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4, 3, 2, 1, 발사! 드디어 러시아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아리랑위성 2호가 발사됐습니다. 2005년 11월 26일 현지시각 오전 10시, 한국시각으로는 오후 4시입니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9번째 위성이자 국내 기술진이 개발한 최초의 실용위성이 장장 3년 동안의 우주 대장정에 돌입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우주 기술력이 다른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게 됐습니다. 감동적인 순간입니다.
벌써 발사 후 30분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아! 드디어 위성신호를 수신했습니다. 위성 발사 후 최초로 만난 아프리카 케냐의 말란디 지상국에서 아리랑 2호가 보낸 신호를 성공적으로 수신했습니다. 만세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6시간 후면 대전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제국에서 아리랑 2호가 보내는 신호를 수신하게 됩니다.
이제 우리나라는 미국, 러시아, 프랑스,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초정밀해상도 위성영상을 획득할 수 있는 국가가 됐습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우리 힘으로 만든 우리 위성이라는 한국산 ‘눈’을 갖게 됐습니다.” 앞의 상황은 아리랑위성 2호 발사 생중계를 가상으로 꾸며본 것이다. 아리랑 2호는 오는 11월 26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북동쪽으로 800km 떨어진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러시아의 3단 액체 발사체인 로콧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다.
멀티플레이어, 내게 맡겨
아리랑 1호는 1994년 개발을 시작해 5년 만인 1999년 12월 2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미국 오비탈사의 토러스 발사체에 실려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발사 후 13분 48초 만에 상공 685km 궤도에 진입하면서 발사체에서 분리됐고, 15분 후 미국항공우주국(NASA) 맥머드 지상국과 첫 교신을 가졌다. 원래 아리랑 1호의 예상 수명은 3년이었지만 아직도 지상 685km 고도에서 하루에 지구를 열네 바퀴 반 돌면서 6년째 임무를 다하고 있다. 아리랑 1호는 우리 기술력이 부족해 외국과 공동으로 개발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2호는 국내 기술진의 주도로 개발됐다. 그만큼 한국의 우주기술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게 된 것이다.
그 중에서도 아리랑 2호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눈’이다. 아리랑 2호에는 지상을 정밀하게 촬영할 수 있는 과학관측용 고해상도카메라가 실려 있다. 고해상도카메라는 흑백 1채널, 컬러 4채널로 이뤄져 있는데, 1호에 비해 해상도가 대폭 향상됐다. 예를 들어 아리랑 2호로는 한강다리를 지나는 자동차 대수는 물론 버스인지 승용차인지까지 구분할 수 있다. 게다가 고해상도의 컬러 영상도 가능하기 때문에 바닷물의 색깔로 적조 등 환경오염 정도를 측정할 수 있고, 농작물의 색깔을 보고 병충해 여부도 알아낼 수 있다.
뿐만 아니다. 대규모 자연재해를 감시하고, 각종 자원의 이용 실태도 조사하며, 지리 정보 시스템을 지원하고, 지도 제작에도 사용되는 등 활용도가 매우 높다. 우주의 ‘멀티플레이어’인 셈이다. 그래서 아리랑 2호는 ‘다목적실용위성’으로 불린다. 지난해 동남아시아에서 지진해일 쓰나미(tsunami)가 발생했을 때 전 세계에 참사 현장을 있는 그대로 확인시켜준 것은 미국 디지털글로브사의 ‘퀵버드’(QuickBird) 위성이었다. 아리랑 2호가 성공적으로 운영되면 우리도 퀵버드에 버금가는 영상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첨단 기술로 우주에서 살아남기
아리랑 2호는 각종 첨단기술들의 결정체다. 위성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고려해야 할 상황이 수백 가지가 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아리랑 2호가 우주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것은 고난도 ‘서바이벌 게임’에서 승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리랑 2호가 발사된 순간부터 생각해보자. 우선 발사체에서 분리된 후에는 최종 임무궤도에 정착할 때까지 계속해서 궤도를 이동해야한다. 따라서 위성에는 자체 추진력이 필요하다.
아리랑 2호는 ‘하이드라진’이라는 액체연료의 촉매 반응으로 생기는 추진력을 이용해 무중력의 우주공간에서 움직이게 된다. 이 때 추력기 2개로 구성된 이중추력기 모듈 4쌍을 사용한다. 추력기 1개당 4.45N의 추진력을 낼 수 있는데, 이는 지상에서 한번에 약 454g의 무게를 들어올릴 수 있는 정도의 힘이다.
열 제어도 필요하다. 우주는 태양열과 유해한 입자, 광선들로 가득 차 있는 극한 환경이다. 그래서 위성을 보호하고 위성 내부의 각 부품들을 허용온도 범위 내에서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열 제어가 필수적이다. 위성 몸체의 맨 바깥에 있는 이차면경은 거울과 같은 것으로 위성 내부에서 발생하는 열과 외부에서 유입되는 열을 우주로 방출시킨다. 다층박막단열재는 사람의 옷과 같은 역할을 해 외부 열 유입을 차단한다.
아리랑 2호는 궤도에 진입하면 몸체 양 옆으로 태양전지판을 편다. 육각기둥 모양의 몸체는 지름 2m, 높이 2.8m로 일반 성인의 키를 훌쩍 넘는데, 태양전지판까지 펴면 폭이 6.9m나 된다. 일단 궤도에 진입하면 그 때부터 위성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전력이 필요하다. 태양전지판은 낮 동안 전력을 생성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준다. 궤도에서 아리랑 2호가 제대로 작동한다고 해도 지구에서 2호가 어디 있는지 교신할 수 없거나 2호가 촬영한 영상이나 기타 데이터를 전송받지 못한다면 위성을 발사한 의미가 없다. 이 때문에 아리랑 2호에는 위성과 지상 관제국 사이에서 고주파를 통해 무선 데이터 통신을 할 수 있는 원격장치가 실려 있다. 이를 통해 2호는 지상의 원격명령을 수신하고, 원격측정 자료를 수집해 저장한다.
20세기가 지구촌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우주 시대라고 할 만큼 우주에서 영역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그만큼 위성개발 능력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발전시켜서 다른 나라보다 먼저 우주로 진출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2005년은 우주 원년
한국이 위성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것은 불과 10여년 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2교대, 3교대에 휴일까지 반납하며 우주 연구에 열정을 불사르는 연구원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이제 국내 기술진이 주도적으로 위성을 설계하고 개발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올해는 한국의 우주 원년이다. 아리랑 2호는 성공적으로 발사될 것이다. 최초의 국산 위성발사체 ‘KSLV-I’ 설계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전남 고흥의 외나로도에서는 2007년에 완공될 우주센터가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아리랑 2호의 뒤를 이을 아리랑 3호(2009년)와 아리랑 5호(2008년)도 개발되기 시작했다.
이제 한국 우주센터에서 한국 발사체에 한국 위성을 싣고 우주를 향할 날이 머지않았다. 지금 한국은 우주 기술의 ‘메이드 인 코리아’를 위해 무한질주 중이다.
한국 위성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지금까지 한국에서 쏘아올린 위성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1992년과 1993년, 1999년에 각각 우리별(KITSAT) 1호와 2호, 3호가 발사됐다. 그 뒤를 이어 2003년 과학기술위성(KOMPSAT) 1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과학기술위성은 우리별위성의 새로운 이름이다. 과학기술위성은 100kg 내외의 초소형 위성으로 아리랑위성 등에 사용하기 위한 신기술과 부품을 검증하고 우주의 자연현상을 관측할 임무를 띠고 있다.
1999년에는 아리랑위성(KOMSAT) 1호도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아리랑위성은 국가의 수요에 따른 위성영상 확보가 주 목적이다. 이 밖에 한국 최초의 상용통신 및 방송위성인 무궁화위성(KOREASAT) 1호(1995년), 2호(1996년) 그리고 3호(1999년)가 발사됐다.
지난 5월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확정한 안에 따르면 2010년까지 모두 13기의 인공위성이 발사될 계획이다. 2008년 영상 레이더(SAR)를 실은 아리랑위성 5호를 포함해 아리랑위성 7기, 정지궤도위성 2기, 과학기술위성 4기 등이다. 이 중 정지궤도위성은 통신해양기상위성(COMS)을 가리키는 것으로 통신해양기상위성은 통신서비스와 해양관측 및 기상관측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