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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디지털 마술방망이의 신화

신문으로 동영상 즐긴다

하루에도 수백명의 백만장자를 탄생시켰던 실리콘밸리의 벤처 신화를 통해 알 수 있듯IT산업의 주역은 바로 수많은 벤처기업들이다. 이들은 앞으로 또 어떤 신화를 만들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선견지명(先見之明)씨가 또 대박을 터뜨렸다. 그의 직업은 벤처 투자가. 일명 ‘벤처 사냥꾼’으로 불리는 그는 유망한 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을 찾아 상품화와 마케팅에 필요한 뒷돈을 대주고 있다.

3년 전 그는 우연한 계기로 중국어와 한국어를 자동으로 통역해주는 기술을 개발한 한 벤처기업을 발굴했다. 자동통역기라면 모든 발명가들의 꿈. 하지만 이를 개발하는 사람은 마치 영구기관을 개발하려는 사람처럼 취급받기가 십상이다. 정확한 번역도 문제지만 개인마다 다른 억양이나 음성 등을 인식하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이런 사정을 모를리 없는 선견지명씨도 처음 이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망설였다. 그러나 개발자와 상담하고, 동종업계의 자문을 구한 결과 성공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결국 그는 과감하게 투자자들이 맡긴 돈을 이 벤처기업에 선뜻 내놓았다. 그런데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중국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기업들이 폭발적으로 늘자, 이 회사가 출시한 주머니 속에 들어가는 휴대용 개인통역장치가 크게 히트한 것이다. 선견지명씨는 이를 통해 투자한 돈의 1백배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물론 개발에 나섰던 연구원들도 백만장자가 됐다.
 

IT산업을 뒷받침하는 기반은 바로 수많은 벤처기업들이다. IT벤처기 업들이 자신의 기술을 선보이는 박 람회 모습.



IT산업 황금알을 낳다

선견지명씨처럼 미래 기술에 투자해 큰돈을 벌었다는 신화는 과거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었다. 몇년 전만 해도 샌프란시스코에서 새너제이쪽으로 달리는 원오원(101) 고속도로 주변의 실리콘밸리에서는 벤처 기술의 성공으로 날마다 수백명의 백만장자가 탄생했고, 현재 그 수는 25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1999년 이곳에 투자하겠다고 몰린 돈이 1백30억달러(16조9천억원)에 이른다는 사실도 역으로 보면 크게 불리겠다는 돈들이 많이 모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같은 벤처 신화를 이루게 한 마술방망이가 바로 IT(Information Technology, 정보기술)산업이었다. IT란 말 그대로 정보를 수집하고, 가공하고, 저장하는 기술이다. IT산업은 워낙 다양하고 광범위하기 때문에 이들 모두 하나하나 설명하기는 어렵다. 대표적으로 큰 줄기만 소개한다면 반도체, 컴퓨터, 소프트웨어, 정보통신, 인터넷 등이 있다.

반도체는 모든 산업에서 핵심적으로 사용되는 부품으로, 휴대폰, 가전제품, 장난감, 엘리베이터, 산업용 오토메이션 기계 등 거의 쓰이지 않는 곳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벤처기업들은 바로 이 반도체를 이용해 어떤 아이디어 상품을 만들어낼 것인지를 고심하고 있다. 반도체를 내장한 컴퓨터는 IT혁명의 주역이다. 주목할 점은 세계 5백대 기업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컴퓨터회사들의 역사가 채 20년도 안된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IT혁명은 빠르게, 그리고 엄청난 규모로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소프트웨어는 단순한 연산과 저장 기능밖에 못하던 반도체와 컴퓨터에 생명을 불어넣은 두뇌에 해당한다. ‘소프트웨어’하면 세계 제일의 갑부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을 떠올리는데, 종이에 돈을 찍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컴퓨터를 팔기 위해 끼워팔기용 상품에 불과했다. 그런데 데이터베이스 마케팅, 고객과 상품의 관계를 이용한 새로운 판매기법인 고객관계관리(CRM), 물적·인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전사적자원관리(ERP) 등이 등장하면서 소프트웨어는 황금알로 변했다.

IT산업의 커다란 기둥 중 하나는 네트워크다. 세계 어느 나라를 보든 굴지의 기업들 열 손가락에는 반드시 통신기업들이 끼어 있다. 최근에는 이동통신이 동영상 전송이 가능한 3세대를 맞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주목해야 할 IT산업은 인터넷이다. 인터넷은 1990년대에 들어 월드와이드웹(WWW)과 인터넷 브라우저의 등장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다.

벤처 기업을 중심으로 발달하는 IT산업의 성격상 미래가 어떤 모습으로 발전할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무수히 많은 기업이 광범위한 분야에서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IT산업은 과학기술 외적인 문제가 있다. 적절한 투자와 함께 타이밍(timing)이 중요하다. 남들보다 앞서지만, 시장이 적절히 형성되는 시점에 맞출 수 있도록 ‘한발만’ 앞선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시장 규모 또한 중요하다.
 

IT산업의 메카 실리콘밸리. 실리콘밸리라는 말은 반도체를 뜻하는 실리콘 칩에서 따왔다


IT 벤처 신화를 꿈꾸며 세계 곳곳에서 상품화가 가능한 벤처기술을 찾아나서는 수많은 투자가들이 IT산업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이들은 IT산업에 대한 해박하고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그래야 엄청난 투자가 물거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IT벤처를 발굴하는데 일가견을 지닌 선견지명씨를 계속 따라가보자.

자동번역기에 이어 선견지명씨는 종이 스크린에 투자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 기술은 현재 네덜란드의 필립스 일렉트로닉스, 영국의 이잉크, 제록사의 자회사인 지리콘 미디어를 포함한 많은 회사들이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잉크와 지리콘은 정지영상을 보여주는데 그치고 있고, 기술이 조금 앞선 필립스도 동영상을 보여주긴 하지만 화면이 2인치에 불과, 너무 작은 것이 문제다. 선견지명씨의 머릿속에는 어떤 벽이든 마음대로 부착할 수 있는 얇고 넓은 벽지 같은 스크린이 그려지고 있었다. 만약 이것이 성공한다면 벽지를 통해 뉴스와 영화를 보고, 홈쇼핑을 즐기는 시대가 올 것이 분명했다. 그때가 되면 신문을 통해 동영상을 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선견지명씨가 관심을 갖고 있는 또다른 신기술은 전자안경이다. 새로운 전자안경은 사람의 시선을 인식해 초점을 자동으로 맞추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책을 읽거나 운전할 때 지금처럼 안경을 바꾸지 않아도 된다. 또 이중초점 안경처럼 책을 읽기 위해 불편하게 고개를 숙일 필요도 없다. 놀라운 전자안경의 비결은 일반 렌즈처럼 빛을 굴절시키지 않고, 전압에 따라 굴절지수가 변하는 물질에 있다. 또 상황을 판단하는 소프트웨어, 마이크로칩이 빛을 굴절시킨다. 이미 소재에 전압을 가해 굴절지수를 바꾸는 기술은 휴대폰으로 유명한 모토롤러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낮은 전압으로 최대의 반응을 얻는 소재를 개발하는 것과 안경이니 만큼 자연스러운 모양에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도록 개발하는 것이다.

선견지명씨는 갈수록 늘어나는 실버 인구를 인식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경우 나이 45세를 넘으면 대부분 독서용 안경을 사용하기 시작한다는데, 언제까지 2개의 안경을 번갈아 쓰거나, 이중초점안경으로 불편하게 사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결국 그는 앞으로 2년 후 제품이 나올 것으로 보고 전자안경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달리는 사무실 자동차



달리는 사무실 자동차

선견지명씨는 IT와 의료 기술이 만나는 분야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장애를 겪고 있는 누이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투자가들의 돈을 사사로운 감정에 쏟는 것은 아니다. 그는 사회가 선진화될수록 장애인과 복지시설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IT를 이용한 첨단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가 요즘 누이의 휠체어를 밀면서 생각하는 것은 센서와 컴퓨터를 갖춘 휠체어가 필요하다는 것. 그의 정보에 따르면 독일 울름대에서 벌써 이 연구를 하고 있다. 울름대의 자동휠체어 마이드(MAid)는 손이 부자유스러운 장애인을 위해 음성인식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이 휠체어는 음성명령에 따라 방향을 바꾸고, 목적지를 찾아간다. 목적지를 찾아갈 때는 내장된 컴퓨터가 최선의 코스를 만들어내고 센서들은 움직이는 동안 발생하는 각종 장애물들을 찾아 위치와 속도를 정한다. 여기에다 장애인의 위치를 가족이 알 수 있도록 위성위치추적시스템(GPS)을 다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늘 아이디어와 시간과 싸움하는 선견지명씨에게 자동차는 생각이 멈추는 공간이다. 혼잡한 테헤란로를 달릴 때는 이만저만 짜증이 나는 것이 아니다. 그는 그래서 누구 못지않게 텔레매틱스(telematics) 분야도 주시하고 있다. 텔레메틱스는 자동차에 무선통신, 컴퓨터, PDA, GPS 등 각종 정보기기를 다는 것으로 제2의 자동차 혁명이라고 말할 수 있다.

트렁크에는 각종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베이스를 실행할 수 있는 특수 설계된 PC가 감춰져 있다. 뒷좌석을 내리면 프린터가 나타난다. 뒤창의 작은 안테나는 무선 인터넷 접속을 돕는다. 버튼을 누르면 계기판에 숨어있는 LCD 컬러 모니터가 미끄러져 나오고, 이 모니터에는 제2의 무선제어장치로 운영되는 위성항법시스템과 연결돼 있다. 앞좌석 사이에는 무선 적외선 키보드가 비치돼 있다. 마치 007 영화를 보는 듯하지만 현재도 가능한 설계이다. 다만 비용과 디자인이 문제일 뿐이다.

선견지명씨는 자동차가 달리는 사무실이 될 날이 그리 멀지 않으리라고 보고 있다. 텔레매틱스 시스템만 갖춘다면 차안에서 교통정보는 물론, 주식 거래, 뉴스와 일기예보 시청, 고객 상담, 온라인 쇼핑, 영화감상 등이 모두 가능해지기 때문에 수요가 커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최근 세계 경제는 침체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눈여겨볼 사항이 있다. 컴퓨터의 판매가 얼마나 잘 되느냐에 따라 반도체 회사들이 울고 웃곤 한다는 것이다. 컴퓨터는 반도체를 대량 소비하는 대표적인 상품이기 때문이다. 최근 반도체 경기가 좋지 않은 것은 컴퓨터 판매가 과거처럼 날개돋친 듯 팔리지 않는데 그 주요 원인이 있다. 결국 반도체 가격의 폭락이 2000년 후반부터 시작된 세계 경제 침체의 원인이 되고 있다. IT산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 거품론이 제기되면서 그 여파는 IT산업의 전반적인 불황을 가져왔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해선 안될 점이 있다. IT는 모든 산업의 기반기술이자 일반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대중기술이지만, BT·NT·ST·ET·CT는 여전히 특정한 산업에만 국한되는 주변기술이라는 점이다. 또 하나 IT는 나머지 기술과 달리 작은 자본으로 시작해 짧은 기간 내에 제품화가 가능한 것이 많다는 점이다.

한편 IT산업은 다시 불이 붙을 가능성이 많은 용광로이다. 예를 들면 온라인쇼핑을 활성화할 수 있는 디지털지갑(E-wallet)의 확산을 들 수 있다. 지금까지 소비자들은 개인의 신용정보 유출을 꺼려 온라인 쇼핑을 자제해 왔다. 그러나 인증, 보안, 프라이버시 문제가 해결된다면 이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인 쇼핑은 없다. 그래서 기업들은 IT산업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다가오는 디지털지갑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앞서 선견지명씨가 봤던 새로운 IT산업이 속속 등장할 것이다. 앞으로 IT 산업을 받치고 있는 수많은 기업들의 행보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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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홍대길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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