표면에 씨를 뿌릴 수 있는 유기탄화수소의 사슬을 형성할 수 있다.

80년대 이전에 토성은 5개의 고리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보이저는 최소 2개의 주고리와 수많은 미세고리를 더 발견했다. 고리가 없는 것으로 생각되었던 목성은 하나의 주고리와 그 바깥쪽에 얇고 섬세한 미세고리를 가졌으며, 행성 가까이에 먼지무리가 있는 것도 밝혀졌다. 또한 천왕성의 고리는 북쪽에서 남쪽으로 극지방을 세로로 감싸면서 돌고 있다. 천문학자들은 위성근처에서 일어나는 운동이 고리의 구성과 움직임을 조종하고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

12년 동안 11만5천여 영상들을 보내온 보이저계획은 대단원의 막을 내렷다. 보이저2호가 태양계를 벗어난 이후에도 천문학자들은 보이저의 데이터를 계속 분석하고 있다. 그들이 연구하고 있는 테마의 하나는 외각행성(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에서 일어나는 폭풍우이다. 목성의 일진광풍은 시속 3백80마일이며 토성에서는 시속 1천1백마일이다. 1만8천마일이나 뻗치는 목성의 거대 붉은 반점은 최소 3백년 동안 계속될 것으로 추측된다. 해왕성에서도 7천9백마일 크기의 청색반점이 발견됐다. 과연 이러한 에너지가 어디서 유래했는지를 밝히는 것은 태양계의 수수께끼를 푸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90년대는 마젤란호에서 금성에 관한 데이터를 계속 보내올 것이며 목성의 대기탐사를 주목적으로 발사된 갈릴레오호가 맹활약을 보일 것이다. 태양계는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목성탐사를 목적으로 발사된(89년 10월)갈릴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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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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