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이나 영화 속에는 간단한 알약으로 한끼를 해결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2010년 이 정도의 변화는 아니겠지만 놀라운 식품이 등장할 것이다. 어린이가 바나나를 먹으면 예방주사를 맞은 효과가 생기고 당뇨병환자가 채소를 먹으면 인슐린 치료제를 섭취한다.
2010년 12월 24일. 김건강씨는 홀어머니의 생신을 맞아 모처럼 전체 식구가 모여 저녁식사를 하게 됐다. 시내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레스토랑에는 맛깔스런 음식이 뷔페 식으로 준비돼 있었다. 식당 안을 한번 둘러보니 생선회, 고기 요리, 야채, 과일 등에서 저마다의 신선함이 느껴졌다. 옆에 붙은 안내문을 보니 한시간 전에 식품 신선도 검사를 마쳤다고 쓰여 있었다.
아내는 시계처럼 생긴 PDA를 통해 비만을 예방할 수 있는 식품의 리스트를 참고하며 음식을 고르고 있었다. 요즘 아내는 인터넷을 통해 영양상담을 받으며 다이어트에 유난히 신경을 쓰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니 음식마다 ‘비만 예방 식품’, ‘충치 예방 식품’,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식품’, ‘혈압을 정상으로 유지시키는 식품’ 등 특별한 꼬리표가 눈에 띄었다.
김건강씨는 당뇨병을 앓고 계신 어머니를 위해 레스토랑에서 특별히 맞춘 음식을 주문했다. 어머니의 혈당을 개선하기에 적합하도록 짜여진 식단이다. 인슐린을 생산하는 채소도 식단에 올랐다. 때문에 주사를 맞을 필요없이 채소만 먹으면 된다. 물론 의사의 처방에 따른 것이다.
가족이 모두 어느 정도 음식을 먹고 나자 김건강씨는 6살 난 아들에게 특별한 바나나를 후식으로 가져다 주었다. 다름 아닌 겨울철 독감에 대비한 백신유전자가 든 바나나였다. 이 바나나는 먹기만 해도 자동으로 면역이 생기기 때문에 예방주사를 맞기 무서워하는 아이들에게 제격이다.
기능성식품시장 규모 자동차산업과 대등해져
2010년에는 고품질 식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이런 요구에 부응하는 다양한 식품이 등장할 것이다. 고품질 식품이란 신선도가 높고 풍미(맛)가 뛰어나며 편의성을 갖출 뿐만 아니라 안전성이 보장되고 각종 건강 기능성을 지닌 종류다. 이 가운데 식품의 건강 기능성은 모든 사람의 관심사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 7월,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전체의 7% 이상을 차지하는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때문에 고혈압, 당뇨병, 간 질환 등 각종 성인병이 문제가 되며 개인뿐 아니라 국가적으로 의료비 부담이 증가했다. 질병을 치료하는 일은 의학이나 약학 분야의 몫이지만, 질병을 미리 예방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일에는 기능성 식품이 중요한 몫을 담당하게 된다.
국내에서는 1989년 ‘건강보조식품’ 제도가 시작돼 현재 키토산가공식품, 베타카로틴식품 등 24개 품목군이 포함돼 있다. 예를 들어 키토산이 항균기능과 면역증강효과가 있다고 광고하는 식품을 흔히 볼 수 있다. 올해에는 한걸음 더 나아가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 법이 발효되면, 앞으로 식품의 건강기능성이 국가기관이나 국가가 인정하는 기관에서 평가된 후 식품에 표시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특정 영양소와 질병과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건강 주장을 강조해 식품에 표시할 수 있다. 칼슘과 골다공증, 나트륨과 고혈압, 식이지방과 암 등 현재 12가지를 승인하고 있다. 나트륨과 고혈압의 예를 든다면, 나트륨이 적은 식품에 ‘나트륨이 낮은 식사는 고혈압의 위험을 낮출 수 있음. 이 질병은 그 외에도 많은 요인이 관여됨’이라고 적을 수 있다.
일본에서는 특정보건용식품의 용도를 7가지 그룹으로 표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장의 상태를 개선해주는 식품,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을 위한 식품, 혈압이 높은 사람을 위한 식품, 충치의 원인이 되지 않는 식품 등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조만간 이와 비슷한 문구가 들어간 식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건강기능식품의 세계시장은 1999년에 1천2백80억불 수준이었지만, 2005년에는 10배 이상 성장해 수백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미국과 유럽의 과학기술예측조사에서는 자동차산업시장과 대등한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연구 예산을 보면 미국의 경우 1994년 전무한 수준에서 1998년 3천만불, 2001년 3억불로 급증했다. 앞으로의 연구 예산이 엄청나게 늘 것이라는 점은 쉽게 예측된다.
유전자변형이 핵심기술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약식동원’(藥食同源), 즉 약과 음식은 근원이 같다는 생각을 염두에 두고 유용한 음식을 섭취해 왔다. 이는 올바른 식품을 섭취함으로써 대부분의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말이다. 2010년에는 이런 전통이 유전자 수준에서 과학적으로 검증돼, 단순히 어떤 음식을 분석해 이 음식의 어떤 성분이 치료효과가 있다고 권하는 수준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유용한 유전자를 넣은 기능성 GM(유전자변형) 식품이 탄생할 것이다.
이미 이런 움직임은 현재에도 살펴볼 수 있다. 2000년에 등장한 GM 작물인 황금쌀은 비타민A를 대량으로 함유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바나나에 콜레라 백신 유전자를 주입한 후 그 바나나를 돼지에게 먹였더니 콜레라에 대한 면역이 생긴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2010년에 GM 작물이 우리 식탁의 80%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한 각종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알맞은 맞춤 식품이 등장할 것이다. 당뇨병 환자에게 인슐린을 생산하는 채소를 먹게 한다든지, 신장 질환 환자에게 질병의 진행 정도에 따라 영양보충음료를 과학적으로 투여할 것이다. 또한 예방주사 대신 활용할 수 있는 식품으로 전염병 백신유전자를 넣은 배추나 토마토가 탄생할 것이다. 이런 배추로 담근 김치나 토마토만 먹어도 자동으로 병원균에 대한 면역이 생긴다는 말이다.
기능성식품은 질병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각종 암이나 불치병, 난치병 등을 치료할 수 있도록 개발될 것이다. 현재에도 특정 식품이 암에 좋다는 연구 보고가 많다. 인삼 내의 파낙시놀, 파낙시돌, 파낙시트리올 등의 성분이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고, 폐암에 걸린 생쥐에 홍삼을 투여했을 때 면역세포의 활성이 현저하게 증가했다는 보고가 좋은 예다. 식품과학기술의 미래를 예측한 많은 전문가들은 2013년-2015년 사이에 암과 같은 병을 치료하는 기능성식품이 탄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병을 치료하는 식품이라면 약품이라고 불러야 좋지 않을까.
새로운 기능성식품의 개발과 함께 식품과 건강에 대한 정보도 수요자에 맞춰 제공될 전망이다. 인터넷을 통해 영양상담을 받고 질병과 영양의 상호관계, 그리고 기능성식품의 역할에 대한 정보가 보급되는 것은 기본이다. 한국인의 식사에서 암과 성인병을 유발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성분이 파악되고 질병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지표가 개발될 것이다. 또한 개인의 체질에 따라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기능성식품이 실용화될 것이다.
식중독균 현장서 검사 가능
현재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식품의 안전성 역시 2010년에는 상당부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유전체학의 발전과 더불어 빠르고 정확하게 식품의 안정성을 검색하는 방법이 연구·개발될 것이다. 예를 들어 바이오센서와 바이오 측정키트을 이용해 식중독균을 현장에서 가려낼 수 있다. 또한 GM 식품에 관련된 생물안정성을 평가할 수 있는 기술이 확립될 것이다. GM 식품의 안정성평가기술을 통해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의 허용치를 정하고 충돌안전실험을 하듯이 GM 식품에 대한 안전규정이 마련될 것이다.
식품 첨가제나 소재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식품 첨가제 가운데 70% 정도는 천연물 첨가제로 대체될 것이다. 나아가 항균기능이 있는 색소나 호흡기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휘발성 향미성분이 개발될 것이다. 또한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물질을 포장지에 이용하거나 식품에 첨가해도 항균기능이 가능할 전망이다. 최근 국내에서는 유산균이 만들어내는 항균단백질인 박테리오신으로 식중독균을 막는 연구가 결실을 맺고 있다.
식품의 저장성이나 가공성도 좋아진다. 최초로 상품화된 GM 식품이 잘 물러지지 않는 토마토였듯이 식품의 노화를 지연시키고 병 저항성을 향상시켜 식품의 저장기간을 상당히 늘릴 수 있다. 고형성분을 강화시킨 토마토는 가공성도 뛰어나기 때문에 품질이 더 좋은 케첩을 만들 수 있다.
식품생산시스템도 획기적으로 바뀐다. 화상분석기술, 센서기술, 인공지능이 결합되면 작업하는 사람이 없어도 통합적으로 식품을 생산할 수 있는 무인통합식품생산시스템이 완성될 것이다. 아울러 식품포장재에도 환경친화적인 생분해성 재료가 보편적으로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0년이 되면 SF영화에서나 등장했던 알약 하나로 식사가 끝나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이같은 얘기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과학자들의 전망을 살펴봐도 그리 희망적이지 못하다. 하루에 필요한 모든 영양물이 알약 크기에 들어있는 스마트 식품이 개발되는 때가 2015년쯤으로 예측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