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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만지고 타보면서 느끼는 산 체험의 장

소재관과 자동차관

물질문명의 기본이 되는 소재와 인간이 이룩한 발명 중 가장 인류생활에 영향을 많이 준 자동차. 포항제철의 「소재관」과 기아의 「자동차관」은 이들이 인류문명에 미친 영향을 상세히 조명하고 있다.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소재 아닌 것이 없다. 나무 철 플라스틱 등과 기타 금속들로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물건들이 만들어져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인류문명 발달사는 바로 소재의 역사라고 해도 과히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역사를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로 나누는 것만 보아도 소재의 비중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오는 8월7일부터 개최되는 과학기술 전문박람회인 대전엑스포에서도 소재는 중요한 아이템으로 취급된다. 우리나라 철강산업을 대표하는 포항제철에서는 '소재관'을 운영한다. 소재관에서는 소재의 과거 현재 미래를 조망하고 소재와 인간의 바람직한 관계, 소재개발을 통한 인간의 꿈이 실현되는 과정이 자세히 묘사된다.

소재관의 모습은 외형부터 좀 특이하다. 건물 주위를 빙 둘러 철탑(파일론)이 감싸고 있고 철탑에 매어 있는 케이블이 나선형 건물을 지탱해주고 있다. 마치 현수교나 사장교에서 사용되는 다리공법을 연상시킨다. 건물에 이러한 공법을 채택한 것은 소재관이 최초라고 한다.

신공법의 특수건물

포항제철 엑스포 추진반장 민병인 부장은 "장력현수구조로 외벽의 하중을 지탱하는 아이디어가 채택된 이유는, 첫째 철강회사의 이미지를 관람객들에게 전달하기 쉽고, 둘째 건물 내부에 기둥이 들어가서는 안되는 특수 건물의 새로운 공법을 시험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음악당이라든가 영화관 전시관 등에서 건물 내부의 기둥은 거추장스러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기둥을 벽속에 처리해 왔으나 소재관에서와 같은 공법이 일반화되면 외관부터 예술적 감각을 살릴 수 있을 뿐더러 실용성이 배가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소재관에 들어서면 프리쇼 공간이 관람객들을 맞는다. 18면 멀티비전으로 보여주는 프리쇼의 주제는 '소재와 일상생활과의 관계'. 다른 설명없이 영상으로만 전달된다. 철이나 유리, 플라스틱이 과거에는 어떻게 쓰였으며 현재에는 어떤 용도로 활용되는가가 감각적으로 표현된다. 또 미래 소재의 모습과 그 쓰임도 잠깐 모습을 비친다.

플라스틱만 하더라도 과거와 현재의 쓰임이 다르며 미래의 활용도는 더더욱 다를 수밖에 없다. 썩는 플라스틱, 전기를 통하는 플라스틱, 열에 강한 플라스틱 등 그 기능이 하루가 다르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입체영화용 안경을 받고 메인 영상관에 들어서면 가로 22.6m, 세로 16.7m의 거대한 스크린이 나타난다. 13분 모두를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한 메인쇼의 주제는 '환상적인 소재의 세계'. 일반인들에게 소재는 다소 무미건조하며 학술적인 냄새가 나는 재미없는 주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부 전문가들 이외는 전혀 들여다볼 수 없는 소재 내부의 세계가 영상으로 표현돼 나타난다.

해저도시를 여행

관람객들은 우리나라 동물의 상징인 호랑이와 함께 철과 고분자화합물, 실리콘화합물의 분자구조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여행하게 된다. 일렬로 늘어선 철분자 속을 관람객이 직접 들어가 여행하는 기분이 들도록 연출했다. 비정질합금이 급냉각되면서 어떠한 분자구조를 갖는지도 입체영상으로 표현된다. 소재 내부 분자구조를 표현하는 일은 포항공대 백성기 교수가 맡았다.
 

우주황복선을 타고 해저도시를 구경하는 모습이 영상으로 표현한다.


메인쇼의 대체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빅뱅(우주 대폭발)이 일어나면서 우주 공간 속의 물질은 핵을 중심으로 뭉쳐 은하를 탄생시킨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속에서는 태양계가 형성되고 지구가 모습을 나타낸다. 지구는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모든 자원(소재)의 원천. 여기서부터 호랑이가 등장해 소재의 할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철의 세계로 안내한다. 철은 지구가 식으면서 형성된 가장 유용한 최초의 소재라고 할 수 있다.

녹은 쇳물이 식으면서 철 내부의 분자구조는 규칙성을 갖게 된다. 철분자 내부 여행을 마친 관람객은 철이 활용되는 자동차 도시 항구 비행장 등을 둘러보게 된다. 이를 드라마틱하게 꾸미기 위해 첨단 소재로 이루어진 우주왕복선이 등장, 최적의 건축물로 구성된 미래도시에 착륙했다가 다시 물속으로 잠수하는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미래용 운송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우주왕복선은 자연과 인공이 잘 조화된 해저도시를 비행한다. 바다밑은 지상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극한 조건. 여기서 사용되는 구조물의 소재는 거대한 압력에 견뎌야 할 뿐더러 동시에 유연성도 갖추어야 한다. 소재관에서 보여주는 미래가 비록 가공의 세계일지라도 현실감을 더하기 위해 디지털 타입의 서라운드 음향이 덧붙여진다. 음악연출은 가수 이수만씨가 맡았다.

다음 구역에서는 현대문명의 기초소재인 철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연출되며, 생활 속에서 철이 활용되는 모습이 40인치 육면체 멀티비전으로 표현된다.

소재관에서 가장 교육적인 측면을 강조한 곳은 신소재 실험전시실. 관람객들이 직접 두들겨보고 썰어보고 들어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천정 구조물에 탄소섬유를 늘어뜨려 자동차를 매달아 놓았다. 탄소섬유의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관람객들에게 알리기 위한 것.

가벼우면서 고열에 견딜 수 있어 자동차 엔진에까지 사용되는 파인세라믹, 관람객이 직접 줄칼을 사용하여 타금속과의 강도를 비교할 수 있는 초경합금, 액체가 자성에 반응하는 자성유체 등의 모습이 실물로 전시된다.

이밖에도 일정한 온도에서 원모습으로 회귀되는 형상기억합금, 마모성이 좋으면서도 기공성이 우수해 널리 이용되고 있는 엔지니어링플라스틱 제품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방진합금 등 8가지 종류의 신소재를 직접 두들겨봐 음파를 비교할 수 있는 코너도 만들어 놓았다.

마지막으로 제철공정에서 파생되는 부산물 등이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는 모습도 선보인다. 슬래그는 시멘트의 첨가제로 사용돼 콘크리트가 굳을 때 열팽창에 의한 균열방지 역할을 하며, 콜타르는 벤젠화합물의 연료로, 산화철은 립스틱에 첨가돼 빨간 색깔을 내는데 활용된다. 이처럼 부산물의 쓰임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자원의 재활용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인간이 이룩한 발명 중 양과 질 모두를 통틀어 인류생활에 가장 영향을 많이 준 것을 꼽으라면 단연 자동차다. 특히 현재와 같은 내연기관 자동차가 탄생한 이후 1세기 동안 자동차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하면서 인류의 생활공간을 대폭 확대시켰다. 기아가 주관하는 엑스포의 자동차관은 단순한 교통기관으로서만이 아니고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는 새로운 자동차 문화를 제시하는데 역점을 두었다. 주제도 이에 맞춰 '인간, 마음, 그리고 자동차'로 정했다.

자동차관의 외형을 보면 금방 자동차의 이미지를 연상하게 된다. 3차원의 곡면설계로 자동차 스타일이 추구하는, 마치 공기가 흐르는 듯한 '에어로 다이나믹' 디자인을 구현시켰다. 한쪽에 부드럽게 솟은 돔은 지구와 함께 번영해은 인류 전체를 상징.

자동차관에 들어서는 관람객들의 이동로는 콘크리트길로 시작돼 벽돌길, 돌로 만들어진 산책로를 지나 흙길로 연결된다. 현재에서 과거로 그 길을 따라 달린 자동차의 모습을 전시하기 위한 것. 콘크리트길 옆에는 현대의 자동차 생산라인이 전시되며 벽돌길 흙길에는 삼륜차와 경주용 지프, 옛날 세단이 과거의 영화를 재현해 보이고 있다. 1930년대의 차량과 함께 고종황제가 타고 다니던 어차, 목탄차도 실물 전시 될 예정.


거의 완공단계에 이른 건설공사 현장 모습


홍길동의 축지법

흙길이 끝나는 지점에는 동굴이 나타나는데 그 속에는 로봇호랑이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호랑이가 들려주는 '홍길동이야기'를 들으면서 전설실로 들어서면 바위 위에 홍길동이 나타난다. 본격적인 교통수단이 등장하기 전 인간의 이동 욕망을 축지법으로 표현했다. 즉 홍길동은 축지법과 변신술의 상징으로 등장하는 셈이다.

바람부는 소리가 들리고 풀잎이 사그락거리는 숲속에서 홍길동의 축지법을 이용해 관람객들은 순식간에 서울의 기아자동차 디자인 스튜디오 앞에 도달하게 된다. 관람객들이 홍길동이 사용하는 축지법에 어느 정도 동화될지는 미지수. 제작진에게 아직 이 과정은 숙제로 남아 있다.
디자인 스튜디오에는 공기의 저항을 극소화한 첨단 자동차의 클레이모델이 여럿 자리잡고 있고 로봇이 자동차를 디자인하는 모습(로봇 CAD)이 선보인다. 여기서 등장하는 자동차 모델은 다음의 모션베이스 극장에서 탑승할 미래형 자동차로 탑승요령 등을 미리 배우게 된다.

모션베이스는 자동차관의 하일라이트. 16명이 한 차에 타고 시속 2백50~3백㎞의 속도감을 느낄 수 있다. "자동차가 직접 달리는 것이 아니고 전후 좌우 상하운동만을 할뿐이지만 탑승객은 자동차를 타고 달리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고 제작진은 밝혔다.

보조수단으로 등장하는 것이 영화 스크린이다. 영상에는 2050년의 서울 모습이 펼쳐지게 되는데 자동차가 마치 이 화면 속을 달리는 듯한 느낌이 들게 연출할 생각이다. 그러나 과연 얼마만큼 실감이 들지는 아직 미지수.

모션베이스를 경험한 이후에는 2층 전시실에 올라가 미래형 자동차인 컨셉카, 무공해자동차의 대명사인 솔라카와 전기자동차 등을 구경하게 된다. 기아자동차가 자체 제작한 솔라카와 전기자동차는 엑스포 조직위와 협의가 되는 대로 직접 관람객들을 태우고 박람회장을 돌 예정이다.
박람회장을 누빌 기아의 솔라카는 1인승으로 평균시속 60㎞, 최고시속 1백㎞. 배터리 1회 주행시 2백㎞까지 달릴 수 있다. 에너지 변환효율이 17%인 태양전지를 8㎡의 집광판에 배열하고 있으며, 납배터리보다 가볍고 효율이 좋은 니켈-아연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자동차관의 제작을 책임지고 있는 기아측에서는 애초 자동차가 많이 생겼을 때 예상할 수 있는 교통난이라든가 주차난 등의 해결 방법 등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려 했으나, 표현기법 등에 한계를 느껴 포기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자동차관의 주제인 '인간, 마음, 자동차'가 균형있게 표현되지 않고 자동차 중심으로 구성돼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기아자동차에서 자체 개발한 솔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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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김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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