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은 격동의 시기를 겪고 있다. 그런 변화의 핵심에 있는 것이 자동차의 골격부터 각 부품의 연결과 움직임을 아우르는 시스템인 ‘플랫폼’이다. 11월 5일, 충남 천안 한국자동차연구원에서 자율주행용 자동차 플랫폼을 연구하는 이진승 차량플랫폼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을 만나 자동차와 플랫폼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자율주행은 물론 전기차, 수소차가 연구되면서 이들을 위한 전용 플랫폼이 활발히 개발되고 있습니다. 자동차 외에 미래 모빌리티, 배송 로봇 등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죠. 이들 모두에 필요한 기초 기술이 바로 플랫폼 기술입니다.”
이진승 한국자동차연구원 차량플랫폼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자동차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상상만 하던 자율주행과 친환경 자동차 등이 조금씩 현실과 가까워지고 있다. 플랫폼은 이들 기술을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분야 중 하나다.
“자동차 플랫폼에는 다양한 분야가 있습니다. 내구성 평가, 안전성 향상 등에도 플랫폼 연구가 필요하죠. 저는 자율주행 구현을 위한 경로 계획(path planning)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으로 세우는 경로 계획
경로 계획은 자율주행 자동차가 이동할 경로를 만드는 과정이다. 센서를 통해 수집한 외부 정보를 바탕으로 차도와 인도를 구분하고 다른 자동차를 인식하며, 이를 통해 빠르게 이동할 방향을 판단하고 경로를 결정한다. 미래 자율주행 자동차의 핵심 기술 중 하나다.
경로 계획 연구는 자료 조사에서 시작된다. 연구 주제에 따라 필요한 조건과 방법 등에 대해 특허와 논문을 찾아보는 것이 첫걸음이다. 구현하고자 하는 자동차의 형태에 따라 다른 조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이전 연구를 바탕으로 알고리즘을 설계한다. 일종의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과정이다.
이 선임연구원은 “카메라나 레이더 등 센서에서 얻은 데이터를 수식화해 처리하는 과정”이라며 “수학적 능력과 프로그래밍 능력이 자동차 플랫폼 연구원에게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경로 계획 시스템이 완성되면 시뮬레이션을 통해 검증한 뒤 실제 자동차에 장착해 도로에서 주행시험을 거친다. 이 모든 과정에 1년에서 최대 4년의 시간이 걸린다. 이 선임연구원은 “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잘 만든 시스템이라도 실제 도로에서는 정상 주행이 어려울 수 있다”며 “경로 계획 시스템의 성능은 탑승객의 안전과 연결되는 만큼 지속적으로 수정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선임연구원이 개발한 경로 계획 시스템도 현재 상용화를 위한 주행시험에 들어가 있다. 11월부터 세종시에서 시범주행을 시작한 자율주행 셔틀버스에 탑재됐다. 이 선임연구원은 “한국자동차연구원 내 많은 연구센터와 협력해 만든 결과물”이라며 “제가 만든 경로 계획 시스템이 양산화돼 도로를 달리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자동차의 미래는 컴퓨터
“대학에서 4대 역학을 배우면서 시뮬레이션의 중요성과 활용도를 깨달았어요. 적용되는 물리법칙만 다르지, 모든 시스템은 수학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점에서요.”
고등학생 때까지 축구만 좋아하던 그는 대학에 입학한 후 시뮬레이션과 자동차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그는 KAIST 차량 제어 연구실에서 석사 학위를 받으며 본격적인 자동차 연구에 발을 들였다.
그는 자동차 연구원으로서 프로그래밍 언어와 코딩 능력, 수학적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자동차는 하나의 거대한 컴퓨터로 발전하고 있다”며 “소프트웨어, 하드웨어를 막론하고 자동차 연구를 위해서는 프로그래밍 지식을 반드시 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편집자 주. 이번 달로 ‘이공계 잡터뷰’ 연재를 마칩니다.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