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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에서 외치는 고독한 예언자

환경전문기자 조홍섭

“대학에서 학생운동을 하면서 이공계 학생이 사회를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전 환경에서 길을 찾았습니다.”

최근 ‘생명과 환경의 수수께끼’라는 책을 펴낸 한겨레의 조홍섭(48) 기자를 만났다. 20년 동안 환경 분야를 취재한 내공도 그렇거니와 황소개구리, 매향리 미군 사격장 등 굵직굵직한 특종을 보도해 국내에서 첫 손가락에 꼽히는 환경전문기자다. 살짝 귀띔하면 그는 과학동아 창간 기자였다.

“청년기를 과학기술자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고민하며 보낸 셈이에요. 학생운동을 하다 교도소에 들어갔는데 운동권 후배가 ‘공해원론’이라는 일본책을 넣어줘 10번은 읽었어요. 복학해서는 주로 공해 반대 운동을 펼쳤습니다.”

그는 온산을 비롯해 여천·반월 공단 등 공해 피해 지역을 조사해 보고서를 써냈다. 문화운동을 하는 사람들과 공해풀이 마당극의 대본도 쓰고 직접 공연도 했다. 1981년 유네스코 환경위원회에 들어가 환경에 대한 관심을 계속 키웠다. 당시에는 고생스럽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철저하게 ‘환경운동의 외길’을 걸었다.

“언론사에 들어온 것도 환경 운동을 하고 싶어서죠. 1986년 과학동아 창간부터 1년 정도 있다가 한겨레가 창간할 때 옮겼어요. 부서가 생활환경부였는데 국내 신문사 중에는 환경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첫 부서입니다.”

한겨레에서 환경 문제는 늘 도맡아 취재하고 보도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로 매향리 사격장과 황소개구리 건을 꼽았다. 그는 1990년대초 황소개구리가 새, 물고기, 토종 개구리 등을 잡아먹으며 한국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했다. 정부의 반격에도 끄떡없던 황소개구리는 2000년대 들어 돌연 감소한다. 전염병 감염, 근친교배를 통한 유전자의 다양성 감소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그는 “황소개구리가 일으킨 문제 제기부터 감소 원인까지 사건의 시작과 완결을 책임지고 썼다”고 말했다.
 

조홍섭^과학동아와 한겨레에서 20여년 동안 환경과 과학을 취재해 보도했다. 국민대 사회학과 겸임교수와 고려대 과학기술협동과정 강사로 환경사회학, 환경의학보도론 등을 강의했다. 환경운도오가 자연사, 전통생태학에 관심이 많다. 어넺낙 인간과 잔연에 관한 통찰을 동물의 눈으로 풀어놓은 소설을 써보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사람 사는 자연이 아름답다

그러나 20년의 취재 속에서 아쉬웠던 장면도 있었다. 1988년 경북 봉화의 석포제련소 노동자들이 카드뮴에 중독됐다는 제보를 받고 취재를 했다. 노동자들은 치아가 황산에 녹아 짤막했고 피속 카드뮴 수치가 일반인보다 높았다. 그러나 정부 기준치보다는 낮았다. 그는 고민 끝에 기사를 쓰지 않았다.

“잘못한 거죠. 기준치는 법적인 가이드라인입니다. 노동자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고 작업환경이 뭐가 문제인지, 기자는 그것을 문제 삼았어야 하는데 공무원처럼 행동한 셈이죠. 기자는 행정가가 아니다, 문제를 근본에서 파헤쳐야 한다고 마음에 새겨 두게 됐습니다.”

이번에 나온 책도 20년의 환경기자 경험과 그 전 청년기 고민의 흔적이 묻어난다. 호주에 대량 번식한 토끼를 죽이기 위해 바이러스를 이용했더니 토끼가 내성이 생겼다는 ‘호주의 토끼 전쟁’이나 지금은 멸종한 도도새, 실패로 끝난 인공지구실험(바이오스피어2) 등은 생태계가 얼마나 복잡하고 값진 곳인지 보여준다.

공해병인 미나마타병, 런던 스모그, 환경호르몬 때문에 생긴 레즈비언 갈매기를 말할 때는 환경오염에 대한 그의 분노가 얼마나 큰지 드러난다. 그렇다고 자연은 무조건 보호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사람 사는 자연이 아름답다”고 주장하는 그는 자연과 사람을 둘로 딱 쪼개는 이분법적 사고에 반대하며 개발과 보전의 딜레마를 고민한다. 현재 가장 큰 환경 문제인 ‘새만금 사태’에 대해서도 “수백년 동안 새만금이라는 자연을 친환경적으로 가꿔온 주민들의 지혜에 먼저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학동아 독자들에게 “가까이 있는 자연에 관심을 가지라”고 당부했다. 못 보던 식물이 있으면 도감도 찾아보고 직접 키워볼 때 자연의 신비를 알게 된단다. 그런 다음 설악산에 가면 그곳이 얼마나 자연의 보고인지 깨닫게 된다.

“텃밭을 일궈보면 사람과 자연의 관계를 배우게 됩니다. 벌레가 얼마나 극악하게 덤비는지, 잡초가 얼마나 고집스럽게 돋아나는지, 유기농이 얼마나 어려운지요. 내가 사는 방식을 바꾸고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됩니다.”
 

생명과 환경의 수수께끼^조홍섭 지음(고즈윈, 232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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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박창민
  • 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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