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나는 무엇에 이끌려 행동할까

동기를 유발하는 원천은 뇌

‘우리는 무엇에 이끌려 행동하는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장편소설 ‘뇌’에 등장하는 첫 문장이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에게 기자가 물어본다. “이 운동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무엇입니까?” 사람을 수십명 살해한 연쇄살인범을 검거한 형사에게도 기자들이 같은 질문을 쏟아낸다. “도대체 범행 동기는 무엇이었습니까?”

우리는 지금까지 ‘동기’라는 말을 거의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사용해왔다. 그럼 여기서 의식적으로 동기라는 것을 한번 생각해 보자. 우선 동기는 어떤 행동을 하게 하는 중요한 출발점이다. 그리고 동기는 어떤 행동을 하는 강도를 결정할 수 있다. 또한 우리는 동기에 의해 어떤 것을 선택하고 바꿀 수도 있다.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동기는 어떤 행동을 할 때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왜 그렇게 느끼는지 등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다.

인간이 갖는 5가지 욕구

동기와 더불어 사용하는 말 중에 ‘동기 유발’이라는 말이 있다. 동기는 과연 무엇에 의해 생기는가? 바로 욕구(need)에 의해 발생한다. 미국 심리학자 아브라함 매슬로가 주장한 ‘욕구의 5단계설’(Hierarchy of Needs)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크게 다섯 종류의 욕구가 있다.

음식을 먹고 목마름을 해결하는 것과 같이 생체의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하고자 하는 생리적 욕구, 자신을 위험으로부터 방어하고 보호하려는 안전의 욕구, 남들에게 사랑받고 어떤 집단에 소속되고자 하는 사회적 욕구,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에게 만족하고 싶은 자존의 욕구,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능력과 소질로 창조적인 활동을 하고자 하는 자아실현 욕구다.

매슬로는 이 중 처음 네 가지를 ‘결핍동기’, 마지막의 자아실현 욕구를 ‘성장동기’라고 분류했다. 이런 욕구가 동기가 돼 어떤 행동이나 사고를 하게 되고, 그 결과 목적한 바를 이루면 욕구가 해소되고 동기도 사라진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역사를 이끌어온 원동력이 됐다. 그래서 새삼 궁금하다. 이런 과정이 일어나는 동안 인간의 뇌에서는 도대체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 걸까?

왜 어떤 사람은 큰 업적을 이루며 인류에 이바지하는데, 어떤 사람은 골방에 틀어박혀 밖으로 나오려고 하지도 않는 것일까? 이런 두 종류의 인간은 뇌에 어떤 구조적 차이가 있지는 않을까? 뇌 구조의 차이가 규명된다면 그것을 이용해서 어떤 약물이나 치료를 통해 골방 속의 인간도 큰일을 해내는 인간으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우선 우리 회사의 일 못하는 직원, 우리 학교의 공부 못하는 학생을 일 잘하는 직원, 공부 잘 하는 학생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된다.

우선 기본적인 질문부터 생각해보자. 과연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하게 하는 메커니즘이 뇌에 존재하는가? 이것은 신경계에 대한 체계적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래 최대의 화두 중 하나다. 뇌 구조를 알고자 하는 과학계는 물론이고 산업계에서도 노동자에게 동기를 부여해서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실험과 시도가 있었다.

1000억개 신경세포의 네트워크

18세기 말 감각을 느끼고 신체를 조절하는 것이 바로 신경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뉴런(neuron, 신경세포)이 신경계의 기본 단위라는 것이 밝혀지는데 자그마치 10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 뒤 20세기에 이르러 뇌의 신비가 하나둘씩 밝혀지면서 오늘날 우리는 뇌에 1000억개가 넘는 뉴런들이 신경교세포(glia cell)와 어우러져 질서정연한 배열을 하고 있으며, 이들은 시냅스에 의해 서로 연결돼 회로를 이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시냅스는 뉴런과 뉴런을 기능적으로 연결하는 구조물이다. 시냅스에는 신경전달물질이 나오는 전막과 신경전달물질로부터 신호를 받는 후막이라는 구조가 있다. 이들은 완전히 붙어있지 않고 20나노미터(nm, 1nm=10-9m) 정도의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다. 전막에는 신경전달물질을 담고 있는 소낭이라는 주머니가 있으며, 이 신경전달물질은 확산에 의해 전막과 후막 사이를 이동하며 화학적 시냅스를 이룬다. 시냅스 후막 표면에 있는 수용체 단백질에 신경전달물질이 결합하면 그 정보가 신경에서 신경으로 전달된다.

이렇듯 뉴런들은 시냅스에 의해 서로 연결돼 일종의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다. 이런 신경 네트워크는 학습에 의해 강화되며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유연성을 갖고 있다.

동기를 유발하는 뇌 부위들

1911년 미국 심리학자 에드워드 리 손다이크 박사는 ‘작용의 법칙’이라는 가설을 만들었다. 이는 생물체에게 충족을 가져오는 행동은 반복적으로 하게 되고,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는 행동은 그 빈도가 점차 줄어든다는 내용이다. 따라서 학습이라는 것은 반응과 자극간의 연결을 강화하는 것이고, 이런 강화는 학습 주체에게 긍정적인 상황이 뒤따르는 반응에 의해 이뤄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배가 매우 고픈 실험용 쥐가 어쩌다가 레버에 부딪혔는데 그때 먹이가 뚝 떨어진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결과로 인해 쥐는 레버에 부딪히는 행동을 계속하게 되고, 결국 레버를 건드리면 먹이가 나온다는 사실을 배우는 것이다. 배가 고프다는 동기와 레버를 건드리는 행동을 이어주는 것이 바로 학습이라는 연결고리다.

이런 일련의 과정과 관계있는 뇌의 부위가 어디인가를 알아내기 위한 연구도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돼 왔다. 가장 널리 알려진 부위는 바로 시상하부(hypothalamus)다. 시상하부에는 생체의 항상성 유지에 반드시 필요한 섭취중추, 갈증중추, 체온조절중추 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주로 감정과 기억에 관련된 기능을 담당하는 번연계(limbic system)도 상당 부분 동기 유발에 기여한다. 기쁨, 슬픔, 쾌락, 불쾌 같은 감정이 동기가 돼 행동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런 뇌 부위들은 뇌의 감각이나 운동을 담당하는 부위와 광범위하게 연결돼 있어 행동을 유발한다. 또 내분비계와 연결돼 내장기관에도 영향을 미친다.

비교적 최근에 밝혀진 동기와 행동에 관련된 뇌 부위는 측좌핵(nucleus accumbens)이다. 측좌핵은 뇌 안쪽에 위치한 기저핵 중 한 부분으로 번연계와 뇌 운동중추를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곳이다. 특히 측좌핵의 중심 부위인 심부(core)는 특정 신경전달물질의 수용체가 있어 반응에 의해 강화되는 학습에 관여한다고 최근 연구에서 밝혀진 바 있다.
 

동기 유발에 관여하는 뇌 부위^왼쪽은 정면으로 본 뇌에서 대뇌피질 윗부분을 들어낸 모습이다. 배고픔, 갈증, 체온을 조절하는 시상하부, 감정과 기억에 관여하는 편도체를 비롯한 번연계, 특정 신경전달물질에 반응하는 측좌핵과 같은 뇌의 여러 가지 부위가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하도록 동기를 유발한다.


마음에 따른 뇌 변화 직접 관찰

지금까지 살펴본 뇌의 특정 부위는 대부분 실험동물에 의해 밝혀진 것들이고, 아직 인간에 관해서는 알려지지 않은 것이 더 많다. 매슬로가 욕구 5단계설에서 설명하듯이 인간의 동기와 행동은 생리적 욕구 같은 단순한 ‘자극-반응’ 상황이 아니라 좀더 고차원적인 지적 활동이기 때문이다.

실험실에서 영장류 같은 동물을 이용해 약물을 주입하고 그에 반응하는 신경세포군을 추적하는 실험을 인간에게 시행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인간의 인지적, 사회적 자극에 의한 동기 유발과 그 행동양상을 관찰하고 연구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이런 새로운 접근방식이 탄생하는데 컴퓨터과학이 큰 역할을 했다.

컴퓨터의 발전에 따라 영상진단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해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촬영(Functional MRI), 자기두뇌촬영(MECT), 그리고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술(Positron Emission Tomography) 등이 개발됐다. 인간의 몸을 침해하지 않는 이 같은 영상진단기술은 현재 인간의 정신활동을 단편적이나마 보여준다.

몇년 전 미국 과학자들이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젊은 여성에게 젊은 남성의 사진을 여러 장 보여주며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촬영 장치로 뇌를 관찰했다. 그 사진 중 하나는 이 여성이 사랑하는 남성이었는데, 다른 남성의 사진을 봤을 때와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을 봤을 때의 영상은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앞으로 이 방법을 상대방이 나를 정말로 사랑하는지 아닌지 알아보는 도구로 발전시킬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인간의 마음에 따른 뇌의 생화학적 변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신입사원 교육용 두뇌재건센터

인간의 고차원적인 인지기능은 대뇌의 바깥 부분인 피질(cortex)에서 이뤄진다. 피질은 여러 경로를 통해 밖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정리하고, 신경 네트워크를 이용해 편집하고 재구성하며 저장한다.

앞으로 영상진단기술이 더욱 발달하면 뇌의 분자영상을 만들 수도 있고, 개인의 상황, 감정, 학습, 행동에 따른 뇌의 부위별 화학적 변화를 직접 관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뇌질환의 예방, 진단, 치료 뿐 아니라 학습이나 취업에 대한 적성검사, 인성훈련, 거짓말 탐지기를 비롯한 범죄 수사에 이르기까지 무궁무진한 분야에 널리 이용될 것이다.

미래에는 동기부여가 잘 되지 않는 신입사원은 입사지원 단계에서부터 탈락시키거나, 합격시키더라도 바로 두뇌재건센터에 먼저 보내는 날이 올지도 모를 거라는 다소 두려운 상상도 하게 된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05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이연 소장

🎓️ 진로 추천

  • 심리학
  • 의학
  • 컴퓨터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