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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마다 별의 위치가 다른 이유

지구의 공전을 증명하라

아주 오래전 사람들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다. 땅이 있고 그 위로 하늘이 덮고 있으며 태양이나 다른 별들이 하루에 한번씩 지구 둘레를 돌고 있다고 믿었다. 이것을 ‘천동설’이라 한다.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천동설은 그리스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에 이르러 그 체계가 완성됐다. 이 이론은 중세시대에 그리스도교 교리로 인정받아 절대적인 진리가 됐다.

이 생각은 16세기에 접어들면서 폴란드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에 의해 바뀌었다. 코페르니쿠스는 지구가 아니라 태양이 우주의 중심이 되면 복잡한 행성 운동이 좀더 쉽게 설명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문제는 과학이 아니라 종교였다. 천동설을 부정하면 종교적으로 이단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코페르니쿠스는 지구가 태양 둘레를 돌고 있다는 지동설을 주장했으며 이 생각은 독일 천문학자 케플러를 거치면서 자연과학사상의 토대로 발전했다.
 

용자리 감마별. 초기의 천문학자들이 연주시차를 발견하기 위해 가장 즐겨 사용했던 별이다. 이 별이 선택된 이유는 유럽에서 봤을 때 천정 부근에 위치해 있어서 대기차 등 다른 오차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2등성인 이 별은 여름철 하늘 높이 볼 수 있다.


공전 증명과 거리 측정, 일석이조

그러나 지동설은 일반 사람들의 생각과 달라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사실 지구에 발을 딛고 있는 우리로서는 태양이 돌고 있다는 생각이 훨씬 더 자연스럽다. 근대 천문학자들은 지구의 공전 증거를 찾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별의 연주시차다. 봄에 보이는 별의 위치와 가을에 보이는 별의 위치 사이에 미묘한 차이가 발생하는데, 이를 연주시차라고 한다. 비교적 가까이 있는 별은 멀리 있는 별에 대해 6개월의 기간을 두고 본다면 그 위치가 바뀔 거라는 생각이다. 우주공간이 광범위하고 보이는 별들 또한 거리가 다양하다고 생각하면 지구가 공전함에 따라 별의 연주시차가 발생한다. 지구 공전궤도의 지름이 길수록, 별이 가까울수록 연주시차는 커진다.

연주시차에 의미가 부여됐던 이유는 지구 공전을 증명할 뿐만 아니라 별까지의 거리를 알아낼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당시 지구와 태양까지의 거리가 대략 알려져 있던 상황이었으므로 연주시차만 알면 손쉽게 별까지의 거리를 구할 수 있었다. 근대에 들어와 천문학자들이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분야가 바로 연주시차의 증명이었다. 논리적으로 대단히 단순하고 간단했음에도 연주시차의 증명은 의외로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였다. 이상하게도 실제로 연주시차를 보이는 별들이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연주시차를 검출하려는 많은 시도가 있었으나, 망원경을 사용한 체계적인 시도는 17세기 말 영국의 천문학자였던 훅에 의해 시작됐다. 그는 용자리 감마성을 관측해 그 시차가 27~30초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것은 수많은 관측오차가 개입된 것으로 당시 사람들도 대부분 믿지 않았다. 그 무렵 플람스티드도 사분의를 이용해 시차를 측정하고 40초라고 발표했다. 곧이어 빛의 속도를 처음으로 측정했던 덴마크 천문학자 뢰메르도 시차를 측정했다. 하지만 이들이 발견한 것은 연주시차가 아니었다.

18세기 전반 영국 천문학자 브래들리는 구경 15cm의 소형 아마추어 망원경으로 과거 훅이 했던 관측을 반복했다. 그는 비슷한 결과를 얻었지만 그 값이 연주시차로 예측되는 결과와 방향이 다르고 단기간에 관측한 것에 비해 너무 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템즈강가에서 범선의 깃발 방향에 주목했다. 깃발의 방향이 바람뿐만 아니라 배의 속도와 방향에도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곧이어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면 끊임없이 그 방향을 바꾸게 되므로 이에 따라 별빛의 방향 또한 달라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것이 바로 광행차를 발견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리고 브래들리는 뢰메르가 주목했던 현상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장동의 발견으로 이어졌다. 장동이란 지구가 자전을 하면서 지축이 흔들리는 현상으로 세차운동보다 더욱 짧은 주기의 흔들림이다. 이처럼 광행차와 장동이라는 중요 현상들은 연주시차를 연구하다가 우연히 발견된 것들이다. 브래들리의 관측 정밀도는 각거리로 1초였다. 하지만 연주시차는 1초보다 더 작았으므로 그가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천왕성 발견으로 유명한 윌리엄 허셀 또한 연주시차를 측정하려고 했다. 그는 이중성의 상대위치로 시차를 측정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결국 실패로 끝났지만 그는 이 과정에서 ‘이중성 목록’ 작성이라는 새로운 업적을 이룩하게 된다.
 

백조자리 61번 별. 독일 천문학자 베셀이 최초로 연주시차를 확인한 이 별은 5등성의 두 별이 서로 돌고 있는 이중성이다. 이 별은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 중에선 4번째로 가까운 별로 지구에서 불과 11광년 떨어진 곳에 있다.


연주시차 측정, 시행착오의 연속

이외에도 이탈리아의 팔레르모 초대 천문대장이었던 핑즈, 영국의 브링클리와 그리니치 천문대장이었던 폰드 또한 연주시차를 측정해 발표했으나 부정확했다. 기계의 불완전성과 대기굴절 등으로 별의 위치에 오차가 많았기 때문이다. 또 유명한 천문학자인 핸더슨이나 에어리가 연주시차를 측정하기 위해 도전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이런 도전이 19세기 초까지 계속됐으며 거듭된 실패는 별의 연주시차 측정이 불가능하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유명한 스트루베와 베셀이다. 독일 천문학자인 스트루베는 이중성에 대단한 관심을 가져 이중성 관측에 평생을 바친 사람이다. 스트루베는 이중성의 상대적 운동을 연구하면 연주시차를 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중성의 주기운동 시차가 큰 별이 고유운동도 크다는 관계를 밝혔다. 고유운동이 크다는 사실은 그 별이 지구에 가깝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 사실은 그동안 모두가 간과하고 있던 중요한 열쇠였다.

스트루베는 1837년 베가의 시차가 0.125초라고 발표했다. 이것은 참값인 0.12초와 비교할 때 거의 정확한 값이었다. 그러나 2년간의 또다른 관측 후에 그는 0.2613초라고 수정을 한다. 이것이 최초의 연주시차 측정이라는 영광을 애매하게 만들어버렸다.

독일의 유명한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베셀은 라틴어 학습에 실패해 14세에 학교를 중퇴했다. 그러나 무역회사에서 일하면서 좋아하는 수학과 천문학에 전념해 독학으로 학자 수준에 이른 천재였다. 그 또한 연주시차 측정에 손을 댔다. 그는 브래들리가 행했던 측정 데이터를 이용해 면밀한 조사를 했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베셀은 여기서 포기하지 않았다. 큰 고유운동을 가진 이중성이 시차 연구에 중요하다는 스트루베의 생각을 접하자 그는 백조자리 61번 별을 선택해 18개월 동안 연주시차를 측정했다. 1838년 마침내 이 별의 시차를 0.3136초라고 발표했다. 참값과 0.02초 가량의 오차를 가진 대단히 정확한 값이었다.

이 무렵 독자적으로 시차 관측을 했던 사람이 또 있었다. 바로 영국 천문학자인 핸더슨으로 남반구인 희망봉에서 관측했다. 1833년 그는 켄타우르스자리 알파별(운 좋게도 이 별은 매우 가까운 별이었다!)을 관측했으며, 이를 5년간 정리해 마침내 1839년 시차를 발표했다. 그러나 관측기기가 매우 열악해 인정받지 못했다. 실제 그가 발표한 이 별의 시차는 1.1초로 참값인 0.76초에 비하면 다소 차이가 있다. 그의 발표는 1842년 재관측 후에야 인정받았다.

연주시차의 발견을 정리해보면, 처음 시차를 관측한 사람은 1833년 핸더슨이었다. 그러나 그가 발표한 것은 1839년이었으며 그나마 1842년에야 인정됐다. 스트루베는 1836년 관측해 1837년에 발표했으나 1839년 오차가 큰 값을 다시 발표하는 실수를 범했다. 베셀은 1838년 가을에 시차를 발표했다. 그래서 연주시차 발견은 약 300년만에 베셀에 이르러 막을 내렸다.

연주시차 발견을 통해 지구 공전의 증명뿐만 아니라 마침내 별까지의 거리가 밝혀지기 시작하면서 천문학은 또다른 막을 열게 됐다. 이 한편의 드라마를 통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에 의해 과학이 발전해가는지를 깨달을 수 있다.
 

연주시차^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면 지구의 위치에 따라 가까이 있는 별이 관측되는 위치가 달라진다. 이를 연주시차라고 한다. 지구 공전의 증거, 별까지의 거리를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해 많은 천문학자들이 연주시차 관측에 도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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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조상호 천체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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