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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펼쳐진 별들의 판타지

스타워즈 30년을 되돌아 보다

“오래 전 멀고도 먼 은하계에서···.” (A long time ago, in a galaxy far, far away….) 영화 ‘스타워즈’ 6부작은 모두 웅장한 배경 음악을 깔며 이런 자막으로 시작한다. 시리즈 마지막편(에피소드3 시스의 복수)이 최근 개봉됐다. 찬사와 비난, 감탄과 실망이 엇갈리지만 스타워즈만큼 많은 영향을 미친 SF영화도 없을 것이다. 한국항공대 장영근 교수, SF평론가인 서울SF아카이브 박상준 대표와 30년 동안 이어진 스타워즈의 역사를 되돌아봤다. 이날 참석은 못했지만 서울대 홍성욱 교수도 영화를 본 뒤 의견을 전했다.

스타워즈 탄생부터 종결까지

스타워즈는 미국의 조지 루카스 감독이 1977년 '새로운 희망'(에피소드4)을 선보이면서 탄생햇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흑과 백의 이분법적 갈등 구조, 단순하고 때로는 동화처럼 유치한 스토리로 비판을 많이 받지만 눈과 귀를 사로잡는 화려한 특수효과와 컴퓨터 그래픽, 환상적인 우주여행과 전투로 SF영화에 새로운 지명을 열었다.

보이지 않는 위험, 1999년

우주 공화국에 무역 문제로 전운이 감돈다. 무역 연합이 나부 소행성에 전투함을 출격시켜 위협한다. 급파된 제다이 기사 퀴곤과 오비완은 중간에 들른 타투인 행성에서 아나킨을 노예 상인에게서 구한다.

클론의 습격, 2001년

은하계 공화국에 분리주의 움직임으로 갈등이 커진다. 아나킨이 아미달라 여왕을 지키며 공화국으로 오는 중에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진다. 오비완은 분리주의 군대와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지만 아나킨은 전투에서 오른팔을 잃는다.

시스의 복수, 2005년

아나킨은 악의 수장인 다스 시디어스의 유혹에 빠져 검은 힘에 사로잡힌다. 다스 시디어스는 제다이를 몰살시키고 공화국의 황제가 된다. 아나킨은 오비완과 결투하다 중상을 당하고 다스 베이더로 거듭난다. 아나킨의 쌍둥이 루크와 레아는 각각 다른 가정에 입양된다.

새로운 희망, 1977년

레아 공주는 제국에 맞서는 반란군에서 활동하다 사로잡힌다. 루크는 레아 공주가 탈출시킨 로봇과 만나 오비완, 우주선 선장인 한 솔로와 함께 레아 공주를 구하러 간다. 오비완은 다스 베이더와 싸우다 죽는다. 루크는 레아 공주를 구하고 죽음의 별을 파괴한다.

제국의 역습, 1980년

레아 공주와 한 솔로는 잡히고 루크는 800살이 넘은 요다와 만나 제다이 수련을 받는다. 수련이 덜 된 상태로 레아 공주를 구하러 가지만 다스 베이더와의 결투에서 오른팔을 잃는다. 다스 베이더는 자신이 루크의 아버지라고 말한다.

제다이의 귀환, 1983년

포스의 모든 것을 터득한 루크는 사로잡힌 한 솔로를 구한다. 요다는 죽고 오비완의 영혼은 루크에게 다스 베이더의 정체와 레아 공주가 루크의 누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루크는 다스 베이더와의 마지막 결투에서 승리한다. 은하계는 다시 평화로'워진다.


제다이는 왜 광선검을 썼을까

스타워즈 최고의 히트상품은 역시 ‘광선검’이다. 버튼만 누르면 손잡이에서 광선이 나와 검처럼 변한다. 루크가 다스 베이더와 결투를 하거나 제다이가 적을 무찌를 때 등 영화 속 하이라이트 장면에서 언제나 광선검이 등장한다.

먼저 과학적인 진위부터 가리자. 영화와 같은 광선검이 가능할까. 장 교수는 “빛의 가장 큰 특징은 직진성”이라며 부인했다. 똑바로 나가는 빛이 갑자기 허공에 머문다는 것은 현대물리학의 세계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도 “빛에 강한 자기를 걸어 멈추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사람을 벨 만큼 강한 힘을 갖겠느냐”고 말했다. 장 교수는 “먼 훗날 새로운 물리 법칙이 발견돼 빛이 앞으로 나갔다가 되돌아오는 식으로 광선검이 나올지 모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앞으로 50년 안에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영화야 과학과 상상력이 결합한 것이니 잠깐만 과학적 오류에 대해 눈감아 주자. SF작가 아서 클라크는 “아주 발달한 과학은 마술처럼 보인다”고 했다.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만들기 전에 당대 최고의 과학자들조차 인간이 하늘을 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왜 제다이들이 광선총 대신 광선검을 사용할까. 제 아무리 ‘포스’(제다이의 힘)가 높다 한들 아인슈타인이 갈파했듯이 우주에서 빛보다 빠른 것은 존재할 수 없고 그렇다면 광선총에서 나온 레이저(빛)를 사람의 신경반응 속도로 막아낼 수야 없는 노릇이다. 홍 교수는 “스타워즈는 우주 시대에 중세의 낭만을 되살려낸 영화”라며 “일반 병사들은 총을 사용하지만 제다이 등 리더들은 검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우주 공간에서 영웅을 돋보이게 하고 낭만적인 효과를 낳기 위해 광선검이 사용됐다는 설명이다.

홍교수는 “광선검 결투가 당시 유행하던 일본 사무라이 문화의 영향을 받아 제작됐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스타워즈에서 광선검은 중세 시대의 낭만을 되살리고 주인공의 영웅성을 돋보이게 한다.


영화 속의 ‘뻥’을 찾아라

아서 클라크는 스타워즈를 ‘Science Fiction’(공상과학)이 아니라 ‘Science Fantasy’(과학판타지)라고 불렀다. 정확한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 만든 영화가 아니라 화려한 영상만을 추구했다는 것이다.

이번에 개봉한 스타워즈 에피소드3에서도 ‘영화적 과장과 거짓말’이 가득하다. 박 대표는 “공기가 없는 곳에서 날아다니는 우주선이 왜 그처럼 공기역학적 구조를 띠고 있으며 날개를 접었다 폈다 하는 쓸데없는 동작을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오른쪽으로 도는 비행기가 왼쪽 날개를 드는 쓸데 없는 동작도 눈에 띄었다. 공기 속을 날아다니는 비행기와 우주선을 혼동하고 있는 셈이다.

장 교수는 “우주선 안에서 사람들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행동한다”고 말했다. 우주를 날아다니는 우주선 안은 무중력 공간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떠다닌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사람들은 우주선 안에서 땅 위와 똑같이 행동한다. 우주선 유리창이 깨지자 사람들이 빨려나가는 것을 보면 우주 공간인 것은 분명하다. 소형 우주선이 모선으로 들어올 때 아무런 완충장치가 없는 것도 이상하다. 우주선 안 격납고는 우주공간과 벽 없이 그대로 이어져 있다. 이렇게 되면 공기는 물론 모든 물체가 우주로 빠져나갈 것이다. 실제 우주선에는 우주인이 들락거릴 때 문을 닫은 뒤 공기를 넣고 빼는 장치가 있다.

기자가 본 의문 하나. 영화에 등장하는 적군의 로봇은 지도자를 제외하면 지나치게 멍청하다. 다른 로봇 영화와 비교하면 너무 차이가 크다. 박 대표는 “개개의 로봇은 중앙 컴퓨터에서 명령을 받아 수행하는 식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1편에서 모선이 파괴되자 땅 위에 있던 모든 전투 로봇이 멈춘 장면이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우주에서 소형 위성 수백 개를 연결해 하나의 위성처럼 활동하게 하는 비슷한 연구가 활발하다”고 밝혔다.
 

4개의 광선검을 휘두르며 제다이를 죽이는 로못인 그리버스 장군.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로봇은 발달한 우주기술과 달리 인공지능이 떨어진다.


특수 효과 대 컴퓨터 그래픽

28년전 개봉한 스타워즈 1편(에피소드4)과 올해 개봉된 6편(에피소드3)에서 가장 큰 차이는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이다. 사실 스타워즈 1편도 당시로서는 경이로운 특수 효과로 관객을 충격에 빠뜨렸다.

조지 루카스 감독은 영화를 만들기에 앞서 특수 효과를 전담할 ILM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그는 영화의 메시지와 극적인 연출보다는 시각적인 경이로움을 중시했다. 박 대표는 “스타워즈 1편은 당시에는 생각도 못할 세부적인 영상 묘사로 충격을 줬다”며 “한 솔로(해리슨 포드)가 타고 다니던 우주선이 오래 됐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일일이 작은 조각을 수없이 붙였다”고 말했다. 스타워즈 1편에도 컴퓨터 그래픽이 사용됐는데 ‘죽음의 별’이 홀로그램 영상으로 나타나는 장면이었다.

당시만 해도 특수 효과는 스톱 모션 촬영, 필름 합성, 초소형 카메라, 모형 제작 등 수공업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컴퓨터 그래픽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특수 효과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왔다. 1990년대 말부터 개봉된 스타워즈 4, 5, 6편은 실사와 구별하기 어려운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루카스 감독은 초기 3부작에 다시 컴퓨터 그래픽을 입혀 개정판을 만들었다. 1977년 나왔던 1편에는 공중 부양 자동차 밑에 그림자가 없었는데 개정판에는 그림자가 생긴다. 괴물같이 생긴 노예상인도 처음에는 인형으로 만들었지만 개정판에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 꼬리를 밟히는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컴퓨터 그래픽 때문에 가장 많이 바뀐 캐픽터는 제다이의 영원한 스승 요다다. 스타워즈 2편에 처음 등장한 그는 3편까지 사람이 직접 탈을 쓰고 연기를 했다. 그러나 4, 5, 6편에서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그려졌다. 이번에 개봉된 6편에서 요다는 제국의 황제와 화려한 광선검 대결을 보여준다. 모두 컴퓨터 그래픽의 힘이다. 그러나 알투, 스리피오 등 관객에게 친숙한 로봇은 컴퓨터 그래픽이 아니다(물론 덧칠은 했다).


제국 황제인 다스 시디어스가 홀로그램 영상으로 나타나는 장면. 스타워즈는 매 작품마다 실사를 방불케 하는 화려한 그래픽으로 관객에게 충격을 준다.


현실로 나타난 별들의 전쟁

영화는 끝났지만 스타워즈는 현재진행형이다. 영화 속에서 펼쳐진 우주전쟁은 지구 위에서 벌어진 전쟁과 차이가 거의 없다. 거대한 모선에서 소형 전투선이 나오는 모습은 항공모함에서 전투기가 이륙하는 것과 비슷하다. 우주선은 미사일 대신 레이저를 발사한다. 과연 실제 우주전쟁은 어떻게 펼쳐질까. 미국은 1980년대 레이건 정부 때부터 ‘전략방위구상’(SDI)이라는 이름으로 우주전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실제 우주전의 핵심 무기도 영화처럼 레이저다. 우주 공간에서 총이나 미사일을 발사하면 작용-반작용의 원리로 우주선이나 위성이 머나먼 우주로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레이저는 에너지를 발사해 반발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와 달리 실제 레이저 무기는 2가지 문제를 갖고 있다. 먼저 강력한 레이저를 발사하려면 발전소와 같은 거대한 시설이 필요하다. 장 교수는 “미국이 지난해 항공기에 레이저를 달아 다른 항공기를 격추하는 실험에 성공했는데 레이저 무기를 단 항공기는 대형 여객기 만한 크기였다”고 밝혔다. 우주에서 어떤 물체가 레이저에 맞는다고 영화처럼 바로 파괴되는 것은 아니다. 레이저 무기는 강한 열을 특정 지점에 부딪혀 녹이게 된다. 용접과 비슷하다. 장 교수는 “미사일을 레이저로 격추하려면 같은 지점을 10초 이상 레이저로 때려야 하는데 초음속으로 움직이는 미사일을 계속 조준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0년은 돼야 레이저 우주무기가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주목 받는 우주무기는 위성이다. 위성은 레이저를 발사하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훌륭한 우주 무기가 된다. 위성을 적 위성에 부딪히거나 땅 위에 있는 적 기지에 충돌시키면 된다. 위성은 크기가 작아도 속도가 빨라지면 아인슈타인의 공식 ‘E=mc²’에 따라 엄청난 에너지로 돌변한다.
 

우주선에서 레이저를 발사해 혜성을 녹이는 모습의 상상도. 우주 레이저는 단번에 물체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쪼여 물체를 녹인다.


‘스타워즈’가 만든 새로운 세상

박 대표는 “스타워즈 1편 이전에 SF영화는 조잡한 B급 영화로 취급됐다”고 말했다. 당시 미국 영화계에서 블록버스터라고 하면 대형 역사물을 뜻했다. 스타워즈 이전에 가장 잘 만든 SF영화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꼽힌다. 걸작은 분명하지만 ‘대박’ 영화는 아니었다.
스타워즈 이후 SF영화는 헐리우드 영화를 대표하는 장르가 됐다. SF영화가 우주만 다루랴. 터미네이터, 로보캅은 로봇을 소재로 했고 에일리언과 ET는 지구인이 외계인과 직접 만났다. 매트릭스는 가상현실로 진출했고 매드맥스는 디스토피아(부정적인 미래)를 묘사했다. 첫 작품이 히트하면 속편이 계속 나오는 것도 스타워즈의 영향이었다.

왜 스타워즈가 이처럼 미국에서 인기를 끌었을까. 장 교수는 “스타워즈를 보면 이것이 미래인지 중세인지 헷갈리곤 한다”고 말했다. 우주선은 첨단인데 사람들의 옷은 중세 시대다. 광선검은 첨단과 전통, 미래와 과거가 만나는 접점이 된다. 박 대표는 “중세 시대의 신화가 우주 공간에 그대로 구현된 것이 스타워즈의 인기 비결”이라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레이건 대통령이 SDI 계획을 스타워즈라고 불렀듯 실제 전략에 스타워즈의 기술을 많이 끌어다 썼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미래 기술을 논의할 때 SF작가들이 꼭 참여한다”며 “과학자들은 SF의 상상력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스타워즈는 사람들에게 우주 여행을 마치 국제선 비행기 타듯 가깝게 끌어왔다”고 말했다. 스타워즈는 사람들에게 우주와 과학에 대한 꿈을 심어줬다. 우주에서 펼쳐진 신나는 모험은 수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현실적이든 비현실적이든, 가능하든 불가능하든 그것이 영화 스타워즈의 가장 빛나는 업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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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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