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2일 드디어 대한민국 창공 아래 포뮬러 원(Fomula 1) 머신들의 거친 엔진 파열음이 울려 퍼졌다. 관중들은 눈앞에서 펼쳐지는 지상에서 가장 빠른 스포츠에 열광했다. 국내 처음으로 전남 영암군에서 열린 2010 F1 코리아 그랑프리는 3일간 총 17만 명의 관람객을 모으며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페라리, 레드불, 멕라랜 등 세계적으로 이름 높은 F1 팀과 루이스 해밀턴, 페르난도 알론소 미하엘 슈마허 등 인기 높은 F1 드라이버들이 대거 참가해 대회의 수준을 한껏 높였다. 결승전 당일 비가 내려 드라이버와 머신 모두 최고의 기량을 펼칠 순 없었다. 하지만 여타 대회에서 볼 수 없는 진기한 장면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오히려 볼거리가 많았다는 평가다. 예상치 못한 반전과 기술로 F1 경기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던 2010 코리아 그랑프리(이하 영암 대회)의 이모저모를 알아보자.
비 맞은 새 서킷이 최대 변수
영암 대회만큼 외부 요인이 경기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경기도 없을 것 같다. 영암 대회의 최대 변수는 궂은 날씨와 익숙하지 않은 서킷(F1용 경기 도로)이었다. 대부분의 서킷이 시계방향으로 주행하도록 설계돼 있는데 반해 영암의 서킷은 반시계 방향이었다. 드라이버들은 코스 적응을 위해 시뮬레이션 하거나 직접 걸어보는 등 좀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했다.
비가 내려 미끄러워진 서킷 표면도 변수로 작용했다. 코너를 돌다가 코스를 이탈하는 머신이 속출했고 잘 달리던 머신에서 불이 나기도 했다. 결국 24개 머신 중 9개 머신이 경기를 포기했다. 비가 오는 날 경기를 진행하는 것이 무리였을까. 하지만 F1에서는 영암처럼 수중 경기를 치르는 일이 드물지 않다. 다른 나라 서킷에서도 큰 폭우가 아니면 보편적으로 경기를 진행시킨다. 하지만 영암에서는 비가 그친 뒤에도 한동안 경기를 진행시키지 못했다. 머신 24대가 동시에 스타트하지 못하고 세이프티 카(safety car)를 앞세워 차례대로 출발했다. 세이프티 카는 스타트 후에도 한동안 맨 앞에서 머신을 이끌었다. 세이프티 카가 있을 때는 앞차를 추월할 수 없다. 따라서 속도로 경쟁하는 다른 대회에 비해 재미가 반감됐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Contents/201011/그랑프리2(1).jpg)
이유는 서킷에 있었다. 영암 서킷은 대회가 열리기 1주일 전까지도 완공되지 못한 상태였다. 지난 여름 폭우로 공사를 제때에 진행하지 못한 탓이었다. 국제자동차연맹(FIA)의 최종 검수를 받지 못하면 F1 서킷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다행히 경기 직전에 최고 수준인 ‘1급 서킷’으로 인정받아 대회를 개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비가 내리면서 상황이 좋지 않게 됐다. 문제는 갓 포장한 서킷의 아스팔트에서 나온 기름막이 빠지지 않고 표면에 남아 도로를 미끄럽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경기를 마친 한 드라이버는 “마치 얼음판 위에서 달리는 것 같았다”고 표현했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Contents/201011/그랑프리1(2).jpg)
이 드라이버의 말처럼 세이프티 카가 빠져나가고 경기가 경쟁 모드로 바뀌자 미끄러지고 코스를 이탈해 방호벽을 들이박는 머신들이 속출했다. 보통 F1 머신은 접지력을 높인, 홈이 없는 민 타이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영암 대회만큼은 대부분의 머신들이 빗물용 타이어인 ‘웨트(wet) 타이어’를 장착했다. 이 타이어는 초당 약 12리터의 물이 타이어의 홈을 통해 빠져나간다. 결국 이번 영암 대회는 이 웨트 타이어를 얼마나 제대로 통제하는가가 승부의 관건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속도와 엔진의 힘, 드라이버의 테크닉, 타이어 접지면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한 드라이버가 영암 대회에서 최고의 영예를 안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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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도 안심할 수 없었다
코리아 그랑프리의 원년 우승컵은 페라리팀의 페르난도 알론소에게 돌아갔다. 레드불팀의 세바스티앙 베텔이 47번째 바퀴까지 줄곧 선두를 달렸지만 엔진에 불이 나 경기를 포기하면서 알론소가 제일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베텔은 비 오는 서킷에서 엔진의 힘을 조율하지 않고 무리하게 경기를 진행해 과열된 엔진에 불이 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우승으로 알론소는 이전 경기까지 선두를 달리던 레드불팀의 마크 웨버와 세바스티앙 베텔, 맥라렌팀의 루이스 해밀턴을 제치고 선두로 나섰다. 영암 대회가 끝났을 때만 해도 알론소는 남은 두 경기만 잘 마무리 하면 올 시즌 챔피언에 등극할 수 있었다. 하지만 F1의 규정 때문에 알론소에게 남은 두 대회는 매우 불리해졌다. F1에서는 1년간 머신의 엔진을 8개까지만 교체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그런데 알론소는 이전 대회에서 자주 엔진을 교체하는 바람에 영암 대회에 마지막 8번째 엔진을 가지고 출전했다. 게다가 이 엔진은 앞선 두 경기에 이어 세 번째 사용한 상태라 언제라도 그 수명을 다할 수 있다. F1용 엔진은 특수 재료와 첨단 기술로 만들지만 1분에 8000번을 회전하며 750마력 이상의 힘을 내다보니 내구성이 떨어져 2~3경기 이상은 버티질 못한다.
반면 다른 드라이버들은 여유가 있었다. 알론소가 엔진에 무리가 가는 테크닉을 구사하지 못하는 사이 나머지 선두권 드라이버들은 엔진의 부담 없이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 그래서 영암 대회는 1위조차도 안심할 수 없는 흥미진진한 대회를 이어나가게 됐다. 결국 11월 16일 아부다비에서 치러진 F1 그랑프리에서 베텔이 우승하면서 월드 챔피언이 됐다.
천문학적인 돈을 풍동 실험에 쏟아 붓는 이유
F1 머신 경기를 ‘포뮬러 원(Formula 1)’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엄격한 규정 아래서 경기를 예외 없이, 공정하게 치르기 때문이다. 머신의 배기량에서부터 머신과 드라이버의 무게, 연료의 양, 장착할 수 있는 장치, 적용할 수 있는 기술과 경기방법 등 거의 대부분이 엄격한 규정에 따른다. 이를 어기면 바로 실격처리 된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Contents/201011/그랑프리4.jpg)
머신이 같은 조건에서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세 가지 특성을 고려한다. 하나는 엔진이 내는 힘을 높이는 것이고 두 번째는 머신의 무게를 줄이는 것, 마지막이 공기역학적 디자인과 기술로 속력을 높이는 것이다. 이 중 엔진 종류와 배기량, 머신의 무게는 규정으로 정해져 있다. 따라서 F1 팀들이 단 1%의 속력이라도 높이기 위해 시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공기역학적인 방법이다. 공기의 저항은 최대한 줄이고 지면으로 내리누르는 ‘다운 포스’의 힘은 늘려 안정되게 코너를 돌 수 있게 한다.
F1에 참가하는 팀의 운영경비는 연간 3000억~4000억 원에 이르는데, 이중 상당량이 공기역학 실험을 하는 데 쓰인다. 지원이 떨어지는 신생팀은 이보다 훨씬 적은 1000억 원 정도를 쓴다. 실험 정보가 부족하다보니 탑재할 수 있는 첨단 기술에 한계가 생긴다. 그만큼 공기역학적인 기술은 우승을 좌우하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초기의 F1 경기만 해도 안정성을 높이는 기술이 없어 전복을 비롯한 각종 사고가 많이 발생했다. 드라이버들은 목숨을 걸고 경기를 했다고 할 정도다. 다운 포스를 만드는 윙은 1970년대 중반 로터스(Lotus) 78부터 나왔다. 본격적으로 머신의 앞뒤에 큰 날개를 넣어 ‘다운 포스’ 역할을 극대화했다. 비행기 날개를 뒤집어 놓은 모습의 날개는 지면을 누르는 ‘다운 포스’를 일으켜 초고속으로 달리거나 특히 곡선 도로를 고속으로 빠져나오는데 가장 안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이후 모든 F1 팀들은 이 날개를 기본적으로 탑재했다.
하지만 거부당하는 장치도 있다. 1978년에 등장한 프로펠러다. 뒷부분 하단에 장착된 프로펠러는 머신이 고속으로 달리면 프로펠러가 함께 동작했다. 일반적으로 머신이 고속으로 달리면 머신의 뒷부분에서 발생하는 공기의 소용돌이가 머신의 주행을 방해한다. 프로펠러는 빠르게 공기를 뒤로 빼낸다. 이 장치는 당시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우승에 절대적인 영향을 줬다.
그러나 프로펠러는 바닥에 있는 각종 모래 등 이물질을 빨아 뒤로 날리면서 다른 차량의 진입을 방해해 금지됐다. 이 장치의 등장으로 F1 경기 규정에는 ‘외부에 스스로 돌아가는 장치의 탑재는 금지한다’라는 항목이 추가됐다. 장치의 개발이 도리어 장애가 된 경우다. 지금도 공기역학적인 장치는 F1 머신에서 가장 다양한 변신을 거듭하며 발전하고 있다.
올해 F1 코리아 그랑프리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경기를 치렀다. 세계에서 5번째로 긴 5.615km의 길이와 세계에서 다섯 군데만 있는 반시계 방향 주행, 1.2km에 이르는 직선 도로, 그리고 해안을 접하고 있는 90° 이상의 회전 구간과 갖가지 형태의 서킷은 분명히 F1 팀과 자동차 동호인에게 흥분과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내년 10월 중순에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가 제공된다. F1 머신에 사용된 첨단 기술과 경기 노하우, 드라이버에 대해 관심을 가져본다면 내년에 더욱 재밌는 F1 경기를 즐길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150dB의 청각을 자극하는 고음의 엔진 파열음을 들으며 사진기로 찍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달리는 F1 머신을 보는 것은 살아가는 데 좋은 자극제가 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 꼭 한번 직접 보고 즐기기를 바란다.
비 맞은 새 서킷이 최대 변수
영암 대회만큼 외부 요인이 경기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경기도 없을 것 같다. 영암 대회의 최대 변수는 궂은 날씨와 익숙하지 않은 서킷(F1용 경기 도로)이었다. 대부분의 서킷이 시계방향으로 주행하도록 설계돼 있는데 반해 영암의 서킷은 반시계 방향이었다. 드라이버들은 코스 적응을 위해 시뮬레이션 하거나 직접 걸어보는 등 좀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했다.
비가 내려 미끄러워진 서킷 표면도 변수로 작용했다. 코너를 돌다가 코스를 이탈하는 머신이 속출했고 잘 달리던 머신에서 불이 나기도 했다. 결국 24개 머신 중 9개 머신이 경기를 포기했다. 비가 오는 날 경기를 진행하는 것이 무리였을까. 하지만 F1에서는 영암처럼 수중 경기를 치르는 일이 드물지 않다. 다른 나라 서킷에서도 큰 폭우가 아니면 보편적으로 경기를 진행시킨다. 하지만 영암에서는 비가 그친 뒤에도 한동안 경기를 진행시키지 못했다. 머신 24대가 동시에 스타트하지 못하고 세이프티 카(safety car)를 앞세워 차례대로 출발했다. 세이프티 카는 스타트 후에도 한동안 맨 앞에서 머신을 이끌었다. 세이프티 카가 있을 때는 앞차를 추월할 수 없다. 따라서 속도로 경쟁하는 다른 대회에 비해 재미가 반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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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서킷에 있었다. 영암 서킷은 대회가 열리기 1주일 전까지도 완공되지 못한 상태였다. 지난 여름 폭우로 공사를 제때에 진행하지 못한 탓이었다. 국제자동차연맹(FIA)의 최종 검수를 받지 못하면 F1 서킷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다행히 경기 직전에 최고 수준인 ‘1급 서킷’으로 인정받아 대회를 개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비가 내리면서 상황이 좋지 않게 됐다. 문제는 갓 포장한 서킷의 아스팔트에서 나온 기름막이 빠지지 않고 표면에 남아 도로를 미끄럽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경기를 마친 한 드라이버는 “마치 얼음판 위에서 달리는 것 같았다”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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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이버의 말처럼 세이프티 카가 빠져나가고 경기가 경쟁 모드로 바뀌자 미끄러지고 코스를 이탈해 방호벽을 들이박는 머신들이 속출했다. 보통 F1 머신은 접지력을 높인, 홈이 없는 민 타이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영암 대회만큼은 대부분의 머신들이 빗물용 타이어인 ‘웨트(wet) 타이어’를 장착했다. 이 타이어는 초당 약 12리터의 물이 타이어의 홈을 통해 빠져나간다. 결국 이번 영암 대회는 이 웨트 타이어를 얼마나 제대로 통제하는가가 승부의 관건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속도와 엔진의 힘, 드라이버의 테크닉, 타이어 접지면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한 드라이버가 영암 대회에서 최고의 영예를 안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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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도 안심할 수 없었다
코리아 그랑프리의 원년 우승컵은 페라리팀의 페르난도 알론소에게 돌아갔다. 레드불팀의 세바스티앙 베텔이 47번째 바퀴까지 줄곧 선두를 달렸지만 엔진에 불이 나 경기를 포기하면서 알론소가 제일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베텔은 비 오는 서킷에서 엔진의 힘을 조율하지 않고 무리하게 경기를 진행해 과열된 엔진에 불이 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우승으로 알론소는 이전 경기까지 선두를 달리던 레드불팀의 마크 웨버와 세바스티앙 베텔, 맥라렌팀의 루이스 해밀턴을 제치고 선두로 나섰다. 영암 대회가 끝났을 때만 해도 알론소는 남은 두 경기만 잘 마무리 하면 올 시즌 챔피언에 등극할 수 있었다. 하지만 F1의 규정 때문에 알론소에게 남은 두 대회는 매우 불리해졌다. F1에서는 1년간 머신의 엔진을 8개까지만 교체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그런데 알론소는 이전 대회에서 자주 엔진을 교체하는 바람에 영암 대회에 마지막 8번째 엔진을 가지고 출전했다. 게다가 이 엔진은 앞선 두 경기에 이어 세 번째 사용한 상태라 언제라도 그 수명을 다할 수 있다. F1용 엔진은 특수 재료와 첨단 기술로 만들지만 1분에 8000번을 회전하며 750마력 이상의 힘을 내다보니 내구성이 떨어져 2~3경기 이상은 버티질 못한다.
반면 다른 드라이버들은 여유가 있었다. 알론소가 엔진에 무리가 가는 테크닉을 구사하지 못하는 사이 나머지 선두권 드라이버들은 엔진의 부담 없이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 그래서 영암 대회는 1위조차도 안심할 수 없는 흥미진진한 대회를 이어나가게 됐다. 결국 11월 16일 아부다비에서 치러진 F1 그랑프리에서 베텔이 우승하면서 월드 챔피언이 됐다.
천문학적인 돈을 풍동 실험에 쏟아 붓는 이유
F1 머신 경기를 ‘포뮬러 원(Formula 1)’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엄격한 규정 아래서 경기를 예외 없이, 공정하게 치르기 때문이다. 머신의 배기량에서부터 머신과 드라이버의 무게, 연료의 양, 장착할 수 있는 장치, 적용할 수 있는 기술과 경기방법 등 거의 대부분이 엄격한 규정에 따른다. 이를 어기면 바로 실격처리 된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Contents/201011/그랑프리4.jpg)
머신이 같은 조건에서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세 가지 특성을 고려한다. 하나는 엔진이 내는 힘을 높이는 것이고 두 번째는 머신의 무게를 줄이는 것, 마지막이 공기역학적 디자인과 기술로 속력을 높이는 것이다. 이 중 엔진 종류와 배기량, 머신의 무게는 규정으로 정해져 있다. 따라서 F1 팀들이 단 1%의 속력이라도 높이기 위해 시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공기역학적인 방법이다. 공기의 저항은 최대한 줄이고 지면으로 내리누르는 ‘다운 포스’의 힘은 늘려 안정되게 코너를 돌 수 있게 한다.
F1에 참가하는 팀의 운영경비는 연간 3000억~4000억 원에 이르는데, 이중 상당량이 공기역학 실험을 하는 데 쓰인다. 지원이 떨어지는 신생팀은 이보다 훨씬 적은 1000억 원 정도를 쓴다. 실험 정보가 부족하다보니 탑재할 수 있는 첨단 기술에 한계가 생긴다. 그만큼 공기역학적인 기술은 우승을 좌우하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초기의 F1 경기만 해도 안정성을 높이는 기술이 없어 전복을 비롯한 각종 사고가 많이 발생했다. 드라이버들은 목숨을 걸고 경기를 했다고 할 정도다. 다운 포스를 만드는 윙은 1970년대 중반 로터스(Lotus) 78부터 나왔다. 본격적으로 머신의 앞뒤에 큰 날개를 넣어 ‘다운 포스’ 역할을 극대화했다. 비행기 날개를 뒤집어 놓은 모습의 날개는 지면을 누르는 ‘다운 포스’를 일으켜 초고속으로 달리거나 특히 곡선 도로를 고속으로 빠져나오는데 가장 안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이후 모든 F1 팀들은 이 날개를 기본적으로 탑재했다.
하지만 거부당하는 장치도 있다. 1978년에 등장한 프로펠러다. 뒷부분 하단에 장착된 프로펠러는 머신이 고속으로 달리면 프로펠러가 함께 동작했다. 일반적으로 머신이 고속으로 달리면 머신의 뒷부분에서 발생하는 공기의 소용돌이가 머신의 주행을 방해한다. 프로펠러는 빠르게 공기를 뒤로 빼낸다. 이 장치는 당시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우승에 절대적인 영향을 줬다.
그러나 프로펠러는 바닥에 있는 각종 모래 등 이물질을 빨아 뒤로 날리면서 다른 차량의 진입을 방해해 금지됐다. 이 장치의 등장으로 F1 경기 규정에는 ‘외부에 스스로 돌아가는 장치의 탑재는 금지한다’라는 항목이 추가됐다. 장치의 개발이 도리어 장애가 된 경우다. 지금도 공기역학적인 장치는 F1 머신에서 가장 다양한 변신을 거듭하며 발전하고 있다.
올해 F1 코리아 그랑프리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경기를 치렀다. 세계에서 5번째로 긴 5.615km의 길이와 세계에서 다섯 군데만 있는 반시계 방향 주행, 1.2km에 이르는 직선 도로, 그리고 해안을 접하고 있는 90° 이상의 회전 구간과 갖가지 형태의 서킷은 분명히 F1 팀과 자동차 동호인에게 흥분과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내년 10월 중순에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가 제공된다. F1 머신에 사용된 첨단 기술과 경기 노하우, 드라이버에 대해 관심을 가져본다면 내년에 더욱 재밌는 F1 경기를 즐길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150dB의 청각을 자극하는 고음의 엔진 파열음을 들으며 사진기로 찍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달리는 F1 머신을 보는 것은 살아가는 데 좋은 자극제가 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 꼭 한번 직접 보고 즐기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