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특집2 기억력 갖거나 수소 먹고 사는 특수기능 지닌 마법의 금속들

20세기 후반 소재분야는 일단의 스타군단이 등장, 한바탕 소동을 빚었다. 한가지씩 주특기를 가진 요술쟁이 재료들이 바로 그들. 기억력을 가진 금속, 수소를 먹고사는 금속, 전기를 통하는 플라스틱, 물먹는 고분자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인류의 역사를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그만큼 소재는 인류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중의 하나다. 도구의 역사가 인류문명발달의 역사며 이 도구의 재료는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단단하면서도 강한 소재, 강하면서 가벼운 소재, 열에 잘 견디면서도 부식되지 않는 소재를 개발하기 위해 신소재 연구자들은 머리를 싸맨채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옛날의 대장장이들이 해머로 치고 두들겨 강한 소재를 만들었다면 요즘의 과학자들은 실험실에서 분자구조를 변화시켜가면서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때로는 '신의 섭리'까지 거역해가면서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신물질을 탄생시키기도 한다.

특히 요즘은 경도 강도 내열성 비중 등 소재의 물리적 성질을 특화시키는 정통적 소재개발 이외에도 특수한 기능을 갖는 소재를 만드는 분야가 대폭 늘어가고 있다. 예를 들면 자신의 형체를 기억, 모양이 변했다가도 변형온도만 되면 다시 제 모습을 되찾는 형상 기억합금, 많은 물을 흡수하고도 쉽게 방출하지 않는 고흡수성고분자, 전기를 통하는 플라스틱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만큼 사회가 발달해 여러군데 만능으로 쓰이는 소재보다는 특수한 기능을 갖는 소재가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편의상 기능소재라 부른다.

기능소재의 대표주자는 형상기억합금이다. '기억력을 가진 금속''살아있는 금속'등으로 불리는 이 합금이 발견된 것은 그리 오랜 일이 아니다. 1963년 미국해군연구소에서 티탄(Ti)과 니켈(Ni)을 적당히 배합한 합금으로 굽힘강도시험을 하던 중 담배불 앞에서 휘어진 금속이 원모습으로 복귀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를 계기로 니켈-티탄 형상기억합금이 개발됐다. 이것이 이른바 지금까지도 가장 '기억력'이 좋은 니켈계 형상기억합금이다(니티놀이라고도 부름).

기억력을 가진 금속

형상기억합금은 일정한 온도(변형온도)에서 자기모습을 기억해놓으면 평상시에 형태가 일그러져도 변형온도만 되면 제모습으로 되돌아가는 금속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차체를 50℃정도에서 원모습을 기억시켜 놓으면 평상시에 접촉사고가 나도 언제든지 이 온도만 만들어주면 원모습을 되찾게 된다.

기억력을 갖춘 금속계열에는 앞에서 예를 든 니켈계와 구리(銅)계, 그리고 요즘 개발되기 시작한 철계가 있다. 성능면에서만 따지면 니켈계가 단연 앞선다. 강도도 스테인리스에 뒤지지 않으며 변형온도의 범위도-50℃에서 1백50℃ 사이로 매우 넓다. 또한 부식에도 강한 금속이다. 다만 가격이 너무 비싸 실용화가 더딜뿐이다. 금값에는 미치지 못하나 은값의 3배정도 가격이니 아직 자동차 차체를 이 금속으로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다.

구리계는 모든 성능면에서 니켈계에 뒤지지만 값이 싸다는 장점 때문에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 등장한 철도 기억력은 니켈계나 구리계에 떨어지지만 강도가 세고 값이 구리보다 싸기 때문에 응용분야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형상기억합금은 어디에 응용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무한정'이다. 이 분야의 연구자들은 "지금도 아이디어를 구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한다. 현재 특허만도 수천건 출원되고 있으나 상품화는 더딘 셈. 그만큼 재료가 비싸기 때문이다.

기업화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 영국 일본 벨기에 정도. 주로 파이프의 이음쇄에 응용된다. 신뢰성이 높아야 하는 항공기나 잠수함의 급유관(알루미늄)은 이음부분을 아예 용접해 사용한다. 그러나 용접부분은 알루미늄의 특성상 취약해 관 전체를 교체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이 고민은 형상기억합금이 해결해줬다. 연결관의 지름을 조금 작게 해 연결했다가 변형온도까지 높여주면 관의 지름이 커져 완벽하게 접합된다. 요즘은 원자력발전소의 냉각관 이음쇄도 형상기억합금으로 대체되고 있다.

가전제품 중 전자레인지의 바람문(damper) 냉장고의 냉매조절기, 에어콘의 풍향조절기, 화재경보기 등에도 사용이 검토되고 있으며, 자동차의 엔진냉각계에 응용돼 에너지절약 효과도 이룩하고 있다.

의사들도 형상기억합금을 매우 환영한다. 교통사고 등으로 뼈가 부러졌을 경우 부러진 뼈가 붙을 동안(약1년) 금속판으로 부목해야 하는데 형상기억합금을 사용하면 매우 편리해진다. 수술후 온도를 약간 높여주면(변형온도까지) 자연스럽게 골절부가 견고하게 고정된다.

형상기억합금은 기억력이 좋을뿐아니라 탄성효과가 뛰어나다. 기존 금속의 탄성률이 0.02~0.03%에 불과한데 비해 이 합금은 7~8%에 이른다. 이 성질을 이용해 치열교정용선에 형상기억합금을 사용한다. 보통은 스테인리스 선재를 구부려 넣으면 활이 펴지는 힘으로 치아가 교정되는데, 시간이 지나면 탄성을 잃기 마련. 형상기억합금은 오랜기간 탄성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때문에 효과적이다.

이를 응용한 것이 여성용 브래지어와 안경테. 유방의 처짐을 방지하기 위해 브래지어 밑선에 형상기억합금 선을 넣어준다. 안경테도 탄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므로 이 합금이 환영받는다.

우리나라에서는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신명철 박사팀이 주축이 돼 활발히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기업에서는 금성전선이 니켈계 형상기억합금을 개발해 수요가 증가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금성전선에서는 브래지어 와이어도 상품화한 바 있으며 치열교정용합금도 개발해 임상실험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형상기억합금이 원모습으로 되돌아가는 과정


신의 섭리를 거역한 돌연변이

금속계열 기능소재에서 형상기억합금과 쌍벽을 이루고 있는 것은 아모르퍼스(amorphous)합금. 종이보다 얇지만 피아노선 보다 강한 강도를 갖고있고 녹을 아주 싫어하는 (부식되지 않는) 특이한 금속이다. 종전의 금속에서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돌연변이다.

아모르퍼스란 말은 분자결정이 규칙적이지 않고 무질서하다는 것이다. 금속은 상식적으로 상온에서 분자배열이 규칙적(결정성)이기 때문에 강도가 세고 단단하다. 그러나 아모르퍼스는 유리와 마찬가지로 결정을 갖지 않는 비결정질이다. 그러면서도 강도가 세고 염산이나 황산에 부식되지 않는다. 때문에 '신의 섭리'를 거역한 금속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아모르퍼스의 아킬레스건은 '불'이다. 불길에 약간만 가까이가면 검게 변하면서 부스러진다. 아마 '신의 섭리'를 거역했기 때문이리라.

아모르퍼스합금은 초고온 상태의 합금을 급속도(1초간에 1백만도 이상)로 냉각시켜 만든다. 금속으로 결정화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않고 용액상태로 동결시키는 것이다. 단일 금속보다는 합금이 아모르퍼스가 되기 쉽다. 이론적으로는 모든 재료를 고온으로 녹이거나 기체화한 후 급속냉각해 고체로 만들면 모두 아모르퍼스상태를 얻을 수 있지만, 냉각속도를 빨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느린 냉각 속도에서 아모르퍼스상태를 얻을 수 있는 재료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현재 아모르퍼스 관련 논문은 수천건에 달하며 수만가지의 아모르퍼스 금속들이 개발되고 있다.

강하면서 부식되지 않고 자기적 성질이 뛰어난 이 금속은 어디에 쓰일까. 강하다는 것은 금속의 첫째가는 조건이다. 철에 크롬과 탄소를 섞어 아모르퍼스합금을 만들면 그 강도는 고층빌딩에 쓰이는 철골의 5배정도(인장강도가 1㎟에 3백kg 이상). 흔히들 지름 1cm의 아모르퍼스 줄로 탱크도 거뜬히 들어올릴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성질을 이용해 낚싯대 골프채 등을 만들고 있으며 칼이나 스프링으로 활용할 목적으로 연구중에 있다.

부식되지 않는 성질을 이용해서는 각종 화학물질을 보관하는 화학연료탱크, 염료저장탱크 등에 쓰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가공성이 나쁘고 열에 매우 취약해 용접을 할 수 없다는 단점을 극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아모르퍼스의 특수한 성질을 가장 먼저 알아채고 이용한 분야는 자기적 성질이 뛰어나야 하는 오디오 비디오의 헤드(head). 아모르퍼스금속을 써서 헤드를 만들면 잡음없이 매우 민감한 소리도 감지할 수 있으며 아주 선명한 화면을 볼 수 있다. 콤팩트디스크이 대체품인 광자기디스크(지울 수도 있음)도 아모르퍼스가 아니면 불가능했다고 한다. 여기에 쓰이는 아모르퍼스는 터비움(Tb)과 철(Fe) 그리고 코발트(Co)를 혼합한 매우 얇은 박막. 레이저광선을 쬐 물리적인 접촉없이도 음과 화면을 재생시키는 광자기 디스크는 아직 가격이 비싸 대중화되지는 못했지만, 기억용량이 크고 매우 선명한 화면과 소리를 재생할 수 있어 미래의 VTR이나 컴퓨터에는 필수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아모르퍼스합금의 기업화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과 일본이다. 이 두나라는 아모르퍼스와 관련된 특허분쟁을 벌일만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얼라이드 케미컬(Allied Chemical)사와 제너럴일렉트릭(GE)사, 벨연구소 등이 강력한 삼각파워를 형성하고 있는 미국이 압도적으로 리드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소니사 도쿄전기화학공업 신일본제철도 만만치않은 추격전을 전개하고 있다.

변압기의 규소강판을 대체할 수 있고 각종 센서로도 활용되며, 태양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어주는 태양전지재료로 활용이 검토되고 있는 아모르퍼스합금의 세계 시장규모는 95년에 7억달러, 2천년에는 16억달러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도 2천년에는 5백억원 규모의 시장을 가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70년대 학계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되다 80년대 중반 이후, 정부출연연구소와 업계가 참여해 활기를 띠고 있다. 전기연구소의 홍진완박사팀은 85년부터 6년동안 6억원의 연구개발비를 들여 실험단계기술을 확보했으며 93년까지 실용화를 위한 연구를 계속해 양산기술을 개발할 예정. 이밖에 KIST 금속연구부의 김희중박사팀도 자성재료로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아모르퍼스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또한 포항제철 산하 산업과학기술연구소에서 아모르퍼스제조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기업측에서는 효성중공업이 변압기 규소강판을 아모르퍼스합금으로 대체하는데 성공한 바 있다.

수소 먹고 사는 금속

수소는 태양열과 함께 미래의 무공해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다. 물을 분해하면 쉽게 얻을 수 있고 타고나면 물이 되기 때문에 공해가 없다. 전기자동차 태양열자동차 수소자동차를 차세대 자동차 3총사로 부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처럼 수소가 무한한 클린(clean)에너지원으로 각광을 받으면서도 아직까지 실용화가 더뎌진 것은 수소를 저장하는 방법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수소는 기체나 액체로 저장해 사용했다. 그러나 기체수소는 가벼워 날아가버리고 이를 용기에 넣자면 너무 부피가 커져 효율성이 전혀없다. 액체저장은 고압하에서 영하2백53℃로 액화시켜야 하는데 이런 조건을 만드는 비용이 워낙 비싸고 또한 폭발할 위험이 크기 때문에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넘쳐도 컵이 없어서 못먹는…' 형편과 다름없는 셈.

그런데 엉뚱하게도 무한정(?) 수소를 빨아들이는 금속이 발견된 것이다. 빨아들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방출할 수 있다. 무한한 사이다(수소)를 퍼마실 컵이 생긴 것이다. 이름하여 수소저장합금. 이 합금은 경제성을 갖추게 되면 에너지계에 대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무한정은 조금 과장이지만 1백기압의 기체수소보다 15배, 액체수소보다 2배 가까이 저장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수소저장합금은 안정돼 있어 폭발 위험은 아예 없다.

수소저장합금이 처음 발견된 것은 20세기 초반이지만 이때의 합금은 먹을 줄만 알았지 내놓을줄 몰라 주목을 끌지 못했다. 1960년대 후반 미국 부룩해븐국립연구소에서 내놓을 줄도 아는 최초의 수소저장합금(FeTi합금)이 개발됐다. 곧이어 네덜란드의 필립스사에서는 란탄-니켈(LaNi5) 합금이 발견됐다. 특히 1973년 석유파동을 거치면서 수소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고조돼 오늘날에는 수백가지의 수소저장합금이 개발되고 있다.

이들 금속원자들 사이의 작은 공간에 수소원자들이 스며들어가게 되는데, 금속 중에는 수소를 잘 흡수해 강하게 결합하는 (수소 친화력이 큰) 희토류금속(란탄 티탄 마그네슘 등)과 수소를 잘 흡수하지 않는 천이금속(니켈 철 등)이 있다. 이들 서로 상반되는 금속을 적절히 조합해야만 수소를 흡수하기도 하고 또 방출하기도 한다.

수소저장합금의 쓰임은 쉽게 짐작이 간다.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곳이라면 어디에도 사용된다. 대표적인 예가 수소자동차. 수소는 현재의 휘발유엔진을 조금만 보완해주면 단독 또는 휘발유와 혼합상태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아직까지 수소는 제조효율이 낮아 석유보다 비싼 에너지원이다. 앞으로 제조효율을 높여 경제성을 확보해야만 그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수소저장합금을 이용한 독특한 수소에너지 활용법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이는 수소저장합금이 수소를 흡수하거나 방출할 때 일정한 열량(수소 1mol당35kJ)을 방출 또는 흡수하는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수소저장합금을 태양열로 가열하면 금속속의 수소가 방출된다. 이때 흡열반응이 일어나 냉방에 활용할 수 있다. 반대로 태양열을 차단해 수소저장합금 용기를 냉각시키면 방출된 수소가 다시 금속속으로 흡수된다. 이때는 발열반응으로 난방에 활용할 수 있다. 태양열 대신에 원자력발전소나 공장의 폐열을 이용할 수도 있다.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가 개발하기 시작한 이 수소히트펌프는 국내에서도 연구가 활발한 편.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4계절이 뚜렷한 상황에서 냉난방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매력이 아닐 수 없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의 재료공학과 이재영교수팀에서는 효율성 있는 수소히트펌프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이교수팀은 수소저장효율이 높으나 가격이 비싼 란탄-니켈계(LaNi5)와 성능이 비슷하고 값은 저렴한 새로운 성분의 수소저장합금(Zr Ti Cr Fe 등을 포함한 다성분계)을 개발해 실용화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금속의 특징은 강하고 단단한 것. 그러나 플라스틱이나 유리처럼 온도를 높여주면 원래의 길이보다 수배 혹은 수십배까지 늘어나는 금속이 있다. 최고기록은 48배로 기네스북에 기록돼 있다.

껌처럼 늘어나는 금속

플라스틱처럼 늘어난다해서 '슈퍼플라스틱'이라 이름붙여진 이 금속은 힘들이지 않고 복잡한 형상을 만들 수 있고, 일단 모양이 굳어진 후에는 간단한 처리과정만 거치면 보통 금속보다 강하고 단단해지기 때문에 요술쟁이 재료로 각광받고 있다. 또한 유사한 합금끼리는 잘붙어 접착제 역할도 가능하기 때문에 다목적으로 사용된다.

처음 슈퍼플라스틱이 발견된 것은 20세기초 영국에서지만 본격적인 연구는 2차대전을 전후로 해 소련의 야금학자들이 해냈다. 60년대 미국의 언더우드 교수가 소련의 연구성과를 서방세계에 소개하면서 연구는 더욱 활기를 띠었고, 80년대부터는 미국과 영국을 주축으로 1백여종의 슈퍼플라스틱 군단이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알루미늄계와 티탄계 슈퍼플라스틱은 최신 항공기와 우주왕복선의 구조용 재료로 적당해, 경제성 있는 첨단신소재로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고 있다. 다른 어떤 신소재보다도 응용이 앞선셈.

보통 금속합금의 결정입자는 수백μ(1${0}^{-6}$m)이상인데 슈퍼플라스틱금속의 결정입자는 수μ이하다. 따라서 외부에서 힘을 받았을 때 원자들이 밀려가기가 쉽고 옆의 입자들도 결정입계를 따라 다른 곳으로 쉽게 옮겨간다. 따라서 슈퍼플라스틱은 적은 힘으로 복잡한 형상을 쉽게 만들어낼 수 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두께 8mm정도의 알루미늄합금을 약2백50℃로 가열한 아르곤가스로 불면 금속공이 만들어진다. 이때 공을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압력은 7kg/㎠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두개의 슈퍼플라스틱 판재를 밀착시키고 가운데에 공기를 불어넣으면 내부가 벌집모양으로 연결돼 강인한 구조를 갖는다(SPF/DB법). 이 방법은 최신 항공기를 제작하는데 응용되는데, B1-B 스텔스(보이지 않는 비행기) X-30(차세대 우주왕복선) 등에 이 방법이 사용됐거나 사용될 예정이다.

슈퍼플라스틱으로 항공기를 제작하면 어느 정도 경제적일까. 최신예 폭격기인 B1-B의 알루미늄과 티타늄합금 사용량이 35kg 정도인데 이중에서 15%만 슈퍼플라스틱 합금으로 대체한다면 무게감소가 15%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앞서 얘기한 SPF/DB법을 사용한다면 제조비용을 30% 줄일 수 있다는 것. 이외에도 가벼워진 무게만큼의 원료절약효과를 따진다면 상당한 경비가 절약된다고 봐야 한다.

상식을 벗어난 플라스틱들

금속분야에서 우수한 신소재를 많이 배출했지만, 이에 못지않은 '명문가'가 고분자분야(플라스틱 합성섬유 합성고무 등)다. 우리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전화 텔레비전 냉장고를 비롯한 모든 케이스가 고분자의 일종. 요즘은 고분자의 성능이 워낙 우수해 각종 산업용제품은 물론 자동차 항공기의 영역에까지 널리 응용되고 있어 현대를 고분자 시대라 부르기도 한다.

고분자는 분자량이 5만 이상인 것을 말한다. 분자량이 적은 기체나 액체상태의 단량체를 화학적 방법으로 새끼꼬듯이 엮어서 거대한 고분자를 만든다.

고분자중에서도 플라스틱계열은 신소재탄생의 보고다. 플라스틱은 전기를 통하지 않고 썩지 않으며 열에 약한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현대의 대장장이'들은 이 상식의 벽을 여지없이 허물어버렸다. 전기를 통하는 플라스틱, 썩는 플라스틱, 열에 강한 플라스틱이 속속 모습을 들어낸 것이다. 예를들어 전기를 통하는 플라스틱도 분명 고분자이므로 고분자의 원래 특성인 가볍고 가공하기 쉬운 장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쓰임이 일반 금속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을 것이다.

전기전도성이 높은 최초의 고분자는 폴리아세틸렌. 완전 도체가 아니라 반도체에 불과하지만, 이를 요드로 처리하면 금속에 버금가는 전기전도성을 갖는다. 이 제품이 발견된 것은 지금부터 불과 15년전에 불과하지만, 최근 용도가 크게 늘고 있다. 플라스틱 배터리 태양전지 센서 등에 이미 활용되고 있으며 트랜지스터 등 전자산업 소재로 크게 각광받고 있다.

플라스틱 배터리는 이미 독일 일본 등에서 상품화됐고, 태양전지 또한 아직 에너지전환 효율이 낮으나 실리콘보다는 경제적이라는 점 때문에 효율을 높이기 위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전기전도성 플라스틱은 환원성이 높은 기체와 접촉하면 착색이 되기 때문에 연탄가스(일산화탄소) 센서로 쓰일 수 있다. 또한 방사선을 쬐도 전기전도도가 변하거나 색깔이 바뀌므로 방사선센서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이밖에도 고집적반도체의 재료로, 전자파를 차폐할 수 있는 전자제품의 겉껍데기로도 널리 쓰일 예정이다.

국내 KIST에서는 공기중에서 금방 산화되는 단점을 갖고 있는 폴리아세틸렌을 대체할 수 있는 폴리피롤 등을 개발, 연구를 진척시키고 있으며, 서울대에서는 전기정도성 고분자의 메커니즘을 밝히는데 주력하고 있다.

얼마전 국내의 어느 백화점에서는 썩는 비닐로 만든 포장지를 고객들에게 나누어준 적이 있다. 비닐이나 플라스틱은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환경오염의 주범으로서 따가운 눈총을 받아왔던 것이 사실. 얼마전 영국 일본 미국 등에서는 미생물에 분해되는 플라스틱의 가능성을 확인했으며 공업적 생산이 진행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삼양그룹계열의 선일포도당과 중소기업인 조양흥산에서 자연환경아래서 분해되는 '클린+'를 개발해 국내에 특허출원했으며, 조만간 미국 유럽에도 특허출원할 예정이다. 선일포도당측에 따르면 이 제품은 광분해성 플라스틱의 특성을 활용했기 때문에 어디에서나 분해가 가능하며 선진국 제품보다 단가가 조금 싼 것이 장점이라고 밝혔다. 올해말부터 소규모 생산도 (하루 1.5t) 시작할 예정.

분해되는 플라스틱은 아직까지 기존 플라스틱에 비해 가격이 비싼 것이(50%정도)이 흠이지만 개발이 진행됨에 따라 가격문제는 곧 해결될 전망이다. 이제 영원한 골칫거리 '사라지지 않는 플라스틱' 시대는 가고 '바이오 플라스틱'시대가 다가올 전망이다.

물먹는 하마

얼마전까지만 해도 금속을 대체할 수 있는 고분자개발이 주였지만, 이제는 특수한 용도에 쓰이는 특수 고기능성 고분자의 개발도 활발하다. 그중에 독특한 것이 고흡수성 고분자다. 많은 양의 물을 흡수하고 한번 '먹은'물은 결코 쉽게 방출하지 않는 재료다. 미국에서 남아도는 옥수수의 활용법을 연구하다 발견된 '물먹는 재료'는 처음에는 전분계였지만 요즘은 합성고분자가 주종이다.

고흡수성 고분자는 물을 흡수해 팽윤된 후 두부와 같은 겔상태로 전환되기 때문에 단순히 물리적으로 물을 흡수하고 외부에서 힘을 가하면 금방 물을 방출하는 스폰지와는 성격이 확연히 구분된다.

고흡수성 신소재는 이미 위생재료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아기기저귀, 여성용 생리용품, 수술용 매트 및 붕대 등이 그것이다.

최근 주목되는 이용법은 농업 및 원예분야에서다. 물이 귀한 야산이나 사막에서 토양에 고흡수성고분자를 조금 첨가해 놓으면 높은 보수력(保水力)을 발휘해 물의 증발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중동국가에서는 이 분야 연구에 투자를 많이해 '사막의 녹지화'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고흡수성고분자가격이 너무 비싸고 토양의 종류와 기후에 따라 흡수효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실험실 규모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

최근에는 '물먹는 신소재'가 물을 흡수하고 방출하는 과정에서 변화되는 내외조건을 활용, 이를 인공근육 인공손 등에 활용하는 방안이 제기되기도 했다. 전압이 걸리거나 수용액의 산도(pH)가 변하면 물을 방출하는데 이렇게 되면 팽윤된 겔은 원래의 고분자로 되돌아온다. 즉 형상기억기능이 있는데 이를 적절히 활용하면 인간의 수족을 대신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엿보인다.
 

고흡수성 고분자의 변신^자그마한 가재모형의 고흡수성고분자를 물에 하루쯤 담가놓으면 윤택흐르는 먹음직한(?) 가재로 변한다. 현재 아기기저귀 등에 사용되며 앞으로는 사막을 녹지화하는데 응용될 예정


20세기 부싯돌

녹슬지 않으며 타지않고 단단하며 성형이 쉬운 것은 무엇일까. 물론 답은 무기질의 세라믹스다. 도자기 벽돌 시멘트 유리 등이 이른바 고전세라믹스이며 최근 신소재로 각광받는, 금속 플라스틱(고분자)에 이은 '제3의 산업소재'가 파인세라믹스다.

파인세라믹스 중 독특한 특성을 갖는 마법의 돌을 18세기 초 독일 상인들이 사이런 섬에서 발견했다. 이 돌을 뜨거운 불속에 넣으면 자석처럼 서로 밀치거나 당기는 것이었다. 이 마법의 돌을 '오늘에 되살린' 것이 바로 압전세라믹스다. 압전 세라믹스는 불(열)대신 압력을 가하면 전기가 흐른다.

가스레인지를 켤 때 힘을 주어 스위치를 돌리면 '딱'하고 소리가 나면서 불이 켜진다. 스위치를 돌리는 힘이 압전 세라믹스에 가해지면 전류가 흐르게 되고 이 전기가 방전돼 불이 켜지는 것이다. 이처럼 기계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주는(거꾸로도 됨) 재료가 바로 압전세라믹스다.

이 재료는 측정기에도 활용된다. 힘을 바로 전류로 바꿔 측정하면 손쉽게 힘의 크기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잠수함을 탐지하는데도 압전세라믹스가 활용된다. 전류를 흘려주면 이 전류가 압전체를 통과하면서 진동을 주어 초음파를 발생한다. 초음파는 물속을 유유히 헤집고 다니면서 잠수함을 수색한다.

가습기도 압전체를 이용한 초음파발생으로 작동한다. 초음파는 주파수가 2MHz일때 물을 안개처럼 만들어서 내뿜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초음파를 발생시켜 이를 이용하는 장치, 즉 의학진단용 영상진단기나 진동자 등에도 압전세라믹스가 널리 사용된다.

우리나라의 압전세라믹스 시장규모는 매년 30% 가량 급신장하고 있다 90년 1억7천만달러에서 오는 95년에는 6억2천만달러에 이를 전망. 하지만 본격적인 제품연구는 아직 부진하다. 서울대 성굉모 교수팀이 지난 2년동안 초음파 진단용 탐촉자를 개발해 일부 중소기업에서 생산해내고 있으며, KAIST의 김호기교수팀이 차세대 전화기용 압전세라믹스를 개발한 정도.

기능성 신소재는 아직 무궁무진한 미개척 분야다. 필요에 따라 어떠한 기능을 갖는 소재라도 개발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대장장이들'은 물을 불로 바꾸는 요구라도 수용하기 위해서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압적세라믹스의 마법^가스레인지의 스위치를 돌리면 압적세라믹스는 이 힘을 전기로 바꿔 방전시켜 가스불을 켠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91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김두희 기자

🎓️ 진로 추천

  • 신소재·재료공학
  • 화학·화학공학
  • 기계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